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신화/뉴시스] 2월 17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임시 병원 시설의 모습.
[우한=신화/뉴시스] 2월 17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임시 병원 시설의 모습.

[천지일보=이솜 기자] 지난해 12월 3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중국 우한의 정체불명 폐렴이 처음 보고된 이후 11일 만에 중국에서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왔다. 당시(1월 11일) 중국의 확진자는 41명이었다.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중국과 세계 전역으로 퍼졌다. 1월 내 한국, 일본, 홍콩, 마카오, 대만,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진앙지는 여전히 중국이었다. 2월 중순 중국에서는 하루 5천여명의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으며 사망자도 200여명이 발생하는 등 확산세를 보이다 2월 말부터는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2월 말부터는 한국에서 확진자가 폭증했으며, 이란과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공중보건 시스템이 불투명한 이란과 고령자가 많은 이탈리아에서는 치명률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등 며칠 만에 한국의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훌쩍 넘어섰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베르가모에서는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신문 부고면만 10페이지에 달하고, 밀려드는 시신을 둘 곳이 없는 등 ‘제2의 우한’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중국과 그 인접국에만 영향이 미칠 줄 알았던 코로나19는 3개월 만에 남극을 제외한 전 대륙에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면서 사실상 ‘대유행(판데믹)’의 서막을 알렸다.

이탈리아가 큰 타격을 입는 동안 바이러스는 유럽과 미국에 손을 뻗고 있었다. 3월 중순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의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압도적이었지만 스페인과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도 확산이 시작되면서 유럽의 누적 확진자 수는 발원지인 중국을 넘어서게 됐다. 3월 말에는 유럽 전역의 누적 사망자 수(15만여명)가 중국의 2배 이상에 달했다. 반면 중국 후베이성에서는 당시 지역 감염 사례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 등 사실상 종식 수순을 밟게 됐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커짐에 따라 강력한 봉쇄와 격리 조치가 이어졌다. 그 결과 3월 말에는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5억명이 집 안에 머물러야 하는 권고와 명령을 받게 됐다. 1차,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전례를 찾기 힘든 조치였다.

현재 최악의 코로나19 국가인 미국은 3월 말 중국의 누적 확진자 수를 넘어서며 세계 최대 감염국이 됐다.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폭증세가 계속됐다. 4월 초 우한에서는 봉쇄 조치가 풀리고 일상에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을 반면 유럽 내 진앙지는 이탈리아에서 스페인으로 이동했고 일본과 러시아에서도 확산세가 시작했다.

이에 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 등 아시아에서 홍역을 치를 동안 서구권 나라들은 이 바이러스를 준비할 충분한 시간과 정보가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한 데 대한 비난도 나왔다.

많은 전문가들은 서구권 국가들 사이에서 이번 발병이 중국이나 아시아인의 문제일 뿐, 반드시 자국 내에서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안일한 의식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알고 있는 많은 것들 곧 전염성이 강하고, 사람 간에 퍼지고, 특정 인구의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 그리고 이를 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것 등은 2월 초에 확립됐다. 그러나 서구권 나라의 정부들, 특히 미국과 영국은 놀랍게도 대응이 느렸다고 CNN은 비판했다.

지난 1월 15일 코로나19 첫 사례가 집계되고 2월 말 집단감염의 조짐이 처음 나타난 미국에서는 지난 3월 16일까지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다. 영국도 첫 사례가 나온 지 두 달 후인 3월 말이 돼서야 폐쇄 등의 조치를 취했다. CNN은 모든 서구권 나라가 영국과 미국만큼 느린 대응에 나선 것도 아니라며 독일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독일에서도 코로나19 환자 수가 급증했지만 보편적인 공중보건 시스템과 광범위한 진단으로 사망자 수는 비교적 적은 수준이다.

4월 말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둔화되는 추세가 보이면서 당장에 봉쇄 완화 조치가 내려지기 시작했다. 유럽 국가에서 바이러스가 주춤할 이 시기에 브라질 등 중남미의 비극이 시작됐다. 터키와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아프리카 등 신흥국에도 바이러스는 들불처럼 번져갔다. 싱가포르에서는 세계 처음으로 ‘2차 유행’이 나타났다.

[샌타모니카=AP/뉴시스] 7월 12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 해변에 사람들이 몰린 모습이다.
[샌타모니카=AP/뉴시스] 7월 12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 해변에 사람들이 몰린 모습이다.

5월에는 브라질, 멕시코, 에콰도르, 페루 등 중남미가 세계 코로나19의 새 진앙지로 떠올랐다. 중남미에서는 유럽이나 미국보다 훨씬 열악한 병원, 빈약한 지원 시스템, 그리고 어려운 경제 탓에 코로나19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유럽과 미국의 재난은 국제 언론에 집중 조명을 받으며 감시됐지만, 중남미의 고통은 전 세계의 시선에서 멀어져 있으며 무관심 속에 던져졌다. 중남미 국가들은 현재까지 세계 코로나19 누적 환자수 1~10위 내 5개 나라를 차지하는 등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다.

6월 전 세계를 코로나19 2차 유행이 도미노처럼 다시 차례대로 강타했다. 봉쇄 완화와 연휴, 축제 기간 등이 겹친 결과는 바로 확진자 증가로 나타난 것이다.

사태 초기 큰 피해를 입었던 이란에서는 3개월 만에 신규 확진자 수가 3천명을 넘어서며 1차 파동 때보다 더 많은 수를 기록했다. 심지어는 중국 베이징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당국은 바로 봉쇄식 관리에 들어갔다.

2차 유행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문제는 미국과 인도다. 미국에서는 6월부터 시작해 7월 중순에는 하루 확진자 수가 7만 7천명을 넘어서는 등 연일 세계 기록을 경신해갔다.

7월 말 각국 코로나19 공식 집계 결과 한 달 동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있다고 보고한 나라는 37개국에 달했다. 미국, 브라질, 인도뿐 아니라 호주, 일본, 홍콩, 볼리비아, 수단, 에티오피아, 불가리아, 벨기에, 우즈베키스탄, 이스라엘 등에서도 발병률이 1차 때보다 높아졌다.

2차 파동에 깜짝 놀란 미국, 스페인, 이스라엘, 이란, 호주, 이탈리아 등에서는 다시 봉쇄 조치를 도입했지만 경제 침체 문제로 처음처럼은 강력할 수 없었다.

8월이 돼도 미국과 인도의 폭증세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5월 이후 하루 사망자로 가장 많은 1500명이 코로나19로 숨졌으며 두 달 넘게 발동한 봉쇄 조치를 푼 인도에서도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인도는 미국이나 브라질과 달리 9월까지 확진자 증가 추이는 완화된 적이 없이 계속 증가세만 보이며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명에 달하는 등 세계 코로나19의 새 진앙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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