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0일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구 균형발전비서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청와대 전경 모습.ⓒ천지일보 2020.1.10
청와대 전경 모습. ⓒ천지일보DB

대통령비서실 등 감사 결과 발표

감사원 “정례적인 기관 정기감사”

野 “뚜벅뚜벅 걸어가면 된다” 옹호

[천지일보=명승일, 이대경 기자] 감사원이 청와대를 겨냥한 고강도 감사에 나섰다. 그동안 사퇴 압박을 받아왔던 최재형 감사원장이 정치적 의도를 바탕으로 감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감사원은 17일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 등에 대한 정기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발위)는 작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문재인 대통령 측근인 송재호 당시 위원장에게 전문가 자문료 명목으로 월 400만원씩 총 5200만원을 줬다.

하지만 균발위는 송 전 위원장 후임인 김사열 현 위원장에게 자문료를 지급한 바 없다.

일자리위원회(위원장 문 대통령)도 지난 2017년 6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문 대통령 측근이자 당시 부위원장이던 이용섭 현 광주시장에게 사례금 명목으로 월 628만원씩 총 5513만원을 지급했다.

지난 2018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부위원장을 맡은 이목희 전 민주당 의원에게도 월 641만원씩 총 1억 4099만원을 줬다.

법령에 따르면, 부위원장은 자료수집이나 현지조사 등을 했을 경우에만 국가업무 조력자 사례금을 받을 수 있다.

감사원은 대통령실이 지난 5월 어린이날 기념 영상을 만들면서 법에 규정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용역업체에 5000만원을 지급했다는 감사 결과도 발표했다.

감사원은 “사후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가계약법 11조를 위반해 계약 질서를 어지럽혔다”며 주의를 통보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최재형 감사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2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최재형 감사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25

감사원의 이번 감사를 두고 이례적이란 평가와 함께 최 감사원장의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최 원장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관련 감사와 감사위원 인선 문제 등을 놓고 여권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런 최 원장의 행보를 두고 ‘제2의 윤석열’이 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

하지만 감사원은 18일 “2020년 연초에 수립한 연간 감사계획에 따라 실시한 정례적인 기관 정기감사”라며 “다른 감사결과와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감사원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일 뿐, 이례적으로 이번 감사 결과를 공개한 게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이번 감사를 다른 감사사항과 연관해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야권은 감사원을 옹호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청와대가 특별감찰 운운해도 감사원은 묵묵히 뚜벅뚜벅 가면 된다”면서 “한가위가 다가온다. 정부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감사원 같이만 해라”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감사원은 감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한 것이다. 특히 감사원은 정부 내에서도 야당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이번 감사 결과가 특별히 정치적 편향성으로 나온 건 아니고, 감사원 본래의 역할에 충실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청와대와 감사원 간 파워게임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최 원장의 성품이나 과거 행적을 봤을 땐, 정권 초기라서 눈치를 보거나 정권 말기라서 안 봐주고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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