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미애 기자] 김영자(가명) 집사가 강제개종 프로그램을 위해 가족들에 의해 13일 동안 감금됐던 지난달 상황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9.6
[천지일보=이미애 기자] 김영자(가명) 집사가 강제개종 프로그램을 위해 가족들에 의해 13일 동안 감금됐던 지난달 상황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9.6

 

‘13일간 개종장소에 감금’됐다 탈출한 신천지 50대 여신도

신천지 출석 12년간 아무 문제없던 가족, 코로나 이후 돌변

 

“신천지에 돈 바칠 거”란 개종목사말에 가족들 강제개종 공모

‘일어나지 않은 일’ 빌미로 개종 강요하며 원룸 유인해 감금

[천지일보=강수경‧이미애 기자] “이 사회의 ‘신천지 혐오 분위기’로 제 가정은 모든 게 파탄 났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신천지 여론이 악화되자 개종목사 상담을 받은 남편이 ‘신천지에 돈을 다 갖다 바칠 거’라는 개종 목사의 말을 듣고 돌변했습니다.”

신천지 베드로지파 광주교회 여신도 김영자(가명, 54, 광주광역시 남구)씨가 연신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모든 가족이 제가 신천지에 다닌 12년 동안 아무 문제 없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시부모 모시고, 남편의 폭력을 신천지 신앙으로 버티며 나름 재테크도 열심히 하면서 가정을 지켜왔는데,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감금당하고 개종을 강요당하니 너무 어이없고 화가 납니다.”

지난 2월 코로나19 집단감염 이후 신천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신천지 신도를 강제로 개종시키고 돈을 받아 챙기는 일명 강제개종사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김씨도 지난 8월초 말로만 듣던 강제개종의 피해자가 됐다.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13일간 감금을 당해 건강이 좋지 않다는 그는 감금장소를 나와 병원에 입원해 건강을 회복하고 현재는 오빠 집에 거주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를 위해 그는 잠시 외출했다. 그를 광주시내 한 가정집에서 만날 수 있었다.

김씨가 신천지를 다닌 12년 동안 무탈했던 가족은 코로나19 이후 쏟아진 ‘신천지 혐오’ 뉴스에 돌변했다. 갑자기 김씨가 무슨 큰일을 저지를 것처럼 공포에 휩싸였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목사와 언론이 ‘신천지는 이단‧사이비’라고 주장하고 자극적인 뉴스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후 김씨 가족은 기성교단 목회자 타이틀을 앞세운 개종목사 일행과 만나 김씨를 거짓말로 유인해 강제개종 시킬 방법을 논의했다. 무엇보다 “김씨가 신천지에 돈을 모두 갖다 바칠 것”이라는 개종목사의 말에 김씨의 가족은 하나가 돼 움직였다.

김씨가 원룸에 감금되던 날부터 탈출까지 과정을 재구성했다.

◆ ‘바람 쐬러 나가자’는 말, 그리고 감금 시작

지난 8월 3일 김씨의 남편과 아들은 ‘거짓말’로 김씨를 강제개종을 위해 마련한 원룸으로 유인하고 감금했다. 김씨는 ‘휴가니 바람을 쐬고 오자’는 남편의 권유에 장성댐과 담양댐을 구경하고, 저녁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큰아들의 전화였다. 군대에서 허리를 다쳐 수술까지 한 아이인데, 원룸 화장실에서 청소하다 미끄러져 허리를 다쳤고, 꼼짝을 못하고 누워 있다는 내용이었다. 화들짝 놀란 김씨는 남편에게 알렸고, 운전 중이던 남편은 아들과 통화를 하면서 원룸 위치를 듣겠다며 김씨의 휴대폰을 달라고 했다. 이후 김씨는 다시는 자신의 휴대폰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됐다.

