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한민국을 덮친 코로나19는 정치와 사회, 경제, 교육, 의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변화를 가져왔다. 정치, 경제 상황은 내일을 예단하기 어렵고,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다. 반면 K방역 성과는 대한민국 국격 상승에 기여했고, 전세계 공장가동률 감소로 미세먼지가 사라진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게 됐다. 천지일보는 [코로나&코리아]라는 연재기획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분야별 상황을 정리하고 ‘위드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 씨의 법률 대리인인 현근택 변호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서모 씨의 부대 배치 관련 청탁이 있었다고 언급한 당시 주한미군 한국군지원단장과 해당 발언의 녹취 내용을 보도한 방송사 SBS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한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9.09.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 씨의 법률 대리인인 현근택 변호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서모 씨의 부대 배치 관련 청탁이 있었다고 언급한 당시 주한미군 한국군지원단장과 해당 발언의 녹취 내용을 보도한 방송사 SBS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한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9.09.

한해 고소·고발 접수 70만건

정치인도 국면전환으로 활용

전광훈, 정은경 살인죄 고발도

“자력구제 이끄는 사회가 문제”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접속하면 하루에도 여러 번의 고소·고발 뉴스를 접할 수 있다. 한국 사회가 고소·고발의 ‘천국’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큰 화제가 된 고소·고발건은 바로 광화문집회에 참석했던 일부 보수단체들이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을 살인죄 혐의 등으로 고발한 내용이었다. 정치방역고발연대·공권역감시국민연합·자유민주국민운동·공권력피해시민모임 등은 정 본부장을 지난 4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직권남용, 강요 등 6개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짜 영웅 정 본부장은 정치방역의 앞잡이가 돼 국민을 코로나19 공포로 몰아넣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며 “코로나 확산 초기 전문가들이 중국발 입국을 제한하라고 했지만 정 본부장은 이를 정치적 의견으로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중국발 입국을 막지 않은 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보석이 취소돼 최근 재수감된 전광훈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사랑제일교회도 지난달 26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직권남용과 강요죄 등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김현숙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업무개시명령 위반 전공의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8.28.
김현숙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업무개시명령 위반 전공의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8.28.

정부가 직접 고발하는 일도 많이 늘었다. 최근 정부는 공공의대 도입 등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전공의들을 고발했다가 극적인 의정 합의로 취하하는 일도 있었다.

또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수많은 시민들이 정부에 의해 고발됐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개인에 대한 고소·고발이 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진단검사 방해 등의 이유로 광화문 집회 참여자들에 대해 여러 차례 형사 고발할 뜻을 전했다.

고소·고발엔 정치인이 빠질 수 없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8일 “전체 신고 재산액의 60%에 달하는 11억 2000만원의 현금성 자산을 신고 누락한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최근 가로세로연구소나 조선일보 기자 등을 상대로 여러 건의 고소를 진행 중이다. 조 전 장관 딸이 ‘세브란스 병원에 인턴을 요구했다’ ‘고가의 외제차를 끌고 다닌다’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주장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은 불륜설 등을 온라인에 유포한 19명을 정보통신방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또 추 장관의 아들 서모씨 측은 군 훈련 수료식날 부대배치 청탁을 했다고 주장한 A대령과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종배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대표가 9일 서울 대검찰청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9.09.
이종배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대표가 9일 서울 대검찰청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9.09.

반대로 추 장관과 조 전 장관이 고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지난달 30일 조 전 장관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 등의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또 국민의힘은 추 장관과 아들 서모씨, 추 장관의 보좌관 등을 군형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코로나19 사태 속 증시 재반등으로 돈을 만진 증권사들도 액수가 조 단위에 이르는 소송에 휩쓸리기도 했다.

현 세태는 조금의 의혹이라도 발생하면 일단 고발하고 보는 풍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검찰청의 고소·고발사건 접수현황에 따르면 2019년엔 77만 2040명이 고소되거나 고발됐다. 고소 사건의 경우 2010년부터 비교해 볼 때 전년 대비 건수가 적은 해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고소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19년 65만 1804명의 고소건수는 지난 10년간 최다 기록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고소 내용 중 불기소도 36만 9180명에 달한다. 절반이 넘는 숫자다. 고발 건수까지 하면 77만 2040명 중 43만 1325명, 약 55.8%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검찰이 처리한 고소사건 현황. (출처: 대검찰청 통계시스템) ⓒ천지일보 2020.9.9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검찰이 처리한 고소사건 현황. (출처: 대검찰청 통계시스템) ⓒ천지일보 2020.9.9

이 같은 사회현상에 대해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장(국립인천대 교수)은 “사회·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국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높고, 국민간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라며 “검찰·법원을 믿어서라기보다는 국민이 고소고발을 자력구제 수단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그 증가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어 “법철학적으로 결국 ‘빵’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만큼 국민 삶이 힘들고, 경제 불황이 심해지면 고소·고발이 더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민사와 형사의 영역이 중첩되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재산 관련 사건의 경우 민사 분쟁을 쉽게 해결하기 위해 형사고소를 이용하는 관행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그는 법조인들이 앞장서서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사에서 분쟁을 해결하려면 개인이 준비해야할 부분이 많지만, 형사 고소가 들어갈 경우 수사기관이 복잡한 문제를 담당하기에 개인이 훨씬 편해진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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