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맞잡은 박능후 장관과 최대집 의협회장(서울=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정 협의체 구성 합의서 체결식에서 합의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손 맞잡은 박능후 장관과 최대집 의협회장(서울=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정 협의체 구성 합의서 체결식에서 합의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합의 놓고 의료계 내분 확산

아산병원비대위 “최 회장에 유감”

수련병원들 “현장으로 복귀하라”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4일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지만, 합의안을 놓고 의료계 내부 진통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이날 오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정원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추진 중단 ▲주요 보건의료 현안을 논의할 ‘의·정 협의체’ 구성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5개 항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앞서 오전엔 더불어민주당과 합의에 성공했다. 의협과 민주당은 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 의대 신설을 포함해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합의안에 대해 대한전공협의회(대전협)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파업 주체인 자신들을 배제한 채 이뤄진 합의라는 것이다.

박지현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젊은의사 비대위)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자고 일어났는데 나는 모르는 보도자료가. 회장이 패싱 당한 건지 거짓 보도자료를 뿌린 건지. 나 없이 합의문을 진행한다는 건지?”라고 적었다.

이어 라이브방송을 통해서도 “최 회장이 이 문제를 처리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절차가 공정하고 정당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댓글. (출처: 최대집 페이스북 게시판 댓글 캡쳐)
페이스북 댓글. (출처: 최대집 페이스북 게시판 댓글 캡쳐)

아울러 “우리가 제시한 협상문에는 ‘철회’가 들어가 있었다”며 “그 뜻이 원점 재논의와 같다고 한들 이제까지 주장해 온 명문화에는 미치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파업 중단과 관련해서도 “단체 행동을 중단하는 것은 우리의 의결사항이고 우리가 알아서 결정할 예정”이라며 집단 휴진을 계속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또 대전협 비대위 차원의 입장문도 내고 “현재까지의 협상 및 합의 과정에서 일어난 절차적 문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최 회장과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 협상 실무단에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범투위에서 만장일치로 승인을 해서 단일안을 만들었고 협상의 전권은 내게 위임이 됐다”며 “최종 합의문에 이르렀으면 내가 누구에게 보이고, 승인을 받고, 추인을 받고 이런 절차가 (필요한 부분은)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다만 “그래도 전공의들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고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여당과의 합의문을 새벽 6~7시에 이메일로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회장으로서 전공의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범투위는 교수 직역, 개원의 직역, 산하 단체, 의대생들도 다 들어가 있다”며 “‘철회’란 말이 없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해도 그것은 하나의 의견이다. 철회를 관철시킬 것이냐, 말 것이냐는 내가 결정을 내릴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 3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 3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철회’가 아닌 ‘원점 재논의’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의료계의 주장은 그냥 ‘철회’가 아니라 ‘철회 후 원점 재논의’였다. ‘중단 후 원점 재논의’나 ‘유보·보류 후 원점 재논의’나 의미는 똑같다”며 “원점 재논의라는 개념은 철회를 하든 중단을 하든 같은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법률가들에게 그런 해석도 받아 봤다”고 설명했다.

의협과 대전협의 갈등은 의료계 전반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교수 비대위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젊은 의사들의 동의 없이 정부와 합의한 최 회장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젊은 의사들에게 실제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교수들도 파업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독단적으로 합의했다며 최 회장과 의협 임원에 대한 불신임결의도 신청했다.

반면 국립·사립대병원 등 수련병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전공의, 전임의 등 덕분에 보건의료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할 수 있게 됐다”며 “전공의와 전임의는 진료와 수련 현장으로 속히 복귀해주시고, 학생들은 강의실로 돌아와 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 본과 4학년 학생들은 한 사람도 빠지지 말고 의사 국가고시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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