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생활 속 거리두기 이틀째인 7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에 직장인들과 시민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5.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생활 속 거리두기 이틀째인 7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에 직장인들과 시민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5.7

노동관계법령상 병가제도 없어

단체협약·취업규칙 통해 규율만

근로관계서 종합적인 검토 필요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정부가 생활방역 지침으로 ‘아프면 3~4일 쉬기’를 권고하고 있지만 해당 권고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병가제도 또한 제대로 규정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19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월간 노동리뷰 9월호 ‘특집 : 병가제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노동관계법령에는 법정(法定) 병가제도가 규정돼 있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유급병가를 보장하고 있는 곳은 공무원, 대기업, 공공부문 뿐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노동관계법령상 일반 규정으로 질병휴가 및 질병휴직제도에 관해 규정하고 있지 않고, 집단적 노사관계 결정규범인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통해 이를 규율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근로자는 몸이 아파도 마음대로 휴가도 내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콜센터, 물류센터, 사무실 등 다양한 형태의 집단감염으로 번지고 있다. 게다가 방역당국이 올 겨울에 코로나19가 재유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면서 병가제도 도입에 대한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14일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발표와 함께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전략 중 하나로 ‘한국형 상병수당’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에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한다. 또 2022년에는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해 이를 토대로 지급방식, 지원조건 등 구체적인 도입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연구를 진행한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문제는 상병수당 등과 같이 통상 질병의 사회보험적 접근법이 취해진다 하더라도, 노동 현실에서 근로자들이 질병을 이유로 한 휴식제도 활용이 어렵다면, ‘아프면 쉬는’ 문화가 정착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보편적 근로기준으로서 병가제도 도입이 필요한지 여부가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아프면 쉬는’ 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김 부연구위원은 ‘아픈 것을 참으며 일하는 것’을 성실함의 징표로 인식했던 한국사회에서는 이 같은 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적 틀과 관행이 아직까지 형성돼 있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근로자들이 질병 등을 이유로 쉬고 싶어도 제도자체가 미비하거나, 실제로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상병수당 도입 및 실시를 계기로 병가제도를 중심으로 한 근로관계에서의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에 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공공·민간 내지 사업장 규모에 따른 양극화 방지 차원에서는 물론, 남녀고용평등법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법체계의 관점 차원에서도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적으로는 상병수당의 내용과 범위를 고려해 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접근법이 요구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병가제도 도입의 목적과 역할에 관한 정책적 방향성이 수립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병수당 기간 동안의 쉴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것인지, 이와 별도로 단기간의 질병내지 부상에 대한 보호를 목적으로 할 것인지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며 “그 다음으로 노동관계법령 개정을 통해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특고 등을 포섭하기 위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했다.

또한 “이때에는 산재보험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상병수당과 산재보험, 기타 사회보험의 소득보장 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완화된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일대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완화된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일대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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