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한마디] ‘중화민족’의 단결은 가능할까?
[외교 한마디] ‘중화민족’의 단결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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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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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중화민족’이란 단어 혹은 개념은 고대와 중세에는 없었고 20세기에 들어와 쑨원 등이 사용했다. 쑨원은 한족이 만주족의 지배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하면서 ‘중화민족’을 내걸었다. 그런데 1980년 후반부터 중국 정부는 ‘중화민족’을 새롭게 개념화해 이론화했다. 즉, ‘중화민족’은 한족을 중심으로 하고 55개 소수민족이 모두 포함되는 공동체로 제시됐다. 역사적, 문화적 공동체로서의 ‘중화민족’은 과거에 존재한 적이 없으며 현재에도 실체가 불분명하다. 이는 중국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갖고 만들어낸 허구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1921년 창당된 중국 공산당은 1931년 여러 소수민족들에게 독립국가 건설 또는 중국 연방제 참여 등을 제시하며 완전한 민족자결권을 인정하는 선언을 했다. 이는 레닌이 러시아 혁명의 성공 직후 러시아내 소수민족들에 대해 민족자결을 부여하는 ‘러시아 제민족의 권리선언’을 발표한 것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이라 하겠다. 이런 노선은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와 대립과정에서 소수민족의 반한족(反漢族) 및 반국민당(反國民黨) 정서를 최대한 이용해 소수민족들이 국민당을 반대하고 공산당을 지지하도록 유도하는 시도였다. 이러한 정책은 마오쩌둥이 중국 공산당 내에서 최고권력자의 위치에 오른 1936년 이후 폐기됐다.

1949년 정권을 장악한 중국 공산당은 한동안 소수민족 거주 지역에 대해 각종 특혜를 제공하고 우대조치를 취했다. 예를 들어 인구정책에 있어 한족에 대하여는 ‘1가구 1자녀’ 원칙을 적용했지만 소수민족에 대해서는 2자녀 출산을 허용했다. 이러한 소수민족 정책은 소수민족 지역의 경제발전과 생활수준 향상을 달성하고 그럼으로써 한족에의 정치경제적 통합을 꾀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정책은 정치적으로는 강력한 통제를 조건으로 해 시행됐다.

그러면 중국 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소수민족들의 호응을 얻어 성공했을까? 80년대 후반부터 신장 지역 위구르족의 분리 독립 추진 움직임과 티베트 승려들의 분신(焚身) 저항은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강압적인 동화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위구르족과 티베트인들의 언어와 종교를 비롯한 문화 말살을 기도하고 있는데 외신에 따르면 신장 지역에는 100만명이 넘는 위구르인들이 수용소에 갇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 지역이 괄목할 만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는 것도 이 지역에 엄청난 규모의 한족을 이주시킨 결과인 것으로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이 지역의 소수민족들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자기 땅에서 이방인(異邦人)이 돼 버렸다. 중국정부의 이러한 강압적인 정책은 동북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내몽골 자치구의 몽골족 학교에서 몽골어로 된 교재의 사용이 금지됐다고 하며, 만주지역 조선족 학교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조치가 취해졌다고 한다. 언어는 민족 정체성 유지에 있어 최후의 보루인데 중국 공산당은 이를 짓밟으며 ‘중화민족론’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탄압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다민족국가인 미국이나 캐나다는 물론 러시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는 중앙정부가 소수 민족의 문화를 말살하는 행위는 인권 탄압에 해당되며, 이에 따라 더 이상 외부세계가 간섭해서는 안 되는 국내문제가 결코 아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중국의 국내문제로 치부하고 이를 못 본체 하고 있다. 이민족의 지배를 겪은 한국인들이 일제 강점기 일본의 탄압에 대해서는 지금도 격분을 표출하는 반면에 중국 내부 소수민족의 고통에 대해서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눈과 귀를 닫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몽골공화국 정부는 내몽골 자치구의 상황과 관련해 내몽골 몽골족의 항거에 지지를 표했다고 한다. 그렇게 핏줄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이 만주 지역 조선족 학교의 현실에 대해 왜 그렇게 미지근한 태도를 취하는 것일까? 매우 실망스럽고 부끄러운 이중기준이 아닐 수 없다.

소수민족 문제는 다민족 국가인 중국의 아킬레스 건(腱)이다. 현재 중국 내 소수 민족들의 자치지역은 역사적으로 한족이 지배했던 지역이 아니라 청 왕조에 와서야 중국 영역이 됐으며 청나라가 무너지면서 한족이 거저 얻은 땅이다. 면적으로 보면 중국 전체 영토의 60%에 달하며 지하자원이 풍부하다. 특히 신장 및 티벳 지역은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중국 정부가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일 것이다. 중국 정부가 진정 국가적 통일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강압적인 동화정책이 아니라 소수민족들의 문화와 권익을 존중하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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