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여당 대표로 선출된 후 처음 가진 지난 7일의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은 2년 전 이해찬 전 대표와는 사뭇 달랐다. 그 연설 내용에서도 그렇지만 38분의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본회의장 분위기나 야당의 반응도 크게 달랐던 것이다. 그 동안 자주 발생했던 조롱이나 야유가 일체 없었으며, 연설 도중 야당의원 석에서 박수도 간간이 이어졌던 것이다. 이는 2018년 9월 4일 있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첫 국회 연설과는 극한적인 대조를 이룬다.

당시 이해찬 대표는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나라다운 나라’는 “국민의 자유와 안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는 나라, 국민의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는 나라, 더 정의롭고 공정한, 그리고 중앙과 지방이 함께 잘 사는 나라”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국회는 국민을 위한 협치를 최우선가치로 둬야한다”고 역설했지만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서는 “민생은 외면하고 희망은 빠진 그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밀어붙이기일 뿐”이라 비판한 적 있듯 그 후 이해찬 여당대표 체제하에서 발생한 정치적 사건들은 식물국회상 동물국회상을 다 보여줬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이번 국회 첫 연설은 노련하고 유연했다. 코로나 적극 대응, 코로나 이후의 대전환과 국가․사회의 미래 설계 등 국정의 중요부분을 짚으면서도 야당에게도 울림 있는 말을 던졌다. 국민과 여야가 함께 이익되는 윈(Win)․윈(Win)․윈(Win)의 정치 시작을 제의했으니 한마디로 ‘우분투(Ubuntu) 정신’이다. 우분투는 아프리카 반투족의 언어로 해석하면 ‘당신이 있어야 내가 있다’는 의미로 즉, 상대와의 상생․협력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있은 이 대표의 연설로 이해찬 전 대표 체제하에서 꿈도 꾸지 못했던 여야의 상생협력의 물꼬가 트이려하면서 그야말로 국민이 이익되게 하는 정치 순풍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평가다. 사실 정당이 존재하는 근원은 국민이익이 되도록 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 여야가 존재하는 것인즉, 어찌 보면 이 대표의 제의가 당연한 수준이라 하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런 당연한 일도 실천되지 못했던 여야관계이고 못난 정치였으니 국민의 정치 불신은 당연시됐던 것이다.

차기 대선 여당후보로서 중량감 있는 이 대표의 여야 상생협력에 관한 원칙 있는 협치 기조는 분명하다.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는 한 대화로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는 강조는 야당과의 협력에 있어 기준선 제시다. 즉 상식선의 정치를 하자는 것인바, 여당이 야당과의 협치를 잘 지키느냐. 그 기준선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것인가가 관건이다. 어쨌거나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당신이 있어야 내가 있다’는 ‘우분투’ 정신은 꼭 지켜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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