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헌법 제11조 제1항을 보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해 평등권과 평등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해, 비록 혼인과 가족생활에 한정하나 양성평등을 규정해 남녀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의 평등권과 평등원칙을 구체화하기 위해 평등에 관한 법률들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1995년 제정된 양성평등기본법이 있다. 이 법률 전에는 1987년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이 있다. 이 법률은 2007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로 법률명이 변경돼 시행되고 있다. 이 외에도 2001년에 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은 평등권 침해행위를 차별행위로 규정해 평등권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렇게 헌법의 평등권을 구체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 상당히 많다.

헌법은 법 앞에서 모든 국민의 평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다른 조항에서 합리적 차별을 통해 실질적 평등을 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31조 제1항을 보면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해 능력에 따라 교육의 내용을 달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균등하게 교육을 받지만, 교육의 내용에서는 차등을 두어 능력에 따른 교육을 받게 해 합리적 차별을 인정하고 있다.

헌법 제32조 제3항은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4항은 “연소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제5항은 “국가유공자·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우선적으로 근로의 기회를 부여받는다”라고 해, 근로권에서 여성과 연소자를 특별하게 보호하고 국가유공자 등에 대해서는 근로의 기회에 있어서 우선권을 규정함으로써 차별을 인정하고 있다.

헌법은 평등권과 함께 평등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원칙에는 예외가 있고 평등원칙에도 당연히 예외가 있다. 헌법이 모든 영역에서 성별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남녀평등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여성할당제나 여성고용촉진제를 운영했다. 그렇지만 여성우대제도가 남녀평등의 본질을 해칠 정도로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헌법의 평등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고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는 2000년대부터 시작됐다. 실정법에는 평등을 구체화해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들이 상당히 있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 사회는 차별금지법 제정 문제로 논란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차별 문제는 이런 것이다.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특정 종교단체에는 증·개축을 허용하고 다른 종교단체에는 허용하지 않는다거나, 대기업에 유리하게 정책을 추진해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을 홀대하는 것 등이다. 차별이 관련 법률을 제정한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으며 해결해 줄 수도 없다. 차별금지법보다도 차별의식을 없애는 교육과 캠페인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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