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대신 총회 소속 목사들이 지난 10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전광훈 목사 재구속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잇다. (출처:유튜브 너알아TV 캡처)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대신 총회 소속 목사들이 지난 10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전광훈 목사 재구속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잇다. (출처:유튜브 너알아TV 캡처)

예장대신, 지난 2015년 분열

백석과의 통합 추진이 단초

전광훈, 정통성 복원하겠다며

또 다른 예장대신 총회 설립

사실상 같은명칭 다른 교단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대신 목사들이 지난 10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전광훈 목사 재구속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교단 차원에서 전 목사에 대한 지지 성명을 낸 건 처음이라 교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전 목사 재수감을 종교 탄압으로 규정하면서 정부를 비난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11일 예장대신에서 돌연 “10일 사랑제일교회에서 진행된 ‘전광훈 목사 재구속 규탄’ 성명서 발표는 본 교단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일까.

결론을 말하면 이번에 전 목사 재구속 규탄 성명을 발표한 교단은 ‘예장대신’이 맞다. 또 성명을 낸 적이 없다고 주장한 교단도 ‘예장대신’이 맞다. 여기서 문제는 이들이 예장대신이란 명칭을 쓰면서도 한 교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선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목사는 당시 3000개에 이르던 교회들이 소속된 예장대신 교단의 제50회기 총회장이었다. 전 목사는 내부 반발에도 독단적으로 예장백석 총회(당시 총회장 장종현 목사)와 교단을 하나로 합치고 통합을 선언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총회장 장종현 목사)와 대신총회(총회장 전광훈 목사)가 천안 백석대학교회에서 통합총회를 개최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DB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총회장 장종현 목사)와 대신총회(총회장 전광훈 목사)가 천안 백석대학교회에서 통합총회를 개최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DB

예장백석에서는 통합에 대한 찬성 일색이었지만, 예장대신 쪽에서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충돌하며 격한 반발이 일었다. 전 목사가 통합을 선포할 당시 예장대신 쪽에서는 총대들 사이에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지난 2015년 9월 14일 오후 화성시 정남면 수원과학대 신텍스 켄벤션센터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교단과 대신교단 통합총회가 열린 가운데 통합을 반대하는 대신개혁협의회 소속 목사들이 대신총회장으로 진입을 시도하며 찬성측 목사들과 몸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지난 2015년 9월 14일 오후 화성시 정남면 수원과학대 신텍스 켄벤션센터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교단과 대신교단 통합총회가 열린 가운데 통합을 반대하는 대신개혁협의회 소속 목사들이 대신총회장으로 진입을 시도하며 찬성측 목사들과 몸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그럼에도 전 목사는 통합을 강행했고 예장대신은 통합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갈라지게 된다. 

통합 찬성 측이 ‘예장대신’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고 하자 반대 측에선 자신들이 ‘예장대신’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혼선을 피하기 위해 통합 반대 측은 ‘예장대신 수호’로 표기했다. 통합 이후 반대 측은 ‘예장백석 총회와의 통합’ 결의가 무효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6월 법원은 양 교단 통합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예장대신 수호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신’이라는 교단 명칭도 예장대신 수호 측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법원의 통합 무효 판결로 백석·대신 통합 측은 다시 해산 수순을 밟았다. 통합 찬성 측 인사로 구성된 예장대신총회비대위는 당시 성명에서 “판결을 존중하고 백석 교단과의 결별을 선언한다”며 “대신교단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예장대신과 백석과의 통합은 3년여만에 쪼개지게 됐다. 통합이 깨지면서 예장대신 소속 교회들은 공중분해 됐다. 일부는 탈퇴해 처음부터 통합을 반대헀던 예장대신 수호 측에 합류했으며, 일부는 예장백석에 남았다. 잔류한 일부와 백석 측은 교단 명칭을 ‘백석대신’으로 바꿨고(이후 2018년 백석대신에서 백석으로 다시 변경함), 수호 측은 예장대신 이름을 갖고 활동을 이어갔다. 사실상 멀쩡하던 교단이 두개의 교단으로 산산조각난 것이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7일 인천시 계양구 청운교회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대신 통합측) 비상대책위원회가 ‘대신인대회’를 열고 있다. 예장대신비대위는 다음 달 10일 천안 백석대학교에서 개최하는 ‘제53회 정기총회’를 예장대신총회(수호측)와 공동으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비대위원장 박근상 목사가 대신총회 정상화 진행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7일 인천시 계양구 청운교회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대신 통합측) 비상대책위원회가 ‘대신인대회’를 열고 있다. 예장대신비대위는 다음 달 10일 천안 백석대학교에서 개최하는 ‘제53회 정기총회’를 예장대신총회(수호측)와 공동으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비대위원장 박근상 목사가 대신총회 정상화 진행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7

분열의 장본인인 전 목사는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회원들과 예장대신 복원을 의도하는 총회 설립을 추진했고 또 하나의 교단을 만들었다. 2018년 10월 경기 안양시에서 열린 공청회에 참석한 전 목사는 지난 잘못을 바로잡고 처음의 예장대신 총회를 복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 목사 측은 예장대신의 정통성은 자신들에게 있다며 다시 전 목사를 중심으로 총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2019년 7월 5일 복원을 의도하는 예장대신 총회를 설립했다. 

이후 전 목사는 백석대신 교단 탈퇴 결의나 명확한 공고도 하지 않은 채 활동을 이어가는 등 소속 교단 문제로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에 출마할 당시 자신이 예장백석 소속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당시 예장백석 서울동노회장은 “전 목사는 예장 백석 서울동노회 소속이며 최근까지 상회비를 납부했다”고 반박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신임 대표회장 취임식에 참석한 전광훈 목사. (출처: 유튜브 캡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신임 대표회장 취임식에 참석한 전광훈 목사. (출처: 유튜브 캡처)

전 목사가 문재인 대통령 탄핵 주장, 극우적 정치 활동, 막말 논란 등으로 물의를 빚자 예장백석은 그를 면직·제명 시켰다. 이에 따라 전 목사는 예장백석 소속으로서 목회자의 지위를 잃고, 본인이 설립한 예장대신 총회에서의 지위만 남게 됐다.

전 목사는 자신이 예장백석 소속이 아니라며 반발했다. 그는 “제명과 면직 공고는 본인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 행위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면서 “본인과 연관 없는 교단에서 이러한 행위를 한 것은 문제”라며 교단의 조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교계 내부에서는 전 목사를 예장백석 소속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더 높다.  일례로 개신교 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위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성명에서 “전광훈은 이미 소속교단(예장백석)으로부터 목사면직과 제명처리가 되었음에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직을 방패로 삼아 한국교회와 국민들을 우롱했다”고 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전 목사 재구속 규탄 성명을 발표한 예장대신 총회는 전 목사가 설립한 예장대신 총회며, 예장대신 수호 측의 예장대신과는 전혀 다른 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예장대신 총회(총회장 황형식 목사)가 지난 10일 사랑제일교회 앞 기자회견이 교단과 무관하다고 성명을 낸 것도 바로 이러한 배경 때문에서다.

이와 관련 이들 예장대신은 “전 목사는 2015년 본 교단 서울동노회에서 제명됐고 성명서 또한 본 교단의 신학사상과 달라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라면서 “총회장이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는 종교단체가 본 총회와 동일한 명칭을 사용해 정치적 메시지를 발표한 점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더불어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기관을 통해 ‘대신 총회’의 명칭과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단체에 대해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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