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와당연구가

일부 고구려 와당에는 재미있게도 주역(周易) 팔괘(八卦)를 소재로 삼은 것이 있다. 중방에 태극(太極)을 마련하고 주위로 막대 같은 팔괘를 배치하는 형식이다. 왜 고구려인들이 백제나 신라에는 없는 주역의 의미를 기와에 담았을까.

주역의 핵심은 하늘, 땅 이른바 건곤(乾爲天, 坤爲地)이다. ‘땅은 백성이며 하늘이 군주다. 나라가 잘되기 위해서는 군주가 하늘에서 땅 아래로 내려와 백성을 하늘로 섬겨야만 한다’라고 설명한다. 광개토대왕비에는 주몽(추모)이 천손의 후손임을 천명하고 있으며 삼국유사에도 부친 해모수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제의 아들임을 밝히고 있다.

여기 소개하는 와당은 태양을 상징하는 4조의 동심원(同心圓)을 자방으로 배치하고 그 주위를 회오리 문양을 장식했다. 회오리 문양은 이글거리는 태양의 화염과도 같다. 이 문양은 한나라 와당에서도 많이 사용됐는데 서해안 지역 불교 이전의 고대 건물지에서도 찾아진바 있다.

중방의 회오리문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20.9.7
중방의 회오리문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20.9.7

행안형(杏眼形)의 연판은 6개이며 1조의 선문으로 감싸있다. 그 양 옆으로 막대형의 ‘이(二)’를 배치했다. ‘二’ 막대 장식은 연판과 같이 모두 6개다. 주역에서 ‘二’수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주역사전을 보면 ‘두 이(=)는 땅의 수이며 일(-)을 나란히 한 모양이다. 하늘의 도리와 이치를 ‘二=道’(음양)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즉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爲道)’의 이치로 보게 되면 ‘道’ 뜻이 된다는 것이다.

‘二’괘의 양옆에는 두 개씩의 연주문이 배치돼 있다. 연주문은 사람의 눈과 같은 모양이다. 이를 보면 흡사 천지인(天地人)을 상징하는 것만 같다. 외구에는 큰 동심원에 연주를 배치하였는데 톱니바퀴처럼 보인다. 태양의 회오리를 받은 천지인 즉, 고구려인의 기(氣)가 왕성해지는 것을 염원한 것인가.

평양에서는 이와 비슷한 형태의 ‘二’괘를 표현한 것이 많이 출토됐는데 현재 경희대 박물관에 여러 점이 소장되어 있다. 박물관은 ‘二’를 막대 구획선으로 설명, 별다른 의미로 해석하지 않았다. 태토는 모래가 섞인 경질이며 색깔은 적색이다. 경 14.5㎝ 두께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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