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A교회 예배 강행
대다수 미성년학생… 암환자도
“확산 시 위험 더 클 수밖에”
인근 주민, 당혹·불안 호소
“안한다고 했는데 약속 어겨”
교회 신도·관계자, 취재 거부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최윤옥 인턴기자] 수도권 교회 등을 중심으로 창궐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기 위해 서울시는 최근 수도권 지역 교회의 대면 예배를 일체 금지시켰다. 이에 따라 서울 내 모든 교회에선 오직 온라인 예배만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교회에서는 이러한 지침을 보란듯이 무시하고 대면 예배를 강행하고 있어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6일 천지일보 취재팀은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서울시 내 교회에 대한 현장 점검에 동행해봤다.
주일인 6일 오전 10시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코로나19 여파로 휴업하는 가게들이 속출하면서 단지 골목은 고요했다.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는 흐린 날씨 속 분위기는 더욱 을씨년했다.
이곳에 있는 2층짜리 상가 건물도 고요에 싸여있었다. 하지만 건물 옆문을 자세히 보니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성경을 든 이도 보였고, 교회 이름이 적힌 가방을 들고 있는 여성도 있었다.
중·고등학생 대여섯명이 고개를 푹 숙이고 우르르 몰려 상가로 들어가기도 했다. 상가 건물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한국총공회 소속 A교회를 소개하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이날 구로구청과 서울시 등은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관내 교회에 대해 현장 점검에 나섰다. 본지 취재팀이 서울 구로동의 한 교회의 현장 점검을 동행한 결과, 오전 10시 30분부터 예배당에 신도 34명이 모여 주일 예배를 드린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예배 시간이 다가오자 가족 단위 신도들부터 학생, 노인까지 각 연령대의 신도들이 대다수 도보를 이용해 교회 안으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부 신도들은 교회 입구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 서서 시민들의 눈길을 의식하는 마냥 주위를 경계하기도 했다. 한 신도는 기자가 “오늘 예배 진행하냐”고 질문하자 고개를 저으며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건물 입구 안쪽에서는 교회 관계자들이 지키고 서 신도들의 체온 측정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신도들의 전신을 소독하고 방명록을 작성하게 한 뒤 교회 건물 안으로 들여보냈다. 신도 외 외부인의 출입은 철저히 금했다.
교회는 지하에 있었다. 창문 등도 없는 밀폐된 공간이다보니 코로나19 확산 우려는 더 큰 상황이었다. 입구 등 어디에도 온라인 예배로 대체한다는 문구는 보이지 않았다. 예배 전, 이성우 구로구 문화예술 팀장은 “처음엔 온라인 예배로 진행한다고 했다가 약속을 어기고 예배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예배를 강행할 시 법에 저촉된다는 경고를 해 둔 상태고 (예배를 중단할지)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다.
예배는 그대로 진행됐다. 10시 30분경, 교회 안에서 희미하게 찬송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팀장은 이 교회 신도 대다수는 미성년학생, 치매환자와 암환자, 노인 등 코로나19 취약계층이라고 했다. 때문에 위험도는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 팀장은 “협조 당부에도 예배를 계속 진행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교회 측은 문을 열어놓고선 오는 신도들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예배에서는 마스크 착용, 1m 거리두기 등 기본 방역수칙은 지켜졌으며 성가대도 없었다고 이 팀장은 설명했다.
예배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은 인근 주민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더욱이 최근 이 교회 인근 아파트와 어린이집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한 바 있어 더욱 불안하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5살 난 딸을 키우는 김모(30대, 여)씨는 “예배를 안 한다 들었는데 정말 진행되는 것이냐”면서 “아이들도 유치원 못가고 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유모(65, 여)씨는 “당연히 협조해야지 무슨 예배”냐며 “아이들은 학교도 유치원도 못 가는데 너무하다고 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종교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꼭 나와서 해야 예배냐”며 “집에서도 드려도 되는데 타인까지 불안하게 만들 필욘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본지는 이러한 주민 우려에 대해 이 교회 신도들과 관계자의 입장을 듣고자 접촉을 시도했지만 교회 신도와 관계자는 “묻지 말라”며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 교회는 이미 지난 주일에도 집합금지 조처를 위반해서 현재 경찰에 고발된 상태다. 이 팀장은 “더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하기 위해 검토 하겠다”며 “예배 참석한 신도 명단 확보와 예배 현장 채증은 마쳤다. 경찰에 넘긴 후 재고발할지 여부에 대해 경찰과 상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이 교회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들이 어김없이 발생했다. 각 지자체에 따르면 부산 지역에서는 17곳 교회에서 대면 예배를 강행했고, 대전에서도 100여곳에서 예배를 강행했다. 서울 지역의 경우 21곳이 예배를 진행해 적발됐다. 예배를 강행한 교회는 대다수가 중소형교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명성교회, 소망교회 등 이름이 알려진 대형교회는 지난달 19일부터 주일예배를 비롯한 모든 예배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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