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넘게 이어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결론이 나오기로 한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활주로에 아시아나 항공기가 서 있다. (출처: 뉴시스)
9개월 넘게 이어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결론이 나오기로 한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활주로에 아시아나 항공기가 서 있다. (출처: 뉴시스)

HDC현산·금호, 2500억원 반환 두고 소송전 예고

한화, 과거 대우조선 인수 무산 뒤 40% 돌려받아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결렬된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가격의 10%인 250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2500억원의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현산은 지난 11일 공시에서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 계약의 거래종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도인 측의 선행조건 미충족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회사는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의 요구를 법적으로 검토한 후 관련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HDC현산은 그간 아시아나항공 측이 실사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며 인수 무산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금호산업도 계약해제의 책임은 HDC현산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지난 11일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수인인 HDC-미래에셋 컨소시엄이 거래관련계약에 따른 거래종결의무 등을 미이행함에 따라 주주매매계약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계약해제의 책임이 HDC현산에게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금호산업은 현재 HDC현산에 계약금에 대한 질권 해지에 필요한 절차를 이행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금 총 2조 5000억원의 10%인 2500억원을 보증금으로 납부한 바 있다.

앞서 금호산업과 HDC현산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황의 악화로 결국 노딜에 이르렀다.

두 회사의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을 앞두고 과거 ‘노딜’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사례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 건이다. 2000년 출자 전환을 거쳐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가 된 산업은행은 2008년 경영이 정상화된 대우조선을 공개경쟁입찰로 매각을 시도했다. 포스코와 GS, 현대중공업, 한화가 참여한 예비입찰에서 현대중공업과 한화가 본입찰에 올랐다. 이후 6조 300억원을 제시한 한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화는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우선 지급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본계약 체결 연기, 분할납부 등을 요구했다. 결국 기한 내에 매각대금을 내지 못해 2009년 매각 절차가 중단됐다. 산업은행은 기한 내에 최종계약을 하지 못하면 이행보증금을 갖는다는 내용의 양해각서에 따라 한화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한화의 경우 1심과 2심에서 졌지만, 대법원에서 일부 승소하면서 1260억여원과 지연이자를 지급받았다.

동국제강의 쌍용건설 인수 불발도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2008년 8월 동국제강을 쌍용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동국제강은 231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납입했다.

하지만 건설 경기가 침체에 빠지고 쌍용건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동국제강은 인수가격 조정과 인수시기 1년 유예를 요청했다. 캠코는 이를 거부하고 동국제강에 주식매매 양해각서(MOU) 해지를 통보했다. 한화그룹과는 달리 동국제강은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아 이행보증금을 건지지 못했다.

HDC현산 측은 과거 한화의 사례를 염두에 두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측이 자료 제공에 불성실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계약금 일부를 건지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동국제강의 쌍용건설 인수 불발 사례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측이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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