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 역사적 평양의 첫 만남. '2018남북정상회담평양'의 첫날인 18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마중 나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포옹하는 장면이 이날 서울 중구 DDP 메인프레스센터에 중계되고 있다. 2018.9.18
[평양정상회담] 역사적 평양의 첫 만남. '2018남북정상회담평양'의 첫날인 18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마중 나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포옹하는 장면이 이날 서울 중구 DDP 메인프레스센터에 중계되고 있다. 2018.9.18

훈풍 불던 남북관계, 2년만에 극도로 퇴색

9.19 군사합의엔 “성과 있어” vs “이미 파기”

“정부, 소극적 안 돼… 적극적 北과 접촉해야”

“北에 입김 강한 중국·러시아 카드 활용도 방법”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남북 정상의 역사적 만남으로 평가받는 9.19 평양선언이 나온 지 2주년이 됐지만,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가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 측의 각종 대화 제의에도 북한은 묵묵부답인 채 내치에만 올인하는 모양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해 복구와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 등 내부 일정에 주력하는 상황인 만큼 올 연말까지도 이렇다 할 반전의 계기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울러 11월에 있을 미 대선이라는 이벤트를 앞두고 북한이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라는 점도 당분간 현 상황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꽉 막힌 남북관계의 해법은 없는 것인지 짚어봤다.

◆하노이 ‘노딜’로 남북관계 내리막길

지난 2018년 9월은 실로 풍성했다. 1년 새 세 차례나 이뤄진 남북 정상 간 만남으로 9.19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문이 탄생했다. 불가역적인 평화가 오는 듯했고, 개성공단과 금강산도 곧 열리리란 기대가 가득했다.

하지만 2년이 흐른 지금, ‘역사적 합의’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리만치 남북 간 합의의 위상은 극도로 퇴색됐다.

훈풍이 불던 남북관계는 지난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계기로 균열이 가기 시작했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남측을 ‘적’으로 규정하는 등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북한의 대남 압박 공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행동 보류를 지시하면서 극적으로 해소됐지만, 이후 남측의 여러 대화·협력 제안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경색된 남북관계는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9.19 군사합의 덕분에 지금의 평화와 안정이라도 얻은 게 다행이라고 여겨질 정도다.

전문가들 역시 남북 합의와 관련해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는 의견과 “이미 파기된 합의”라는 주장이 동시에 나오는 등 평가가 갈렸다.

김영준 국방대 교수는 18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9.19 군사합의가 이룬 큰 성과는 합의 이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인명피해를 유발했던 연평도 포격이나 핵전쟁 위기 상황을 현재 상상하기 힘들다는 점”이라며 “지난 2017년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현 상황 자체, 즉 작금의 상황에 대한 인식을 갖는다면 의미 있는 평가를 내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9.19 합의의 취지와 합의 정신, 구체적인 항목 모두가 완전하게 이행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대”라며 “당장 성에 안찬다고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통화에서 “사실 9.19 군사합의는 남북 정상이 직접 합의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제대로 이행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까지도 북한의 행태는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센터장은 “지난 6월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있으나마나 한 9.19 군사합의 파기를 경고하고 남북관계 결별을 선언한 것을 보면 사실상 그들도 군사 합의를 존중하지 않고 있음을 자인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불교지도자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원행 스님의 참석자 대표 인사말 후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불교지도자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원행 스님의 참석자 대표 인사말 후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올해 남북관계 돌파구 찾기 쉽지 않을 듯

3주 앞으로 다가온 당 창건일을 목표로 수해 복구에 집중하고 있는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게다가 미국 대선이라는 큰 변수가 있고, 코로나19도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없어 올해는 결국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 교수는 “북한은 미 대선 결과도 보고 또 내년 1월 8차 당 대회를 준비할 텐데, 일단 그 과정에서 우리가 소극적으로 기다려선 안 된다”면서 “북한과 적극적으로 물밑접촉을 해야 한다. 당장 남북대화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북미관계가 다시 열릴 때면 함께 남북관계도 복원될 수 있지 싶다”고 내다봤다.

이어 “또 한편으로 우리 정부가 북미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면 지금이 트럼프 대통령 측이나 바이든 후보 측의 주요 캠프 인사들을 만나 북미 양측이 만족할 만한 비핵화 로드맵을 마련하는 등 조율을 해 나가야 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우수근 산동대 교수는 통화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대북 밀 지원 등 제한적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거기서 뭔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공개적으로 충분히 의지를 표명했으니 이젠 비공개 차원의 접촉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북한도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만큼 남측의 지원을 내심 바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 교수는 중국이나 러시아 카드를 활용하는 방안을 주문하기도 했는데, “북한은 여러 측면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의 입김이 강하다. 실제 경제적 지원도 받아왔다”면서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의 개선을 도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우리 정부의 새 외교·안보라인에 북한통, 소위 자주파라고 하는 인사들을 세우는 건 좋은데, 중국통이나 러시아통이 전혀 배치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도 남북관계 복원을 최우선에 두고 서훈·박지원·이인영 등 2기 외교·안보라인 진용도 새로 꾸리는 등 북측에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취임 직후부터 작은 교역과 인도적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물론 북한이 태풍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며 미국 대선 추이를 주시하는 점을 감안할 때 연내에 물꼬를 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황해북도 강북리 찾은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태풍 피해 복구를 끝낸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를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2020.9.15[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출처: 연합뉴스)
황해북도 강북리 찾은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태풍 피해 복구를 끝낸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를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2020.9.15[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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