아들의 원룸에 도착한 김씨는 너무 놀라 아들의 몸 상태를 확인했고, 경황이 없어 주변을 살피지 못한 그는 아들이 일어나자 그제서야 주변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전에 있어야 할 딸과 집에 있어야 할 막내아들이 원룸에 있었기 때문이다. 큰아들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본사에서 직원이 내려오면 같이 회의할 곳이 필요하다며 얼마 전 원룸을 구한다고 했었고, 그날은 그 원룸을 구해 청소하는 날이었다. 그러나 원룸에는 이미 라면박스와 쌀, 레토르트‧인스턴트 식품, 김치, 생수 등이 가득했다. 김씨는 기가 찼다. 자신이 강제개종 현장에 유인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 “감금 3년만에 개종된 사람도 있다며 협박”

가족들은 김씨에게 ‘이단상담’으로 불리는 개종 프로그램을 한 번만 받아보라고 말했다. 받지 않으면 그 원룸에서 나갈 수 없고, 식량도 이미 석 달치를 준비했다는 것이었다.

“이러지 말고 집에서 이야기해요. 감금된 상태에서 무슨 이야기를 해요. 집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요. 이렇게 감금하고 이야기를 하면 육박전밖에 더 되겠어요.”

3일 동안 먹지도 못한 채 물만 조금 마시고 잠도 안 자고 이야기를 했지만, 대화가 되지 않았다. 김씨는 계속 집에 가자고 했지만, 가족들은 막무가내였다. 남편은 김씨에게 상담사(개종목사) 측에서 김씨를 반드시 신천지에서 빼내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고 하며 개종 프로그램을 강요했다. 남편은 김씨에게 “일주일에 안 되면 1달, 나아가 3달, 심하게는 3년까지도 감금 상태로 가다가 개종된 사람도 있다”고 위협하며 개종 프로그램을 받으라고 강요했다.

김씨는 ‘3년간 감금시켜서 개종됐다’는 끔찍한 인권유린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전하는 남편 말에 소름이 돋았다. 개종만 되면 3달이든 3년이든 아무 상관없다는 생각을 가족에게 심은 개종사업가들에게 치가 떨렸다.

남편이 이 모든 계획을 짤 리가 없다고 생각한 김씨는 누구의 계획인지 남편에게 물었다.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자기가 다 짰다고요. 자신이 독박 쓸 각오를 하고 짰다고 했어요. (개종 목사 측으로부터) 사주를 받았는데, 자기가 다 뒤집어쓰겠다는 것이었죠.”

김씨는 남편과 가족들로부터 신천지에 대한 비방을 들으면서 개종 프로그램을 받으라는 집요한 요구에 한 번만 듣기로 했다. 성경을 갖고 대화를 나눠보라는 가족들의 요구 때문이었다.

이후 6일 그를 찾아온 것은 개종목사가 아니었다. 개종 프로그램을 받겠다는 동의서를 받는 개종 목사 측 관계자 박모 집사였다. 박 집사는 광주 모교회에 19년을 다녔다고 소개했다.

“내가 감금돼 있는데 당신은 이 상태가 어떻게 보입니까. 10일 동안 집에 못가고 여기 감금돼 있는 상태인데 이게 좋게 보이나요.”

자신에게 왜 그런 질문을 하냐는 박 집사에게 김씨는 이번엔 성경에 대해서 질문했다. 이후 성경 말씀을 잘 모른다고 한 그 집사에게 “무식한 사람과는 대화하고 싶지 않다”며 동의서를 찢어버렸다.

이후 남편은 김씨에게 더럽다며 침을 뱉고 폭언을 했다. 자녀들의 비방도 더욱 심해졌다.

한 번만 상담을 받으라는 가족들의 강압적인 요구와 폭언에 김씨는 결국 개종목사를 데려오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10일 다시 박 집사가 원룸을 찾았다.

◆ 일반인 눈엔 이상하게 보이는 ‘강제개종’

동의서가 작성됐고, 개종목사 측에서 박모 강도사가 상담을 하겠다고 김씨를 찾아왔다. 김씨는 성경 내용으로 대화를 시도했지만, 교리가 달랐다. 김씨는 교리가 다르니 상담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후 프로그램을 거부했다.

