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 태풍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9.4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 태풍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9.4

 

호주의 예보관, 태풍에 처음 이름 붙여

싫어하는 정치인이나 애인 이름 붙이기도

성차별 논란에 여자‧남자 이름 번갈아 사용

2000년부터 14개국 고유 언어로 이름 붙여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있다. 바로 태풍이다. 지난달 제8호 태풍 바비(BAVI)가 지나가니 이달 초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이 매우 강한 바람과 함께 비를 몰고 지나갔다. 이제 안심인가 했더니 덩치를 키운 제10호 태풍 하이선(HAISHEN)이 연이어 발생하는 등 여름이면 수시로 찾아오는 불청객 태풍.

특히 제9호 태풍 마이삭의 경우 역대 2위의 재산 피해를 낳았던 2003년 태풍 ‘매미(MAEMI)’와 가장 유사한 것으로 분석돼 온 나라를 긴장케 했다.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철저한 예방과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으로 인재를 최소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태풍의 이름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태풍의 이름은 누가, 어떻게 짓는 것인지.

 

태풍의 이름은 누가 어떻게 짓는 것일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9.4
태풍의 이름은 누가 어떻게 짓는 것일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9.4

“태풍, 넌 누구냐?”

처음부터 태풍에 이름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태풍에 처음 이름을 지어준 것은 호주의 예보관들이었다.

당시 호주 예보관들은 태풍에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을 붙였다. 예를 들어 싫어하는 정치인의 이름이 ‘올리버’라면 “현재 올리버가 태평양 해상에서 헤매고 있는 중입니다.” “올리버가 엄청난 재난을 일으킬 가능성이 큽니다.”와 같은 식으로 태풍 예보를 한 것이다.

그러던 것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공군과 해군에서 공식적으로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이때 예보관들은 자신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1978년까지는 태풍 이름이 여성이었다가 이후부터는 여자 이름만 사용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남자와 여자의 이름을 번갈아가며 사용했다.

이후 1997년 아시아태풍위원회에서 2000년부터 모든 태풍에 각 회원국의 고유 언어로 만든 이름을 10개씩 번갈아 쓰기로 결정했다. 이에 한국을 비롯해 북한, 미국, 중국, 일본, 캄보디아, 홍콩,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라오스, 마카오, 미크로네시아 등 세계기상기구(WMO) 태풍위원회 14개국에서 10개씩 제출한 총 140개의 이름을 태풍의 명칭으로 공식 부여하고 있다.

또한 140개 태풍 이름은 28개씩 5개조로 나뉘어 국가명 알파벳 순서에 따라 차례로 붙여진다. 140개의 이름이 다 사용되고 나면 다시 1번부터 시작된다. 태풍이 연간 약 30개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보면 140개의 이름을 다 사용하기까지 약 4~5년 정도가 소요된다.

 

엄청난 피해를 입힌 태풍의 이름은 다시는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름 목록에서 제명되고 새로운 이름으로 대체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9.4
엄청난 피해를 입힌 태풍의 이름은 다시는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름 목록에서 제명되고 새로운 이름으로 대체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9.4

태풍 이름 없어지기도

한국이 낸 태풍의 이름은 ‘개미’ ‘나리’ ‘장미’ ‘미리내’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독수리’ 등 10개다. 북한에서는 ‘기러기’ ‘도라지’ ‘갈매기’ ‘무지개’ ‘메아리’ ‘소나무’ ‘버들’ ‘노을’ ‘민들레’ ‘날개’라는 이름을 제출했다.

올해 발생한 태풍 중 제9호 마이삭은 캄보디아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크메르어로 티크나무를 일컫는다. 티크나무는 대단히 견고하고 습기에도 강하며 유분을 함유하고 있어 충해(蟲害), 철에 의한 부패를 방지하므로 철도 차량재, 침목, 건축재, 선박재 등에 사용된다.

제 10호 태풍 ‘하이선’은 중국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바다의 신’을 뜻한다. 지난 2018년에 발생한 태풍 ‘쁘라삐룬(PRAPIROON)’은 태국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비를 관장하는 신인 바루나의 태국어 명칭이다.

태풍 이름으로는 좀 무섭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바다와 비를 관장하는 신이니 잔잔하게 지나가 달라는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반면 우리나라와 북한의 경우는 태풍의 피해가 크지 않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작고 순한 동식물의 이름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풍에 유리창이 파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창틀과 창문 사이에 테이프를 부착하거나 두꺼운 종이를 이용해 창문 틈을 보강하면 좋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9.4
태풍에 유리창이 파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창틀과 창문 사이에 테이프를 부착하거나 두꺼운 종이를 이용해 창문 틈을 보강하면 좋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9.4

한편 엄청난 피해를 입힌 태풍의 이름은 다시는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름 목록에서 제명되고 새로운 이름으로 대체한다. 그 예로 우리나라가 제안해 선정됐던 초기 태풍 이름 중 ‘수달(2004)’ ‘나비(2005)’와 북한이 제출했던 ‘봉선화(2002년)’ ‘매미(2003)’가 이름 목록에서 퇴출됐다.

여기서 2004년 발생한 태풍 ‘수달’은 미크로네시아의 요청으로 ‘미리내’로, 2005년 발생한 ‘나비’는 일본의 요청으로 ‘독수리’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에서 요청해 이름을 바꾼 경우도 있다. 바로 2003년 발생한 태풍 ‘매미’다. 매미는 이후 태풍위원회 총회에서 ‘무지개’로 재명명됐다.

그렇다면 재난을 가져오는 태풍 대비요령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는 유리창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창틀과 창문 사이에 테이프를 부착하거나 두꺼운 종이를 이용해 창문 틈을 보강하면 좋다. 창문에 신문지를 붙여 놓으면 혹시 유리창이 깨졌을 때 파편이 튀어 발생하는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비닐하우스나 해안가의 선박 등은 미리 결박해 두는 등 바람에 날아갈 수 있는 물건은 미리 관리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을 때는 외출을 자제하거나 건물 간판이나 맨홀 뚜껑과 같은 위험 시설물에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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