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의과학대학원 이흥규 교수, 박장현 석박사통합과정. (출처: 한국과학기술원)
왼쪽부터 의과학대학원 이흥규 교수, 박장현 석박사통합과정. (출처: 한국과학기술원)

면역세포 과활성화 문제발견

“치료제개발 단초제공 기대”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중증 상태에 빠진 국내 중환자가 160여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19일 12명이었던 위·중증 환자는 20여일 만에 13배 넘게 늘어났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19 중증 환자와 경증 환자를 쉽게 판별할 수 있는 바이오 마커(표시물)를 발견해 중증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 개발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7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대학원 이흥규 교수 연구팀은 ‘호중구’와 ‘당질코르티코이드’의 연관성을 밝혀 코로나19의 중증도를 결정짓는 인자를 발견했다.

호중구란 혈액의 전체 백혈구 중 50~70%를 차지하는 선천 면역세포로, 세균이나 곰팡이 감염 등에 대응하는 면역세포를 말한다. 당질코르티코이드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라고도 하며 콩팥 근처 부신의 부신 겉질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이다. 이는 다양한 신체 기능 조절에 관여하며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호르몬으로도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지정된 코로나19는 사람마다 증상이 판이하다. 이에 따라 환자의 중증도를 예상하고 판별하기 위해선 확실한 바이오 마커의 활용이 중요하며 이들을 선별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표적 치료제가 매우 중요하다.

중증 코로나19 환자들은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의 증상을 보이고 특히 폐 조직의 심한 손상이 관찰된다.

이에 대응해 우리 몸 안에 있는 호중구 등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숙주를 보호하기 위해 면역반응을 보이지만, 사이토카인 폭풍(과잉 염증반응)처럼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오히려 장기를 손상시킬 수도 있다.

이 교수 연구팀은 유전자 발현 옴니버스(GEO)에 공개된 코로나19 감염 경증 및 중증 환자의 기관지 폐포 세척액에 존재하는 단일세포 유전 정보를 분석했다.

그 결과, 그동안 곰팡이나 세균 감염에서만 중요성이 알려졌고 바이러스 감염 시에는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알려지지 않았던 호중구의 과활성화로 인해 중증 코로나19가 발생함을 밝혔다.

특히 연구팀은 대식세포 등의 골수 유래 면역세포 내에서 발현하는 ‘CXCL8’과 같은 ‘케모카인’에 의해 호중구 유입이 증가함을 밝혔다. 연구팀은 골수에서 유래한 면역세포 내의 당질코르티코이드 수용체 발현에 따라 CXCL8의 생성이 조절받으며, 이것이 결과적으로 호중구의 유입 및 활성도와 연관됨을 밝혔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19의 중증도를 결정하는 바이오 마커를 발굴한 것 뿐만 아니라, 덱사메타손 등의 당질코르티코이드 억제제를 활용해 중증도를 개선할 치료제 개발에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의과학대학원의 박장현 석박사통합과정 대학원생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면역학회연합에서 발간하는 면역학 전문 학술지인 ‘프론티어스 인 이뮤놀로지(Frontiers in Immunology)’ 8월 2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코리아 바이오 그랜드 챌린지사업, 신약타겟발굴 및 검증사업 및 KAIST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사업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모델 요약도. (출처: 한국과학기술원)
연구 모델 요약도. (출처: 한국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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