▲ 오준영 노인노숙인 사랑연합회 총무가 “무료 배식 통해 노숙자들을 옳은 길로 인도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노인노숙인 사랑연합회 오준영 총무
음식, 각자 처소에서 사비로 준비해 와
노숙생활에서 벗어날 때 가장 보람 느껴

[천지일보=장윤정 기자] 서울역 주변엔 언제나 노숙자들이 즐비하다. 행인들은 그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피하기 바쁘다. 하지만 이러한 노숙자들에게 밥을 제공하며 일자리를 구해주는 등 그들에게 꿈과 소망을 심어주는 이가 있다. 바로 오준영(68) 노인노숙인 사랑연합회 총무다.

브엘세바교회의 담임목사이기도 한 오 총무는 환한 미소와 인자한 말투로 상대방의 마음을 활짝 열게 하는 묘한 능력이 있다. 이런 그가 노숙자들을 도우면서 느끼고 깨달았던 점은 무엇일까. 또 언제부터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된 걸까.

- 서울역에 있는 노숙자들을 돕게 된 계기는.
몇 년 전 서울역 지하도에서 노숙자들에게 밥을 배식하는 목사를 도왔던 적이 있다. 배식 봉사를 하면서 그들에게 “가까운 교회로 가서 예배 드리세요”라는 말을 전했다. 하지만 냄새나는 그들을 받아 주는 곳은 없었다. 그래서 서울역 광장에 노숙자들을 위해 ‘브엘세바’라는 이름으로 작은 교회를 만들어 빵과 커피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러다 빵으로는 노숙자들이 끼니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밥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정부에서도 좋은 장소를 마련해 줘 이젠 번듯한 건물에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무료급식을 시작했나.
지난 2006년 12월 지인 소개로 사랑의 쌀 나눔 운동본부 이성구 사장을 만나게 됐다. 이 사장과 마음이 잘 맞아 이때부터 노숙자들에게 매일 음식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이 사장은 현재 노인노숙인 사랑연합회장이기도 하다. 밥과 반찬은 연합회 회원 12명과 다른 단체 2곳에서 각자 정성껏 준비해 온다. 밥뿐만 아니라 끼니 중간에 간식도 제공한다. 부족하지만 노숙자들이 조금이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연합회 회원들이 노력하고 있다.

- 이러한 도움을 받고 있는 노숙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노숙자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우리가 건물만 서울시로부터 받은 것이지 밥과 반찬, 간식거리는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데 반찬이 왜 이러냐” “연합회에서 돈을 가져가는 거 아니냐”라는 말을 많이 한다. 우리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돕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을 때가 있다. 더 좋은 음식을 주고 싶지만 그렇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반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밥을 제공해 줘서 감사합니다”는 말을 건네는 사람들도 있다. 이땐 정말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 노숙자를 도우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이들은 알코올 중독자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고 싸우기도 한다. 이런 점들이 어려운 부분이다. 또 우리는 음식 제공과 함께 노숙자들이 재활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구해주는 일도 하는데, 노숙자가 100~200만 원을 모으면 이 돈으로 집을 구해주기도 하고 500만 원을 모으면 정부에서 500만 원을 더 지원해 줘 노숙생활을 그만두고 더 좋은 곳에서 일하며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노숙자 대부분은 돈을 끝까지 모으지 못하고 다시 노숙생활을 반복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답답하다. 그들이 잘 돼야 뿌듯하고 보람을 느낄 텐데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까울 뿐이다. 봉사란 그들을 깨우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어나지 못하고 넘어지고 또 넘어지는 그들을 보면 마음이 정말 아프다.

- 어느 때 가장 보람을 느끼나.
밥을 제공하고 일자리를 구해주면 돈을 차근히 모아 노숙생활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노숙 생활을 했던 김모 씨는 우리가 철원에 일자리를 구해줘 1년 넘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 업무가 어렵긴 하지만 성실히 일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또 돈을 모아 결혼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조금씩 생활의 터전을 꾸리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보면 뭐라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감사함이 나온다.

- 앞으로의 계획은.
노숙자들이 5월에 저체온증으로 가장 많이 사망한다. 노숙자들이 길바닥에 쓰러져있어 119구조대에 신고하면 구조대원들은 노숙자들이 술에 취해 있는 걸 확인한 후, 응급처리를 하지 않은 채 그냥 가버릴 때가 있다. 때문에 가끔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노숙자들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시설물을 만들어 길에 쓰러져있는 노숙자들을 데려다 돌봐주고 치료도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다. 아직 건물을 얻지 못했고 재정적인 부분도 어렵지만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다.
노숙자들을 도우면서 재정적인 부분 등 어려운 점이 많지만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하나님께서 채워주시더라. 우리는 적자도 흑자도 나지 않는다. 정말 하나님만 믿고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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