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우울.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장기화에 분노·공포 감정 증가 추세

전문가 “서로 감싸주고 신뢰하는 자세 필요”

[천지일보=손지하 인턴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사람들이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확산한 지도 벌써 약 7개월이 됐다. 사람들은 코로나19가 진정과 확산을 반복하며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방역 수칙으로 외출·만남 등 행동 제약이 생겨 마음에 우울감이 생기는 것을 의미하는 이른바 ‘코로나 블루’도 겪고 있다.

게다가 일부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코로나19 2차 유행이 시작됐다는 인식에 따라 생긴 불신·혐오의 감정으로, 화를 참기 어려운 단계를 뜻하는 ‘코로나 레드’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한달새 분노는 2배, 공포는 3배로 상승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이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1차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뉴스에서 어떤 감정을 가장 크게 느끼는가’를 고르도록 한 결과, 지난달 초 대비 분노는 11.5%에서 25.3%로 증가해 2.2배, 공포는 5.4%에서 15.2%로 상승해 2.81배가 됐다.

반대로 가장 많이 선택받은 불안은 62.7%에서 47.5%로 15.2%p 하락했고, 슬픔의 경우는 1/3 수준으로 감소했다.

감정을 느낀 이유나 계기를 간단히 적어달라는 개방형 질문에서, ‘분노’를 선택한 응답자의 답변에는 “비협조” “집단 이기심” “무분별” “무책임” 등이 “8.15 집회” “사랑제일교회” “정부의 안일한 대책” “잘못된 정보를 공유하는 언론(기레기)” “정부에서 코로나를 방심하는 것” 등의 지칭과 함께 빈번하게 등장했다.

‘공포’를 느꼈다는 사람들의 답변에는 ‘확진자 후유증’ ‘확진자 증가’ 등이 공통으로 나온다.

“코로나로 죽을 수 있다” “후유증이 남는다” “감염자가 너무 많이 발생” “모든 사람에게 감염될 것 같다” “바이러스 모양도 무시무시하고 전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다른 곳으로 피할 곳도 없으며 치료제도 없음” “소리 없이 퍼지고 겪은 사람의 증상을 들으니 더 공포스럽다” 등이 일부 사례에 해당했다.

이 외에도 “3단계 기준이 다가와서” “이대로 가다가는 모든 것이 멈춰버릴 것 같은” “경제적으로 너무나 불안” 등 경제 위축과 생계 문제가 공포의 이유로 꼽혔다.

코로나19 뉴스와 정보에서 주로 느낀 감정. (출처: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제공)
코로나19 뉴스와 정보에서 주로 느낀 감정. (출처: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아울러 연구진은 코로나19 정신건강과 관련한 실제 경험의 빈도를 조사했다. 문항별 빈도는 ▲일이나 생활에서 자유가 제한됨 55.0% ▲걷기 등 신체활동 감소 50.9% ▲정서적으로 지치고 고갈됨을 느낌 39.3% ▲실제로 우울감을 느낌 38.4% 순이다.

이 외에도 ▲중요한 일정(결혼식, 시험, 취업)이 변경·취소 32.4% ▲실제로 체중 증가 25.8% ▲중요한 목표를 실현하지 못함 16.6% ▲사생활이 침해되는 경험을 함 13.6% ▲중요한 관계로부터 분리되는 경험을 함 10.6% 순이다.

응답자의 91.5%가 9개 중 하나라도 경험했다고 답했고, 하나도 경험하지 않았다는 답변은 8.5%에 불과했다.

◆전문가 “취약층 위한 지원안 필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됨에 따라 심리적 방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올해는 장마, 태풍 같은 자연 재난까지 겹쳐 관련 증상이 커지기 쉬운 시기인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출처: ‘[서울대국가전략위원회 코로나19 사회연구팀, 코로나19 Talk] 불안과 분노, 코로나블루, 재난심리와 사회적 위험인식’ 유튜브 영상 캡쳐)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출처: ‘[서울대국가전략위원회 코로나19 사회연구팀, 코로나19 Talk] 불안과 분노, 코로나블루, 재난심리와 사회적 위험인식’ 유튜브 영상 캡쳐)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교수는 서울대국가전략위원회 코로나19 사회연구팀 영상에서 “사람들은 확진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그 후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을 비난, 확진된 순간 그만둬야 하는 일들로 인해 받게 될 피해, 자신의 정보가 고스란히 공개돼 당하게 될 인권·사생활 침해를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이미지는 답답함, 고립, 무서움”이라며 “각자가 영위하던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코로나19로 인해) 감당하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에 대해 느끼는 감정으로 불안이 지배적인 가운데 그다음으로 분노가 많다”며 “처음에는 분노가 ‘코로나19에 많은 사람이 희생되는 것’에 대한 분노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분노의 대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가격리 규칙을 어기거나 생활 방역 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자들에 대한 분노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만큼 스트레스 취약 집단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을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고용·임금의 영향을 받거나 일자리를 잃은 사회적 취약층에 대한 지원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등 상대적으로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을 위험한 잠재적 슈퍼전파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감싸주는 연대와 신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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