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 70주년 열병식을 9일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 70주년 열병식을 9일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38노스, 北평양 촬영 위성사진 분석 보도

“평양 지역 일대에 군 병력 수천 명 집결”

“ICBM 등 전략무기는 아직 식별되지 않아”

전문가 “열병식, 북한 내부 결속과 체제 선전용”

“미국 11월 대선 전 北도발 가능성은 거의 없어”

고체연료 ICBM 공개해도… “외형만으론 확인 안돼”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 당국이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대규모 열병식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대북제재와 바이러스 방역 문제, 최근 수해까지 겹쳐 3중고에 시달리는 등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이 관련 준비를 지속적으로 해온 것으로 파악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이번에 열리면 지난 2018년 정권 수립일인 9.9절 이후 2년만에 재개하는 셈인데, 통상 열병식은 자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목적도 가지고 있는 만큼 북한이 어떤 무기체계를 선보일지도 주목된다. 그간 연초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전략무기’ 공개를 공언해왔던 점도 관심을 끌게 하는 이유다.

◆38노스 “北평양 일대서 군사 퍼레이드 진행”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앞서 평양 동쪽에 있는 미림 비행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의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예행연습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각종 기념일을 앞두고 미림 비행장에 병력과 장비를 집합시켜 열병식을 준비해 왔다.

그러면서 38노스는 “평양 김일성광장을 본뜬 지역 일대에 수천 명의 병력이 집결했고, 인근 주차장엔 수백 대의 이동 장비가 대열을 갖춰 주차된 모습이 위성사진에서 포착됐다”면서 “노동당 창건 75주년 군사 퍼레이드의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는 첫 번째 증거”라고 주장했다.

38노스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북한은 열병식 병력의 숙식을 위해 임시 텐트를 세웠던 부지에선 수개월째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또 이동식 발사대(TEL), 전차 등 대형 장비를 넣어두는 임시 보관소가 설치됐던 부지에는 약 100개의 차고 건물이 들어섰다.

“이들 건물은 열병식에 어떤 장비를 동원하는지 등 준비 상황을 위성사진에 찍히지 않으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38노스는 덧붙였다.

올해는 열병식 예행연습이 과거에 비해 다소 늦게 시작됐는데, 38노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 혹은 태풍, 폭우 등 악천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 창건 70주년이던 지난 2010년에는 5월 말부터 열병식 준비 상황이 포착된 바 있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4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그간의 북한의 행보를 볼 때 체제선전 차원에서라도 열병식을 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하지만 북한이 처한 경제난 등을 고려해 대규모보다는 축소해서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최기일 상지대 교수도 “코로나19 상황이나 수해 등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고 무리가 있지만, 일종의 정치선전용으로서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열병식을 개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8일 오후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 가운데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가 등장한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녹화 중계하고 있다. 2018.02.08. (사진=조선중앙TV 캡쳐) (출처: 뉴시스)
【서울=뉴시스】 8일 오후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 가운데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가 등장한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녹화 중계하고 있다. 2018.02.08. (사진=조선중앙TV 캡쳐) (출처: 뉴시스)

◆전문가 “北, 열병식서 ICBM 공개할 듯”

38노스가 공개한 이번 위성사진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는 식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간 김정은 위원장이 전략무기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왔던지라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해 열병식에서 ‘새로운 전략무기’를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ICBM이나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할 가능성이 큰데, 전략무기 노출을 통해 내부 결속 등 체재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대외적으로는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북한은 2015년 당 창건일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300㎜ 방사포와 개량된 KN-08 ICBM을 공개했다.

여기에 더해 최 교수는 “북한이 깜짝 카드로 아직까지 전력화하거나 개발이 완성되지 않은 무기체계, 즉 더욱 고도화돼 있거나 아니면 그런 과정에 있는 신무기 등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거들었다.

미국 11월 대선 전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선 이들 두 교수는 “예단할 순 없지만 북한은 군사 퍼레이드를 통해 자존심을 세우려는 정도지 시험발사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낮아 보인다”면서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북한이 실제 미사일 등을 쏘지만 않으면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체연료 기반의 ICBM을 내놓을 것이라는 등 보다 구체적으로 거론했는데,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버냐드 샴포 전 주한미8군 사령관은 “북한이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들이 전략적 역량 증대를 증명하려 해도 놀랍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도 백악관 고위 관계자와 다수의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이 열병식에서 고체연료 ICBM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신 센터장은 “북한이 고체연료 ICBM을 공개한다 하더라도 드러난 그 외관만 봐서는 알 수 없다”면서 “고체연료를 바탕으로 한 무기인지 여부는 쏴봐야 터져나오는 불꽃이나 연기 등을 보고 판단할 수 있다. 엔진 연소방식 등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이전에도 개발 중인 미사일을 모형으로 만들어 선보인 전례를 볼 때 이번에도 비슷한 형태의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데, 고체연료인지 여부는 무기의 겉모양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는 게 신 센터장의 설명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1일(현지시간) 지난달 31일 촬영한 북한 평양 미림 비행장 위성사진을 공개하고,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리허설이 진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38노스가 공개한 위성사진. 북한 평양일대. (출처: ytn 화면 캡처) ⓒ천지일보 2020.9.5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1일(현지시간) 지난달 31일 촬영한 북한 평양 미림 비행장 위성사진을 공개하고,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리허설이 진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출처: ytn 화면 캡처) ⓒ천지일보 202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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