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뮬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등장인물의 분장(오른쪽)에 대해 “실제 중국 문화의 반영이라기 보다는 중국에 대한 서구의 고정관념을 반영한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출처: 디즈니, 뉴시스)
영화 뮬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등장인물의 분장(오른쪽)에 대해 “실제 중국 문화의 반영이라기 보다는 중국에 대한 서구의 고정관념을 반영한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출처: 디즈니, 뉴시스)

디즈니 리메이크 영화 정치화

“서양서 먹는 이상한 中음식”

유역비 발언·신장 촬영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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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이솜 기자] 중국 남북조 시대의 여성 영웅인 화목란의 실화를 토대로 한 디즈니 최초의 동양 주인공 뮬란. 1998년 개봉된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실사 영화가 개봉한 가운데 온갖 논란에 휩싸였다.

대표적인 논란은 세 가지인데 주연 배우 류이페이(유역비)의 친중 발언과 제작진들의 중국·아시아 문화에 대한 몰이해, 중국 내 인권 유린의 장소로 알려진 신장에서 촬영했다는 점이다.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뮬란은 중국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했지만 이제 관람객 후기가 나오면서 조기 흥행이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억 달러의 예산을 들인 뮬란은 디즈니의 가장 비싼 리메이크 영화 중 하나로, 여성이 감독한 영화 중에서도 가장 많은 예산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이미 중국에서는 뮬란의 해적판(불법 복제판)이 널리 보급돼 있다며 이를 시청한 사람들의 리뷰가 5만건 이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리뷰 사이트에서는 10점 만점의 평균 4.8점을 받았고, 사용자 중 90%가 5개 중 3개 이하의 별을 주는 등 혹평을 하고 있는데, 평론가들도 평탄한 캐릭터와 앞뒤가 맞지 않는 싱거운 스토리를 지적하고 있다고 SCMP는 설명했다.

리뷰사이트와 SNS에 따르면 많은 네티즌들은 이 영화가 특정 중국 문화 요소를 다루는 방식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관객은 중국 리뷰 사이트에 “서양의 중국 음식점에 가서 꽤 이상한 중국 음식을 먹을 때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다른 중국 네티즌들은 일부 등장인물의 분장에 대해 “실제 중국 문화의 반영이라기 보다는 중국에 대한 서구의 고정관념을 반영한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는 원작 애니메이션과 달리 작가진 중 동아시아계가 한 명도 없다는 앞서 나온 비난과 연계되는 것이다.

7일(현지시간) 가디언의 한 홍콩 기자는 “새 뮬란은 이제 엄청나게 다른 정치 지형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표면상으로는 할리우드가 중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탐구할 기회를 놓친 것으로 중국 민족주의에 대해 혼란스럽고 깊이 없는 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애니메이션 뮬란에 대해 홍콩에서 자란 중국 본토 이민자의 딸로서 자신의 복잡성을 반영한 영화였다며 (군대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가족을 자랑스럽게 만들려는 압박감을 주제로 한 독특한 패키지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1998년 뮬란의 중국계 시나리오 작가 리타 시오의 존재는 잊혀진듯 하다”며 “그녀는 영화 내내 광둥 문화에 대한 묘사를 미묘하게 삽입하면서 이 영화의 이민 2세대와 3세대의 경험에 대한 영화의 감각을 창조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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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에 따르면 뮬란을 본 아시아 관객들의 가장 흔한 불만 중 하나는 ‘기(氣)’에 대한 묘사다. 뮬란에서는 영웅이 소유하는 마법의 힘을 ‘기’라고 하는데, 뮬란이 남장을 하고 있을 때에는 기가 제한됐다가 변장을 벗어 비로소 자신을 나타낼 때 ‘기’의 잠재력이 나타난다.

한 네티즌은 지후(중국의 질의응답 사이트)에 “중국 배경의 서양 영화”라며 뮬란의 ‘기’를 본질적으로 스타워즈의 ‘포스’와 같은 묘사를 했다고 꼬집었다.

가디언 기자 역시 “가장 거슬리는 점은 이 영화의 네 명의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들이 우리의 주인공에게 결점을 벗겨주고 대신 신비로운 ‘힘’을 부여한 결정”이라며 “이를 위해 그들은 ‘호흡’ 또는 ‘공기’로 번역되는 ‘기’라고 알려진 중국 문화의 한 요소의 용도를 변경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화에서 이 ‘기’는 뮬란에게 초인적인 힘을 준다며, 군인으로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원작 애니메이션의 설정과 달리 새로운 뮬란은 이미 전사처럼 칼을 휘두르고, 날기도 하는 등 준비돼 있는 캐릭터임을 지적했다.

아시아 문화 이해도의 부족과 함께, 디즈니는 심각한 인권 유린이 빚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신장 지역에서 뮬란을 촬영한 것으로 나타나 비난을 받고 있다.

8일 논란이 된 디즈니 엔딩 크레딧 화면. 디즈니가 감사 인사를 전하는 명단에 신장 지역 투루판의 공안당국 및 중국 공산당중앙위원회 신장위구르자치위원회 홍보부(publicity department of CPC Xinjiang Uyghur Autonomy Region Committee) 등이 포함됐다고 알려지면서 비난이 나오고 있다. (출처: Jeannette Ng 트위터)
8일 논란이 된 디즈니 엔딩 크레딧 화면. 디즈니가 감사 인사를 전하는 명단에 신장 지역 투루판의 공안당국 및 중국 공산당중앙위원회 신장위구르자치위원회 홍보부(publicity department of CPC Xinjiang Uyghur Autonomy Region Committee) 등이 포함됐다고 알려지면서 비난이 나오고 있다. (출처: Jeannette Ng 트위터)

BBC는 이날 뮬란 영화 마지막 크레딧 장면에 신장위그루 자치구 공안·선전 당국에 대한 감사가 나왔다며 이같이 전했다. 신장 위구르는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인권 탄압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특히 크레딧에 나온 보안 기관은 위구르인들이 구금돼 있는 중국의 ‘재교육’ 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문가 에이드리언 젠츠는 디즈니를 ‘집단 수용소의 그늘에서 이익을 보고 있는 국제 기업’이라고 비난했다.

8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현지 언론도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며 기대를 모았던 뮬란이 내용이 아닌 크레딧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디즈니가 ‘뮬란’ 스캔들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앞서 뮬란역을 맡은 류이페이는 작년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라’며 홍콩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을 지지하는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으며, 이는 영화 보이콧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날 기준 뮬란의 미국 영화 평점 전문사이트에서의 로튼 토마토 지수는 77%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조사업체인 센서 타워의 잠정 집계치를 인용해 지난주 디즈니+ 앱 다운로드 건수가 89만회에 달했으며, 앱을 통한 유료 상품 구매도 1200만 달러로 전주보다 193%나 급증했다고 전했다.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한국 등 디즈니+ 미출시 지역에서는 뮬란을 극장 개봉하지만 미국 등에서는 4일부터 디즈니+를 통해 개봉했다. 한국에서는 언론시사회 없이 오는 1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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