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자민당 총재가 14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이 결정된 후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스가는 오는 16일 임시 국회에서 일본 총리로 선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뉴시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자민당 총재가 14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이 결정된 후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스가는 오는 16일 임시 국회에서 일본 총리로 선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스가 요시히데 자민당 총재(71)가 오는 16일 일본 총리로 취임한다. 

스가 총재는 이날 소집된 임시국회에서도 자민당 총재 선거와 같이 압도적 지지로 총리 지명을 거쳐 새로운 내각을 출범할 예정이다.

1948년생인 스가 총재는 1973년 호세이 대학을 졸업하고 법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스가 총재는 1987년 요코하마 시의회에 당선돼 1996년 중의원 의석을 확보했다. 2011년 10월에는 자민당 조직 및 선거대책본부장을 역임했으며 2012년 9월에는 자민당 간사장을 맡았다. 또 아베 총리가 복귀한 2012년 12월 관방장관으로 임명된 후 아베 내각을 함께 이끌어왔다. 일본 역사상 가장 오래 일한 관방장관이다.

스가 총재는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보기 드문 당 총재로, 8년 가까이 아베 총리의 오른팔 역할을 해왔다. 또한 자민당 내부의 불협화음을 해소하기 위해 막후에서 조정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선 신뢰… 외교·국방 ‘불투명’

내각에서는 두터운 신임을 얻었으나 스가 총재는 국방장관이나 외교장관을 역임한 적이 없어 외교 능력이 대체로 알려지지 않았다.

외교부문에 있어 스가 총재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일본 외교와 안보의 초석으로 계속 중시하며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천명했다. 아베 신조 총리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1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동아시아 전문가들은 막후 조정 기술로 유명한 스가 총재가 앞서 아베 총리의 통치를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아베 정권과는 미묘하게 달라 스가 정권을 헤아리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미 워싱턴의 보스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의 패트릭 크로슨 교수는 “스가 총재 외교 정책에 대한 웅장한 비전은 ‘불투명’이며 총선에 승리할 만큼 오래 집권하고 싶다면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아베 체제를 유지하도록 도운 자기 자신을 넘어서야 한다”고 분석했다.

◆주목되는 ‘스가노믹스’

스가 총재는 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을 계속하겠다고 밝혀왔으나 전문가들은 이미 몇 가지 차이점을 예상하고 있다. 이날 NHK는 스가 총리의 배경과 평판, 그리고 최근 발언에 따라 ▲지역경제 강화 ▲가격 인하 정치 ▲디지털화 등 세 가지 다른 점을 꼽았다.

먼저 지역경제 강화로는 스가 총재가 일본 북부 아키타현에서 딸기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자란 배경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NHK는 이 뿌리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그의 강한 믿음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시군에 기부하는 사람들에게 세금 감면을 허용하는 후루사토 노제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데 대해서도 자부심을 보였다. 스가 총재는 특히 농촌 지역의 인구가 계속 감소함에도 지방 은행이 너무 많다고 지적해왔다. 따라서 그는 수익성이 낮은 은행을 통합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에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스가 총재는 통신비 인하를 강력히 주장하며 통신회사에게 휴대전화 요금을 40%까지 낮추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NHK는 스가 총리가 다른 공공요금도 겨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스가 총재는 정부의 부채 증가와 일본의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하면서 사회보장법안을 통한 또 다른 소비세 인상 카드를 낼 수도 있다. 그는 앞으로 10년 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가 총리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재정 정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NHK는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전염병이 시작된 이래 디지털화를 촉진하는 게 스가 총재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앞서 일본 정부가 기업과 국민에게 아날로그 식으로 코로나19 보조금을 잘못 분배하자 이는 국민의 분노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연방 정부와 지방 사이 IT 인프라 연결이 구축돼 있지 않은 점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내무부 장관도 역임한 바 있는 스가 총재는 최근 정부 기관을 재정비하고 통합해 디지털 정책을 담당하는 ‘디지털청’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14일 스가 요시히데 자민당 총재가 당 대표 선거와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14일 스가 요시히데 자민당 총재가 당 대표 선거와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지 계파로 내각 꾸려

이날 스가 총재는 자민당 간부와 내각 인선을 결정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과 모리야마 히로시 국회대책위원장,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아소 다로 재무부총리 겸 부총리, 아카바 가즈요시 교통부 장관,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부 장관은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사토 쓰토무 전 총무상은 총무회장에, 시모무라 하쿠분 선거대책본부장은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의 후임으로 기용됐다. 야마구치 다이메이 조직운동본부장은 선거대책위원장에 올랐다. 또 당 간사장에 무소속인 노다 세이코 여성 의원을 임명하기로 했다. 스가 총재를 이어 새 내각의 입이 될 관방장관으로는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이 기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아베 정권 골격을 유지한 것으로, NHK는 “이번 인선은 스가 총재를 지지했던 5개 당내 계파 의원들이 요직을 채우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통제광’ ‘혐한’ 논란多

스가 총재는 일본 언론을 통제하고 아베 전 총리의 부패스캔들을 은폐하는데 일조했던 인물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이날 미국 매체인 더 데일리비스트에 따르면 처음부터 아베 총리의 라인에 섰던 스가는 아베가 정치적으로 부상하자 마찬가지로 권력을 얻게 됐으며, 아베가 2007년 스캔들과 질병으로 사임했을 때에도 닛폰카이기 등 극우단체들의 지지를 얻도록 도왔다. 아베는 이에 힘입어 5년 후 다시 총리를 역임하게 됐다. 이후 역대 최장수 관방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집중된 정보력과 인사권을 통해 언론을 통제하고 관료 사회에서 ‘알아서 긴다’는 손타쿠를 유도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작년 화제가 된 심은경 주연의 일본 영화 ‘신문기자’의 실제 모델인 모치즈키 이소코 도쿄신문 기자의 실제 맞수가 그다.

데일리비스트는 “스가 총재는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대단히 사교적이다. 기자, 정치인, 학계, 관료들과 저녁식사 또는 술자리에 자주 참석하지만 절대 취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아침식사로 그는 기업인, CEO, 경제학자들과 식사를 하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하루에 윗몸일으키기를 100번하고 건강식품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또 이 매체는 스가 총재가 독서광이라며 그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는 농민 출신으로, 생애의 대부분을 그늘에서 활동했지만 권력을 잡았을 때 한국전쟁 등 잔혹하게 통치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관한 소설이라고 밝혔다. 실제 그는 한국에 대해 과거 “안중근은 범죄자”라는 등 강성 발언 때문에 혐한주의자로 간주되기도 했다.

한편 연임일수 기준 역대 최장수 총리직을 역임한 아베 총리는 궤양성대장염이라는 질환이 재발해 지난달 28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스가 총재의 임기는 2021년 9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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