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툼=AP/뉴시스]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북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옴두르만 마을에서 주민들이 침수 도로 주변에 모여 있다.
[하르툼=AP/뉴시스]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북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옴두르만 마을에서 주민들이 침수 도로 주변에 모여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아프리카 북동부에 있는 수단에서 전례 없는 폭풍과 홍수가 발생하면서 나일강 수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 인명피해가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정부 인도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수단에서는 7월 중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 이래 최소 102명이 숨지고, 46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 50만 6천명 이상이 홍수로 피해를 입었으며, 이중 11만명 이상은 9월 첫째 주 동안 피해를 입었다. 전국적으로 10만채 이상의 주택이 파괴돼 수천명의 사람들이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됐다.

이에 수도 정부는 지난 4일 3개월 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나일강의 수위가 계속 상승하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2천년 역사의 고대 유적지가 물에 잠길 위험에 놓였다고 이날 고고학자들은 밝혔다.

마르크 마요 수단 고대유물관리국 고고학부장은 “2천년 된 메로이 제국의 왕족 도시였던 알바즈라위야 유적지에 모래주머니 벽을 설치하고 물을 퍼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메로에 피라미드가 포함돼 있다.

카트룸에서 북동쪽으로 약 200㎞ 떨어진 이 지역은 기원전 350년부터 서기 350년까지 광대한 영토를 지배했던 메로에 왕국의 수도였다.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인 나일강의 비옥한 둑을 따라 농부들은 매년 어느 정도의 홍수에 도움을 받아왔다. 그러나 올해는 이전보다 수위가 훨씬 올랐다.

마요 부장은 “현재 상황은 통제되고 있지만 나일강의 수위가 계속 상승하면 조치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며 “다른 고대 유적지들도 나일강을 따라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수단에서는 6월~10월 정기적으로 폭우·홍수가 발생하지만, 올해는 1946년과 1988년에 세워진 강수량 기록을 모두 넘어서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관계자들은 수단의 수도 카트룸의 백나일강과 합류하는 청나일강에서 100여년 전 기록이 시작된 이래 수위가 최고로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날 에티오피아와 수단 일부 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지면서 청나일 지역의 수위가 더욱 높아져 며칠간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당국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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