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0.8.2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0.8.25

배현진 “짜고치는 가증의 눈물 쇼” 맹비난

추미애 “아들, 검찰수사에 최선 다해 응해”

배준영 “검찰수사에 영향받지않겠나” 우려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특혜성 휴가 의혹’에 대한 사과문을 올린 가운데 13일 야권과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오는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앞두고 야권의 비판에 더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유감의 뜻을 밝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추 장관이 처음으로 ‘아들 의혹’ 관련 사과문을 냈으나 일각에선 일종의 회피성 사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법무부 장관은 대한민국 법 정의를 앞서 세우는 ‘정의의 장관’”이라며 “그런 막중한 책무를 진 자가 제 아들만 귀히 여겨 저지른 일이 죄다 들통나니 이제와 바짝 엎드리며 ‘불쌍하니 봐주십쇼’식의 동정을 구걸하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내일 대정부질문만 순탄히 넘겨보자며 대통령과 짜고치는 가증의 눈물 쇼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아들 서 모씨의 ‘황제군복무’ 논란의 본질은 어디 두고 난데없이 교통사고로 장애를 가진 남편을 소환해 가족 신파를 쓰나. 과거 삼보일배로 하이힐에 올라탈 수 없게 됐다는 자기 처지 비관은 지나가던 소도 웃을 구차한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추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며 사과문을 공개했다. 그는 해당 글을 통해 “코로나 위기로 온 국민께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제 아들의 군 복무 시절 문제로 걱정을 끼쳐 드리고 있다”며 이같이 사과했다.

추 장관은 ‘아들 의혹’과 관련해 지금껏 침묵했던 것에 대해선 “법무부 장관으로서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검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들은 검찰수사에 최선을 다해 응하고 있다”면서 “검찰은 누구도 의식하지 말고, 오로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의 명령에만 복무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추 장관은 남편이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점도 소개하면서 “그런데 아들마저 두 다리를 수술 받았고, 완치가 안 된 상태에서 부대 복귀했다”며 “어미로서 아들이 평생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지는 않을까 왜 걱정이 들지 않겠나. 그러나 대한민국 군을 믿고 군에 모든 것을 맡겼다”고 강조했다.

또한 추 장관은 “이제 진실의 시간이다. 거짓과 왜곡은 한 순간 진실을 가릴 수 있겠지만, 영원히 가릴 수는 없다”며 “검은 색은 검은 색이고, 흰 색은 흰색이다. 저는 검은 것을 희다고 말해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러한 추 장관의 사과문이 오히려 해당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에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장관님은 이 건 수사에 대해 보고를 안 받겠다고 하셨는데, 하루 이틀 만에 입장이 바뀌셨는지 적극적으로 페이스북에 쓰셨다”며 “수사관계자들도 이 페이스북 내용을 보거나 보도를 접한다면 수사에 영향을 받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그는 추 장관이 개인적인 가정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선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또 잘 극복해 내시길 함께 응원하겠다”면서도 “다만, 우리가 묻는 것은 법의 문제다. 기회가 평등한지, 과정은 공정한지, 결과는 정의로운지 묻는 것이다. 특히 고위 공직자에게 더 엄한 잣대가 필요한 것임은 장관님도 잘 아실 것”이라고 꼬집었다.

추 장관의 사과문과 관련해선 제대로된 사과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보좌관이 부대 관계자에 전화해 병가처리를 물었다는 보도가 있는데, 전화한 사실은 맞느냐’는 취지로 묻자, 이에 대해 “그런 사실이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미2사단 지역대 지원반장 이모 상사는 지난 2017년 6월 추 장관의 아들 서모씨의 2차 병가 연장과 관련해 ‘부모님께서 민원을 넣으신 것으로 확인’이라고 연대 통합행정업무 시스템에 기재한 사실이 국방부 문건을 통해 밝혀졌다.

그러나 추 장관은 이에 대한 언급은 사과문에 넣지 않았다.

한편 추 장관의 ‘아들 의혹’ 수사는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김덕곤 부장검사)가 담당해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8개월이 넘도록 수사하면서 ‘늑장 수사’ 등 비판 받다가 최근 관련자들을 잇달아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혹이 갈수록 확산하고 여야 간 공방이 치열해지는 상황 속에서 검찰의 신속한 수사로 이달 안에 결론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정기국회 첫날인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제공: 국회)ⓒ천지일보 2020.9.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정기국회 첫날인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제공: 국회)ⓒ천지일보 202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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