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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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보복이 일어난다. 청와대는 사정없이 돈을 시장에 뿌리고, 국회는 시도 때도 없이 칸막이 규제를 늘린다. 그러나 결과는 성장이 아니라, 갈수록 경제가 역성장한다. 소득주도 성장, 포용적 성장 정책을 말하지만 시장의 상황은 영 탐탁지 않다. 시장은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시장을 위해 만들어지는 칸막이 규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산업 간 경계를 허물어야 할 판이다. 융복합의 시대는 공대, 법대, 경영 때가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시장에서 적응하도록 한다.

586 세력의 자본가 혐오증은 지나치다. 70∼80년대 단순노동으로 운집한 프롤레타리아는 혁명의 열기를 뿜어낸다. 그 잣대로 보면 자본가 혐오는 당연하다. 대주주 손발을 묶어놓고, 소액주주 권리 행사를 확대하고, 외부 펀드를 활보할 수 있게 한다. 소액주주는 주식을 사고 3일 후면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할 모양이다. 노동자 이사제로 기업 정보를 빼가서 언제든 파업을 유도하게 한다. 어느 것 하나 대주주가 마음대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대주주는 절대로 탐욕의 마음을 가지면 안 된다. 대주주의 정치적 자유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정치권 탐욕은 지나치다. 청와대 탐욕은 하늘을 찌른다. 대법원과 검찰이 충성경쟁을 하니, 권력 감시는 물 건너간다. 국회도 법원과 검찰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국회는 연일 대주주 발목을 잡는 법안을 쏟아내지만, 청와대를 견제하는 일은 입도 뻥긋하지 않는다. 우한(武漢) 코로나19에 올라탄 청와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코로나 사회주의로 속도감을 낸다. 도로에서는 속도를 제한하는데 청와대 속도전은 제한도 없다. 코로나19로 열을 내는데, 일간신문은 갑자기 냉담하다.

조선일보 윤평중 칼럼(2020.09.04) ‘코로나 파시즘’에서는 “국민 생명보다 권력을 중시한 코로나 파시즘이야말로 의료 사태의 주범이다. 문 정권은 현대 문명의 터전인 ‘시민회의 독립성’을 유린하고 그 최후 보루인 의료계를 협박한다. 의료 전문가들을 권력에 종속시키려는 파시즘에 대한 민간 저항이 의료 사태의 본질이다. 의료계가 무너지면 대학과 공론장도 무너진다”고 했다.

세계를 누비고 있는 기업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들도 자본을 통해 권력기구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시장은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이 너무나 많다. 국내 칸막이 규제 정신으로는 어떤 성장을 가져올 수 없다. 그 대신 그들은 자유도를 높여 세계시장을 공략한다. 기술과 네트워크망은 또 다른 자유도를 확장시켜준다. 과거와 달리 4차 산업혁명은 코드가 달라진 것이다.

지금은 대주주가 모든 일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과 네트워크가 따라 주지 않으면 금방 시장에서 도태된다. 시장도 세계 시장이 눈앞에 전개된다. 기술도 한 분야의 기술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한 융합이 이뤄진다. 바른사회시민회의 ‘4차 산업혁명시대 기업지배구조 규제의 과제’로 8월 28일 발제한 하태형 수원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키워드는 융복합, 즉 산업간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면서 기술혁신을 통한 산업구조 전반에 걸쳐 대변혁이 진행된다”라고 했다.

시장을 읽지 못하고, 규제를 만들어 가면 선험적 규제가 된다. 시장이 다변화할수록 사후적 규제로 간다. 그걸 감지하지 못하니, 규제는 계속 많아지는데 결과적으로 시장을 죽이는 꼴이 됐다. 시장의 보복이 시작된다.

공무원과 공기업 종사자들은 현실을 제대로 볼 필요가 있다. 동아일보 9월 4일 자 기사 ‘2분기 일시휴직 73만 명 늘어… 금융위기(2009년 1분기) 때의 10배’에서는 “연령별로는 60대 이상과 20대 이하에서 일시 휴직자 수 증가가 두드러졌다. 3월부터 7월까지 60대 이상 일시 휴직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5만 명이 늘었고, 20대 이하의 경우 18만 5000명이 증가했다. 정부는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이 코로나 19로 쉬는 경우가 많고, 20대 이하 젊은층이 숙박·음식 등 서비스업에서 많이 일하고 있는 구조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고 했다. 매일경제신문 송민근·김형주 기자의 기사(2020.08.27) <‘韓, OECD 1위’ 평가 들뜨더니… ‘3단계 격상’땐 -2% 성장도 위태>에서는 “현대경제연구원은 24일 내놓은 ‘COVID-19 충격의 경제 부문별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성장률이 –0.5% 기록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이 67조원 감소하고 일자리는 68만개가 사라진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발표된 한국은행 발표치대로 올해 성장률이 –1.3%까지 하락하고 현대연 전망대로 GDP디플레이터가 0.3% 감소한다고 가정하면 GDP 88조원, 일자리 89만개가 증발하게 된다”고 했다.

청와대는 시도 때도 없이 시장 탐욕만 탓하고, 자신들이 시장의 주체가 된다. 이런 현상을 사회주의, 공산주의라고 한다. 권력 만능주의가 전개된다.

조선일보 안준용 기자(2020.09.04.)의 기사 ‘손실나면 세금으로… 이런 펀드 처음’에는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뉴딜 펀드와 뉴딜 금융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열 것’이라며 20조원 규모 ‘국민 참여형 뉴딜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시장을 죽이고 그 자리에 정치권력의 탐욕의 영역을 계속 넓혀 가려고 한다. 사회주의 체제가 망해가는데, 과거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 융·복합시대는 그들을 더욱 깊은 늪에 빠지도록 동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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