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에서 갑자기 통신비 2만원 지급이 결정됐다. 물론 사전에 조율돼서 청와대 회동을 극적으로 활용한 측면이 강하지만, 이 소식을 듣는 국민의 심정은 그리 편치가 않다. 비록 2만원이긴 하지만 13세 이상의 모든 국민에게 지급한다면 거의 1조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하다. 적은 돈이 아님에도 그동안 그들끼리 은밀하게 논의하면서 적절한 타이밍을 노렸다는 점에서 그 의도부터 건강치 못하다.

그동안 2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 정부와 민주당은 1차 때의 전 국민 대상에서 선별적 지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그리고 정부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할 만큼의 재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번에 1조원 가까운 돈은 무엇인가. 정부와 민주당의 논리대로라면 그 1조원도 더 어려운 사람에게 더 많이 가야하는 것 아닌가.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이 없다던 정부는 1조원쯤은 어떻게 지원하든 별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정부와 민주당의 통신비 지원은 명분도 실리도 약하다. 말 그대로의 ‘포퓰리즘’ 정책에 가깝다. 어려운 사람들이 먼저라면 단 얼마의 돈이라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집중돼야 한다. 그것이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며, 정책에 대한 신뢰는 그 위에서 만들어 진다. 그럼에도 느닷없이 13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소비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울뿐더러 정부와 민주당의 ‘생색내기’처럼 보일 뿐이다. 혹여 2차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에 돌아선 민심을 달래기 위한 ‘푼돈의 꼼수’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이런 점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말한 전 국민 독감(인플루엔자) 무료 예방접종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 정부도 밝혔듯이 가을로 접어들면서 코로나19와 독감이 겹치는 설상가상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른바 ‘K-방역’을 더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도 전 국민 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더 명분 있고 효과도 더 크다. 코로나 확산 방지에도 도움이 클 것이며, 비용도 더 절감된다. 그리고 독감 백신이 당장 부족하다면 시간을 두고서 접종의 순서를 정하면 될 일이다.

아무튼 코로나와 독감을 우려하는 정부와 민주당이 갑자기 통신비 2만원을 꺼내든 것은 엉뚱하다 못해 쉬 납득이 되질 않는다. 유력 통신사와도 조율을 거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코로나 정국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만큼 포퓰리즘 냄새가 너무 강하다. 중요한 것은 명분도, 효과도 별로 기대할 것이 없는데도 왜 스스로의 원칙까지 흔들고 있는지가 답답하다는 점이다. 아니길 바라지만 2차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에 대한 반발 여론을 무마하려는 ‘푼돈의 꼼수’라면 코로나 극복에 협력하고 있는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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