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종철 기자] 지난 20일 대흥사와 범각 주지스님에 따르면 지난 1978년 대흥사 내에 건립된 서산대사 유물관에 이어 1998년 문을 연 ‘성보(聖寶)박물관’에 사찰 곳곳에 흩어져 있던 초의선사, 서산대사 유물 등 2000여 점을 한데 모아 전시했다.

그러나 이 박물관은 도난방지를 위한 폐쇄회로(CC) TV와 온도조절 장치만 설치돼 있을 뿐 항균과 항습 등 고문서류 유물 보존을 위한 기본적 설비조차 안 돼 있다. 또한 직사광선이 바로 비추는 등 원시적인 시설로 전문가의 우려를 자아냈다.

대흥사 측은 이런 문제를 보완하고자 지난해 9월부터 고온다습한 아열대성 기후를 피해 성보(聖寶)를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새 성보관을 지으면서 전시 유물을 조사한 결과 훼손 상태가 예상보다 심각해 고민하고 있다. 훼손이 심각한 유물은 전시관에 내걸렸던 정조 임금이 내린 ‘사액제문 표지’로 푸른곰팡이가 슬어 글자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항온 항열 시스템 등 첨단시설을 갖춘 성보박물관은 내년 4월 개관 예정이다.

문화재청이 최근 국가지정 문화재인 보물로 지정한 서산대사 행초 정선사가록(西山大師 行草 精選四家錄) 표지도 벌레가 갉아먹는 등 상당히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선사가록은 서산대사가 중국 송대의 선문(禪門)을 대표하는 마조(馬祖)ㆍ백장(百丈)ㆍ황벽(黃蘗)ㆍ임제(臨濟)의 법문을 초록한 서첩이다.

대흥사 측은 서산대사 진설도(陳設圖) 및 제물 단자(祭物單子), 정조 임금이 직접 글을 짓고 손수 글을 써 대흥사로 내려 보낸 화상당명(畵像堂銘) 등도 얼룩이 져 흉하게 훼손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범각 스님은 “온난화로 기온이 3℃ 이상 상승하면서 열악한 시설에 전시된 유물 중 문서류에 푸른 공팡이가 슬고 좀 등 벌레가 갉아먹어 훼손 상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종교지도자들은 유물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심과 책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종교 유물을 후손들에게 전해줘야 할 책임이 앞선 세대에게는 있다. 다종교사회의 모델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는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종교지도자들은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시스템을 고민하고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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