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외교 접견실에서 사법부 인사 관련 행사 중 연설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외교 접견실에서 사법부 인사 관련 행사 중 연설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리처드 닉스 전 대통령 사임을 촉발했던 밥 우드워드의 폭로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위기에 빠졌다.

오는 15일 발간하는 저서 ‘격노(RAGE)’에서 언론인 밥 우드워드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18차례나 트럼프 대통령을 인터뷰하며 들은 내용을 토대로 트럼프의 정치 생명을 끝낼 수도 있는 폭로가 공개될 예정이어서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부른 '워터게이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 우드워드와 18차례나 인터뷰에 응했는 지도 미지수다. 

CNN은 트럼프가 우드워드의 인터뷰를 수락한 것에 대해 재선을 앞둔 트럼프가 미 정계에서 차지하는 우드워드의 독보적 권위를 감안, 그에게 인터뷰를 허락해 자기 입장을 최대한 책에 반영하려 했던 것 같다며,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드워드의 폭로 중 트럼프를 가장 위기로 몰고 온 것은 코로나19에 관한 발언이다.

1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우드워드는 저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1월 말∼2월 초 코로나19가 독감보다 훨씬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위험성을 공개적으로 무시, 미 국민을 오도하고 위협을 은폐했다고 폭로했다.

저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에 코로나19를 보낸 것”이라며 “역겹고 끔찍한 상황”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밥 우드워드의 폭로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위기에 빠졌다(출처: 뉴시스)
밥 우드워드의 폭로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위기에 빠졌다(출처: 뉴시스)

우드워드는 이미 지난 2018년에도 독단적이고 즉흥적인 트럼프식 전략을 비꼬고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을 담은 책 ‘피어(Fear:공포)’를 출간하며 트럼프를 저격했다. 이 책에선 자칫 공포를 자아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문제 해결방식이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의 새로운 저격에 대해 트윗하며 “우드워드 책은 다른 많은 책과 마찬가지로 항상 가짜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우드워드의 폭로로 대선을 코앞에 앞둔 트럼프의 이미지는 추락하고 있다. 가뜩이나 바이든에게 밀리고 있는 트럼프는 이번 폭로로 더욱 코너에 몰렸다.

로이터 통신은 9일(현지시간) 여론조사 기업 입소스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2%가 바이든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응답자는 40%에 불과했다.

트럼프는 2월 7일 우드워드와 인터뷰 당시 “코로나19가 끔찍하다, 너무 쉽게 전염될 수 있다” 등의 말을 했으며 “이건 치명적인 것”이라고 말해 심각성을 일찍부터 인지했다는 게 우드워드의 주장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에 대해 감기에 비유했다.

이번 사건을 접한 미국인들은 큰 실망감에 휩싸였다. 애리조나에 거주하고 있는 현지인 로라(57)는 “나는 공화당 지지자이지만, 초기 대응에 실패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큰 위기를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에게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며 “우드워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많은 공화당 지지자들도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트럼프의 행동을 꼬집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현지시간)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코로나19 속 안전한 개학에 관한 화상 브리핑 후 연설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현지시간)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코로나19 속 안전한 개학에 관한 화상 브리핑 후 연설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13일(현지시간)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667만 6천여명에 달하는 최대 피해국이다. 사망자는 19만  8천여명으로 곧 2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는 미국의 방역 실패를 지적하며 사망자 20만명을 뜻하는 아라비아 숫자 ‘20만’과 검은색을 배치한 강렬한 표지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타임이 붉은색 대신 검은색으로 테두리를 장식한 것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처음이다.

공화당은 이번 우드워드의 폭로에도 불구하고 대선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CNN은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그 어느때보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며 17개 주에 2,000명의 현장 직원들을 급파했으며 자원 봉사자들이 도심과 외곽을 돌아다니며 전화를 걸고 문을 두드리며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은 11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 위스콘신주 오시코시의 위트만 공항에서 열린 선거유세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 위스콘신주 오시코시의 위트만 공항에서 열린 선거유세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출처: 뉴시스)

파우치 소장도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간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파우치 소장은 “온라인으로 하지 않는 트럼프의 장외 유세는 절대적으로 위험하다”며 “현재 일일 신규 감염자 수가 약 4만명에 달하고 사망자도 하루 약 1000명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4개 주가 꾸준히 확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우려했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미국인 사망에 대한 예상을 5000명이 늘어 1월 1일까지 41만 5000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드워드의 내용이 공개되자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거세게 비난했다.

바이든 후보는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몇 달간 우리나라가 직면한 위협에 대해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며 “그는 바이러스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는데도 고의적으로 직무를 유기했다. 미국인에 대한 생사를 가르는 배신”이라고 맹비난했다.

미 감염병 전문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2월 초에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의 대대적인 방역 메시지를 미국인들에게 전달했다면, 수천 명의 미국인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며 정부의 방역 실패를 겨냥했다.

이와 관련, 바이든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최근 “트럼프가 알면서도 미국인을 배신했다”며 “그는 대통령이 다시 되기엔 적합하지 않다. 반드시 11월에 투표로써 몰아내야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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