남편은 원룸을 구해 감금까지 해서 개종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개종이 되지 않자 다른 압박수단을 내놨다. 김씨가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을 친정에 알리겠다는 위협이었다.

그리고 김씨의 오빠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16일 김씨의 오빠 부부가 원룸으로 찾아왔다. 김씨를 만난 오빠는 먼저 남편의 입장을 대변했다. 오빠는 김씨 남편이 김씨가 돈을 신천지에 가져다가 바칠까봐 우려스러워서 이렇게 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또 아들 여자친구가 김씨가 신천지 신도라는 이야기를 듣고 헤어지자고 해 가슴이 아팠다는 것이다.

김씨는 감금 상태로 먹지도 못하는 자신을 보고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오빠가 원망스러웠다.

“동생이 이렇게 13일 동안 갇혀서 굶어 죽어가는데, 가족인 오빠가 동생을 이따위로 취급을 하나요. 남편 편만 들어주다니요. 나에게는 아무도 없어요. 다 필요 없으니 가세요.”

김씨는 신천지 교회에 출석하면서도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시부모님을 모시고, 재테크도 해서 가산을 늘리고, 가정일에도 성심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30여년을 살면서 남편의 폭력에도 집을 한 번도 나가 본 적이 없이 가정에 충실했다고도 덧붙였다. 또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신천지 신앙을 삶의 끈으로 부여잡고 가정에 최선을 다했는데, 그간의 노력은 온데간데없이 신앙을 그만두라는 가족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김씨의 오빠는 김씨에게 오빠집으로 가자고 제안했고, 김씨는 이동하는 동안 남편이 강제개종 목사에게 사주를 받고 자신을 감금한 것이라고 오빠에게 알렸다.

김씨의 남편은 오빠집까지 집요하게 따라왔다. 심지어 남편은 오빠에게 방 하나에 김씨를 감금하고 못 나가게 지켜야 한다고 하며 그 안에서 개종 프로그램을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포폰을 이용해 계속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사람은 김씨의 올케다. 올케는 김씨에게 전화를 주며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다.

경찰이 왔지만 남편은 가정문제이며 종교문제라고 설명했고, 자녀들은 김씨를 방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경찰들이 그냥 돌아가려고 하는 순간 올케는 신고한 사람은 방에 있다고 경찰에게 알렸고, 김씨는 ‘살려달라’고 소리쳐서 경찰들이 방 안으로 들어가 김씨를 구출해냈다.

김씨는 경찰과 동행하려 했지만, 오빠와 올케가 말렸다. 김씨는 나가는 대신 남편과 자녀들을 내보내달라고 경찰에 요구했다. 그렇게 해서 김씨는 오빠집에 머무르게 됐다.

◆ “개종 목사, 가족 세뇌… 불법도 자각 못해”

김씨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신천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개종목사들의 강제개종 프로그램이 이렇게 성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성교회가 하면 무조건 잘하고, 신천지가 하면 무조건 잘 못했다고 하지요. 가족에게도 그러한 말들을 심어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 곧 ‘지금은 안 그렇지만 나중에는 이렇게 될 것’이라는 말로 세뇌를 시켜버려요. 가족들도 제가 지금껏 잘못한 것이 없다고 인정해요. 그런데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 것이라고 각인이 돼서 대화가 안 됩니다. 가족 간의 이 분란은 누가 일으킨 것인가요. 감금을 해놓고도 그게 불법인 줄도 모른다는 겁니다. 또 신천지에 이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우죠. 이것도 기득권 기성교회의 특권인가요.”

김씨는 우리 사회가 현재 신천지가 빛과 소금이 되려고 노력함에도 비방을 하고, 빛이 되고 잘하려고 해도 인정을 안 해준다고 꼬집으며 “한국 기독교가 인정하면 그게 옳은 것이고, 인정을 안하면 나쁜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현재 가족들과 떨어져 있지만 계속해서 떨어져 지낼 마음이 없다. 그는 “가족들이 부정적인 비방의 말과 자료에 각인이 돼 있다”며 “이걸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가 숙제다. 너무 속상하다”고 눈물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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