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스스로 기강을 무너뜨리며 서일병의 휴가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를 두고 “추 장관 보좌관이냐”고 비꼬았다. 상황은 갈수록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정병두 국방장관의 서씨의 병가명령 기록 등이 남아 있지 않다는 발언과 관련해 군 전문가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관리 규정을 어기면 공공기록관리법 위반 등의 처벌을 받는다. 전화나 카톡으로 휴가 연장 신청해서 허락받을 수 있다는 군의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중대, 대대, 연대 등 단계별 보고와 승인절차를 거쳐 연대급 연대통합행정시스템에 원본이 남고 육군본부와 미8군 사령부에 사본이 제출된다는데, 왜 유독 서씨 기록만 남아 있지 않고 휴가 날짜도 제각각으로 기록된 것일까. 원래 군이 이 모양인데 서씨가 재수 없이 걸린 것이 아니라면, 서씨의 휴가는 석연찮게 이뤄졌다는 게 팩트다.

현재 추 장관은 아들의 휴가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고, 군 문서에는 부모가 전화했다고 하고 전화했다는 부모 이름은 추 장관 남편으로 기록돼 있는 상황이다. 추 장관 말처럼 직접 전화 안 했다면 사실 확인과 청탁 논란을 매듭짓기 위해서라도 서씨의 병가연장을 요청한 여성의 목소리를 못 밝힐 이유가 없다.

온 나라가 수주째 이 문제로 소모전을 겪고 군에 다녀온 청년들과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은 불공정한 나라에 분노하고 있다. 서씨 황제휴가 논란과 여당의 발언 이후 국방부와 국민청원에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누구는 뇌출혈 진단을 받고도 휴가 연장이 안 돼 복귀하고 7주만에 ‘신문고’에 하소연해서 겨우 휴가를 받았다는데, 누구는 집에서 통원치료하는 것도 전화 한 통에 휴가 연장을 해줬다니 납득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군에 따르면 휴가명령 관련 ‘인사휴가명령 제0호’가 없으면 모든 휴가는 효력이 상실된다. ‘서일병 구하기’에 나선 군, 여당에서 ‘민주나 정의’는 안 보인다. 그저 내 편이니까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만 타오르는 듯하다. 불공정한 나라를 보며 촛불을 든 민심이 문재인 정부의 법무장관들로 인해 또 촛불을 들고픈 심정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