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스턴세일럼=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윈스턴세일럼=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밥 우드워드, 신작 ‘격노’서 폭로

트럼프 대통령 18차례 인터뷰 내용

“코로나 위협 잘 알지만 축소 발표”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말~2월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독감보다 훨씬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공개적으로는 이를 경시하면서 국민을 오도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이 오는 15일 발간 예정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를 입수해 보도한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7일 우드워드에게 “이것(코로나19)은 치명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는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0여명에 그치고 사망자는 한 명도 없던 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일찍부터 바이러스의 위협에 대해 놀라운 수준의 세부사항을 알고 있었으며, 우드워드에게 코로나19는 독감보다 5배나 더 치명적이라고 알려줬다.

이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바이러스는 곧 사라진다”며 “모든 게 잘 풀릴 것”이라고 한 주장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6일에는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0’에 근접할 것”이라고 발언했으며 다음날엔 “바이러스가 기적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2월 29일에는 “모든 것이 통제되고 있다”, 3월 9일에는 바이러스를 독감과 비교하며 “생활과 경제는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에게 대중에게 코로나19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고의적으로 숨겼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3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 코로나19로 인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음에도 “나는 항상 그것을 과소평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이 나라의 치어리더다.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사람들이 겁먹지 않기를 바란다”며 “공황을 일으키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축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당시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젊은층에게도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오늘과 어제 놀라운 사실이 몇 가지 나왔다. 나이든 사람만이 아니라 젊은이들도 (확진자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5일 공식석상에서는 “아이들은 거의 면역이 됐다”며 또 반대 주장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중국 여행을 제한했지만, 3월까지 마스크 등 필수 개인보호장비를 조달하거나 환기 장치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연방자원을 투입하지 않았다. 심지어 미국 관리들은 일선 의료진의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민들에게 4월까지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3일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여전히 코로나19를 과소평가하며 바이러스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틀 후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와 관련 “끔찍한 일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으며, 4월 13일에는 “그것은 너무 쉽게 전염된다. 당신은 믿지도 않을 것”이라고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지도력에 대한 현직 관료들의 평가도 담겨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두고 “방향성이 없다”며 “그가 집중할 수 있는 지속 시간은 ‘마이너스 숫자’와 같다”고 평가했다. 또 “그(트럼프)의 유일한 목적은 재선”이라고도 비판했다. 그러나 파우치 소장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이 발언에 대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CNN은 “전문가들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2월 초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축소하는 대신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손을 씻으라는 일관된 메시지와 함께 결단력 있게 행동했다면 수천명의 미국인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책 내용과 관련, 자신의 코로나19 대책을 옹호하고 공황상태를 조성하고 싶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는 “패닉을 줄이기 위해 말했다면 아마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며 “팩트는 내가 이 나라의 치어리더라는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나라나 세계를 광란 속으로 몰아넣지 않을 것이다”며 “우리는 자신감을 보이고 싶다. 힘을 발휘하고 싶다”고 말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대해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오도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코로나19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음을 보여준다”고 1월 31일 중국 여행을 제한한 조치를 언급, 당시 일부 민주당원들이 이 조치를 비난했다고도 덧붙였다.

‘격노’는 작년 12월 5일부터 올해 7월 21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우드워드와 18차례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고받은 편지 20여통을 포함해 입수된 노트, 이메일, 일기, 달력, 기밀문서와 인종, 북한, 외교, 안보 등 2년 동안 발생한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번 책은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이자 WP 부편집장인 우드워드의 2018년 베스트셀러 ‘공포(fear)’의 후속작으로, ‘공포’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을 고발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공포’를 맹비난하면서도 우드워드에게 자신의 입장은 빼 놓았다고 불평했고 이에 따라 이번 ‘격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뷰가 이뤄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14일 트위터에 “우드워드의 (이번) 책은 다른 많은 책들이 그랬던 것처럼 ‘가짜’가 될 것이다”고 선제공격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우드워드와의 최종 인터뷰에서 말한다. “바이러스는 나와 상관없다. 내 잘못이 아니다. 중국이 빌어먹을 바이러스를 내보냈다.”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402만 8283명, 사망자 6만 7666명을 기록한 날(7월 21일)이었다. 

우드워드는 18번의 인터뷰를 마친 후 다음과 같이 책을 마무리한다. “트럼프는 ‘문 뒤의 다이너마이트’다. 그 일(job)에 맞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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