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천지일보 2020.3.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씨가 지난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천지일보 2020.3.25

대법양형위, 디지털성범죄 양형 기준안 15일 확정 발표

아동성착취물 제작 최대 29년 3개월 징역형 선고 가능

양형위 운영규정에 따라 적용은 관보 개제 이후부터

조주빈, 이미 관련 재판 진행 중이라 직접 적용은 불가

다만 선고 시 새 기준 참고 가능하다는 대법 판례 존재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대법원 양형위원회(김영란 위원장)가 ‘n번방 사건’ 또는 ‘손정우 사건’과 같이 아동착취 관련 범죄자의 경우 최대 29년 3개월의 징역형에 처하는 양형기준을 마련한 가운데 텔레그램 ‘박사방’의 주범 조주빈의 재판에도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과연 조주빈은 강화된 양형기준에 따라 처벌을 받을까?

16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양형위가 전체회의를 열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안을 확정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다수범·상습범 경우 최대 29년 3개월 징역형 가능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관련 범죄는 가장 엄격한 양형기준이 마련됐다. 성착취물을 제작하는 범죄라면 ▲기본 5~9년 ▲가중처벌 7~13년 ▲특별가중처벌 7년~19년 6개월 ▲다수범 7년~29년 3개월 ▲상습범 10년 6개월~29년 3개월의 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양형은 13세 이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강간죄의 징역 6~9년, 재물취득 목적 13세 미만 악취·유인죄 징역 5~8년보다 기준이 훨씬 강력한 것이다.

그러면서 양형위는 특별가중처벌 요소 8개, 특별감경 요소 5개를 설정했다. 특히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가정 파탄, 학업 중단 등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하면 가중 처벌된다.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 양형은 ▲기본 8개월~2년 ▲가중처벌 1~3년 ▲특별가중처벌 1~4년 6개월 ▲다수범 1~6년 9개월 ▲상습범 1년 6개월~6년 9개월로 설정됐다.

조직적 범행이나 전문 장비·기술을 사용한 범행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경우나 인터넷 등 전파성 높은 수단으로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는 특별가중처벌 사유로 정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유포,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 등은 모두 조주빈에게 적용된 혐의다. 양형기준이 그대로 적용됐다면 조주빈은 최대 29년 3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씨가 검찰에 송치된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시민들이 조씨에 대한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3.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씨가 검찰에 송치된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시민들이 조씨에 대한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3.25

◆조주빈에 새 양형기준 적용 못 해

그러나 답은 ‘그렇진 않다’이다. 이미 구속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는 조주빈의 경우 12월은 돼야 최종 의결될 이번 양형기준의 적용 대상은 아니다.

양형위 운영규정 20조(양형기준의 효력발생시기)에 따라 양형기준은 관보에 게재된 날 이후 공소가 제기된 범죄에 대해 적용한다. 양형위가 계획한 이번 기준안 최종 의결 날짜는 오는 12월 7일이다. 이미 지난 4월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조주빈 사건은 양형기준 적용이 어렵다. 이는 항소심에서도 마찬가지다.

◆담당 재판부, 새 양형기준 참고 가능

그럼 조주빈에게 엄한 판결은 내릴 수 없는 것일까. 재판부가 새로운 양형기준을 참고하는 건 가능하다.

실제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에서 담당 재판부가 발표 전 양형기준을 참고해 선고했더라도 위법하지 않다는 2009년 12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세계최대 아동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24)의 미국 송환을 불허했던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원이 24일 오전 10시 기준 동의 52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천지일보 2020.7.24
세계최대 아동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24)의 미국 송환을 불허했던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원이 24일 오전 10시 기준 동의 52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천지일보 2020.7.24

◆손정우 등 사례 볼 때 약한 판결 쉽지 않을 듯

성범죄자들에 대한 엄한 판결을 원하는 국민적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재판부가 이를 마냥 외면하기도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앞서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는 불과 1년 6개월의 실형을 산 뒤 지난 4월 27일 형기를 다 마쳤다.

미국에서 날아온 범죄인 인도 청구에 따라 인도구속영장이 발부돼 조금 더 수감되긴 했지만, 서울고법 형사20부(당시 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부장판사)가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기각하면서 7월 6일 공식적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손정우가 풀려나자 어마어마한 분노가 쏟아졌고, 석방 결정을 내린 강영수 수석부장판사에게 이어졌다. 당시 강 부장판사는 대법관 후보였는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강 부장판사의 후보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재판부도 강화된 양형기준을 아예 외면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범죄단체조직죄도 중형 영향 가능성

또 조주빈은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죄로도 기소된 상태다. 해당 범죄에 대한 처벌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는 형법 114조에 근거한다. 법의 적용 자체도 중형이 나올 수 있는 범죄에 가능하기 때문에 이 법에 따라서도 조주빈은 더 엄한 판결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근거

1.대법원 양형위원회 운영규정

2.2009년 12월 10일 대법원 선고 2009도1144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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