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CJ ENM 인상안 채택

업계, ‘압박카드’로 변질 우려

중재안 결정방식도 논란 예고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CJ ENM과 딜라이브 간 벌어진 프로그램 사용료 분쟁이 CJ 측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꾸려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중재위원회의 중재가 다소 한쪽에 편향된 결과로 나타나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과기정통부는 16일 CJ ENM과 딜라이브가 프로그램 사용료를 둘러싸고 벌이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중재위원회를 개최, CJ ENM이 제안한 인상률을 중재안으로 채택했다.

그동안 양사는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률과 산정 방식 등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CJ ENM은 지난 3월 방송사업자들에 일제히 사용료 인상을 요구했고 딜라이브는 이를 거부했다. CJ 측은 5년간 사용료를 동결했다는 근거로 전년 대비 20% 인상을 요구했고 딜라이브는 현재 업계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동결’로 맞섰다.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지난 7월 CJ ENM은 송출 중단을 경고했고 갈등은 더 커졌다. 결국 과기정통부가 직접 중재에 나서 8월까지 양측이 협상을 진행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정부 중재안을 따르기로 했다.

시한인 8월 31일까지 양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과기정통부는 양사와 합의한 대로 9월 1일부로 분쟁 중재절차를 개시했다. 과기정통부는 우선 방송, 경영·회계, 법률 등 각계 전문가 7명으로 분쟁조정위를 구성하고 양사로부터 각각 원하는 인상률을 제안받은 후 서면자료 검토와 두번의 의견청취를 진행했다. 이후 이날 논의를 통해 최종 중재안을 도출하게 된 것.

분쟁중재위 논의 결과 CJ ENM의 사용료 인상률 제안이 타당하다는 입장은 4표, 딜라이브의 제안이 타당하다는 입장은 3표로 나왔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다수가 택한 CJ ENM 인상률을 최종 중재안으로 채택했다. 양사는 약속대로 중재안을 수용했다. 양사가 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비공개를 원한다는 이유로 인상률은 공개되지 않았다.

양측 모두 중재안을 수용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문제는 남았다. 중재안이 양측의 제안을 두고 합의점을 제안했다기보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둘 중 하나의 요구가 관철되는 방식으로 도출됐기 때문이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인 데다 분쟁위 위원들의 결정 역시 4:3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다수결의 방식으로 결론을 내다보니 분쟁 당사자 중 한쪽이 제안한 요구만 받아들여진 모양새가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재라는 이름처럼 양자택일이 아닌 분쟁 중인 양측의 제안을 고려한 수렴안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며 “이 같은 방식은 향후 분쟁 조정시 자칫 갈등을 키우는 기폭제가 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SO 업계는 이번 결정이 향후 사용료 분쟁시 콘텐츠 사업자(CP)들의 압박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케이블 유료방송사업자들의 매출과 가입자는 역성장하고 있는 상황에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CP의 일방적인 요구가 또 그대로 수용될까 두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전국개별SO발전연합회도 성명을 통해 “이번 갈등이 개별SO로 확대될까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대형 콘텐츠 사업자의 일방적인 요구가 개별SO를 또 다른 위기로 몰아넣지는 않을까 두렵다”고 밝힌 바 있다.

과기정통부 측은 “이번 중재 방식에 따라 동결을 주장한 딜라이브와 20% 인상을 요구한 CJ ENM의 요구 격차가 최종 회의에선 상당히 줄어든 상태로 진행됐다”며 “전문가들의 논의를 통해 합리적 제안을 채택하는 방식이란 점에서 분쟁 중재의 선례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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