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으로 출석한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가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9.10.04.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가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9.10.04.

법무부, 대검 감찰담당 검찰연구관으로 임은정 검사 발탁

최근 검찰 인사 땐 유임시키다 ‘원 포인트’ 인사로 발령

윤 총장 견제 의도 목소리… 인사 시점 두고 추측 무성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임은정 울산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46, 사법연수원 30기)가 대검찰청 검찰연구관(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령됐다.

검찰연구관인 만큼 원론적으론 윤석열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지만, 감찰부로 간다는 점에서 윤 총장 견제의 성격이 더 강하단 분석이 나온다. 최근의 검찰 정기 인사 대신 ‘원 포인트’ 인사를 한 점에 대해서도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임 부장검사를 이같이 인사 발령했다. 부임은 오는 14일이다.

법무부는 “임은정 검사는 감찰 정책 및 감찰부장이 지시하는 사안에 관한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감찰 강화를 통해 신뢰받는 검찰상 구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임은정 “볼멘소리 알지만 총장 잘 보필하겠다”

이에 임 부장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몇몇 기사들을 보니 대검 연구관은 총장을 보필하는 자리인데 저 같은 사람이 가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검찰 내부 일부 볼멘소리가 있는 듯하다”며 “검찰총장을 잘 보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검 연구관은 검찰총장을 보필하는 자리가 맞다”면서도 “보필은 ‘바르게 하다, 바로잡다’의 뜻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국칠웅의 하나인 제나라 명재상 안영은 군주가 나라를 잘 이끌면 그 명을 따르고, 군주가 잘 이끌지 못하면 그 명을 따르지 아니해 군주가 백성에게 허물을 저지르지 않도록 했다는 역사에서 보필하는 사람의 자세를 배운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2019.10.1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2019.10.17

◆총장 협의 없이 검찰연구관 배정?

임 부장검사의 글에서 보듯 그의 대검 연구관 발령을 두고는 많은 얘기가 오가고 있다.

검찰청법 15조는 검찰연구관이 검찰총장을 보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임 부장검사가 ‘감찰부장이 지시하는 사안에 관한 업무를 담당한다’고 콕 집어서 말했다.

더욱이 윤 총장과의 사전 협의 없이 임 부장검사의 배치가 진행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그간엔 연구관의 배치는 총장의 몫이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를 건너뛴 것이다.

최근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 법무부는 “투명하고 내실 있게 진행된 검찰총장의 의견 청취를 통한 인사”라고 유독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단발성 인사로도 법무부의 이 같은 말은 무색해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과 마찰’ 한동수와 한 팀

윤 총장과 여러번 충돌한 한동수 감찰부장과 함께 일하게 된 점도 많은 분석을 낳는다. 한 감찰부장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과 윤 총장 최측근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의 연관성이 제기된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등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며 마찰을 빚었다.

여기에 임 부장검사 자체도 윤 총장과 부딪힌 일이 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 2018년 검찰 조직 내 성폭력 의혹 감찰이 미진하다며 전직 검찰 간부들을 고발했는데, 서울중앙지검이 본인의 진술조서 등사를 거부하자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당시의 중앙지검장이 바로 윤 총장이었다. 이 일은 조서를 복사해주면서 일단락됐다.

이같이 임 부장검사 개인과 배치된 부서 등을 비춰 볼 때 윤 총장을 보필하러 가는 게 아니라 ‘견제’하러 간다는 해석은 피할 수 없는 일로 여겨진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정기국회 첫날인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제공: 국회)ⓒ천지일보 2020.9.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정기국회 첫날인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제공: 국회)ⓒ천지일보 2020.9.1
 

◆아들 논란 속 단발성 인사 낸 추미애

인사 시점도 말이 나온다. 애초 임 부장검사는 승진 대상 기수라는 점에서 유력한 인사이동 후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이뤄진 검찰 인사에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그리고는 정기 인사가 지난 현시점에 돌연 대검으로 단발성 발령을 냈다.

이 때문에 이 인사가 아들 서모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곤란한 상황에 빠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른바 ‘검찰개혁’ 의지를 계속 드러냄으로써 자신이 개혁을 이끄는 점을 부각하기 위함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 진중권 “역겹다” vs 황희석 “멋지다”

이와 관련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염치가 실종된 나라”라며 “이분, 뼈 하나로 1000그릇을 우려내더니 드디어 그 공을 인정받아 영전하셨다”고 비아냥댔다.

진 전 교수는 이번 인사에 대해 “출세하고 싶으면 권력의 개가 되라는 추미애 장관의 확고한 메시지”라며 “사는 모습들이 그새 참 역겨워졌다”고 비판했다.

“보필하겠다”는 발언에 관해선 “주구장창 윤 총장을 비판하더니 이제와서 보필하겠다고 한다”며 “가증스럽다”고 힐난했다.

반면 법무부 인권국장 등을 지낸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은 “검찰연구관 다수가 임 부장검사보다 제법 후배기수들”이라며 “최근 대검 감찰2과장으로 전보된 검사도 임 검사 보다 후배라, 감찰담당 검찰연구관으로 임 검사가 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뭔 일을 하려면 계급장 이런 것 다 무시하고 일하는 게 맞다. 그게 더 멋지다”며 임 부장검사의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당 창당 발기인대회 사전행사에서 ‘무너진 정의와 공정의 회복’이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2.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당 창당 발기인대회 사전행사에서 ‘무너진 정의와 공정의 회복’이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2.9

◆전부터 감찰부 희망했던 임은정

임 부장검사는 이른바 ‘도가니 사건’이라고 불리는 ‘광주 인화학교 사건’의 공판검사로 유명세를 탔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에서 일하던 2012년 고(故) 윤중길 진보당 간사 재심에서 무죄를 구형하면서 다시 이름을 알렸다.

임 부장검사는 당시의 검찰 상부가 ‘백지 구형’을 하라고 지시했으나, 공판 당일 다른 검사가 법정에 못 들어오도록 출입문을 잠그고 무죄 구형을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으로 정직 4개월 처분을 받은 임 부장검사는 이후 징계취소 소송을 내 대법원까지 가는 공방 끝에 최종 승소했다.

2016년엔 당시 부산지검 윤모 검사가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분실하자 이를 위조해 사건을 처리한 사실이 드러나 제출한 사표를 특별한 진상조사 없이 수리하자 이에 반발했고, 이후 지난해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김수남 전 총장을 비롯해 김주현 전 대검 차장, 당시 황철규 부산 고검장(현 법무연수원 국제형사센터 소장), 조기룡 당시 대검 감찰1과장(현 대구고검 검사)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이 사건은 최근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고, 임 부장검사는 항고를 시사했다.

임 부장검사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17년 9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총장이나 검사장, 차장, 부장 등 간부급을 감찰하고 싶다”며 “직위와 무관하게 문제가 있는 검사는 징계받고, 선의의 피해자는 없게끔 그렇게 (검찰조직을) 바꿔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1월에 이뤄진 인사에서도 그는 “감찰직 공모에 응하긴 했었는데, 아쉽게도 제가 좀 부족했나보다”며 불발된 소식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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