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한민국을 덮친 코로나19는 정치와 사회, 경제, 교육, 의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변화를 가져왔다. 정치, 경제 상황은 내일을 예단하기 어렵고,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다. 반면 K방역 성과는 대한민국 국격 상승에 기여했고, 전세계 공장가동률 감소로 미세먼지가 사라진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게 됐다. 천지일보는 [코로나&코리아]라는 연재기획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분야별 상황을 정리하고 ‘위드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장애인 인권이 없는 차별적인 코로나 대응,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장애인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장애인 인권이 없는 차별적인 코로나 대응,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장애인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청각·언어장애인 39만8천명

“‘촘촘한’ 지원 체계 필요”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1. 김한정(가명)씨는 표정과 입술 모양을 읽고 의사소통을 하는 청각장애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세가 나타나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다. 현장에는 입 모양을 볼 수 있는 특수마스크가 보급돼 있지 않았고, 수어통역사도 없었기 때문이다.

#2. 가족 없이 홀로 사는 중증장애인 이민정(가명)씨는 평소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는 며칠 전 코로나19 자가격리 통보를 받고 꼼짝없이 집에 고립되고 말았다. 자가격리 상황에서 이씨의 손발이 돼 줄 활동지원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천지일보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를 통해 파악한 실제 사례 중 일부를 재구성한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장애인이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의료현장에서 실행 가능한 촘촘한 감염병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6월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장애인 특성을 고려한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의료계 현장에서 매뉴얼대로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각·언어 장애인의 경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의료기관 등 치료시설로 이동했을 때 의료통역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현장 여건상 지원받기는 쉽지 않다.

특히 의료통역의 경우 의료전문통역사와 의료진과의 호흡을 통해 환자에게 정보전달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감염병 상황에서의 의료통역서비스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데다 전문가들이 턱없이 부족해 이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회원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애인 지원 및 대안 부재와 관련 보건복지부를 규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회원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애인 지원 및 대안 부재와 관련 보건복지부를 규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청각·언어 장애인은 총 39만 8000명으로 전체 장애인의 15.2%를 차지한다. 반면 지난해 한국농아인협회 기준 국가공인 수화통역사는 1817명, 청각장애인 통역사는 769명에 불과하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 활동가인 김철환씨는 “감염병 대응 매뉴얼은 큰 틀에서 어떻게 코호트격리를 할 것인지에 대한 정도 이상으로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예전부터 만들어졌어야 하는데 복지부에서 만들어서 하달은 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전달이 안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매뉴얼은 의료진과 어떻게 협업할 것인지 등 중장기적으로 볼 과제”라며 “그러나 지금 (정부는) 매뉴얼을 긴 시각으로 바라볼 줄도 모르고, 이를 크게 고려하지도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장애단체 활동가들은 무엇보다 의료현장에서의 촘촘한 지원체계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김성연 장추련 사무국장은 “시간이 흐르고 문제가 제기되면서 처음보다는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며 “그러나 여전히 제대로 된 체계를 가져가는 게 아닌 임시방편적으로 매뉴얼을 적용하다 보니 말 그대로 임기응변으로 처리하는 상황이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확한 지침과 체계가 없으니 임기응변식으로 가고, 피해는 고스란히 (대상자들이)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계속 시급하게 상황이 흘러가니 촘촘한 지원체계가 어렵다”면서도 “지금 체계를 만들어 놓지 않으면 코로나19 이후에 다른 상황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체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장애인 인권이 없는 차별적인 코로나 대응,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기자회견'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가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정신장애인에 헌화한 꽃이 놓여있다. (출처: 뉴시스)
26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장애인 인권이 없는 차별적인 코로나 대응,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기자회견'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가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정신장애인에 헌화한 꽃이 놓여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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