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천지일보DB

정부, 병상 추가로 확보… 의료계 “인력·장비도 필요”

당국 “최근 중환자 증가는 고령환자 증가와 연관 有”

사랑제일교회 확산 이후 60대 이상 비율 30% 이상

보건전문가 “중환자 전문치료시설 만들어 수용해야”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손지하 인턴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3명 중 1명 이상은 60대 이상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중환자 수가 의료계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자 방역당국이 병상 추가 확보에 나섰지만 여전히 의료 인력과 장비 부족을 호소하는 의료기관이 많아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3일 0시 기준 신규 확진 환자 195명 중 60대 이상 확진자는 60대 34명, 70대 22명, 80세 이상 17명 등 73명으로 전체 확진자의 37.4%다.

국내에선 지난달 12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첫 확진 환자가 발견된 이후 60대 이상 확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고 있다. 지난달 2~15일 23.9%였던 60대 이상 확진자 비율은 지난달 16~29일 2주간 33.3%로 증가했다.

그리고 고령 확진자의 증가는 중환자 증가로 이어졌다.

방역당국은 “경북 예천과 이태원 클럽 등 5월 이후 국내 유행을 주도하는 GH그룹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른 코로나19 바이러스 그룹들에 비해 병원성이 높다는 증거는 없다”며 “최근 위중·중증 환자 증가는 바이러스 변이보다 고위험군인 60대 이상 고령 환자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입원한 환자가 중증 이상으로 건강이 나빠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통상 7~10일이다. 방역당국이 4월 30일까지 국내 확진 환자 8976명의 임상 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산소치료를 받는 중증환자의 경우 94.1%가 입원 후 8일 이내 산소치료를 시작했다.

일주일에서 열흘이 되기 전 증상이 나빠진다는 건데 위중·중증 환자 수는 고령 환자 증가와 시차를 두고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18일 9명까지 감소한 위중·중증 환자는 19일과 20일 각 12명, 21일 18명에서 22일 24명을 시작으로 29명→31명→37명→42명→46명→58명→64명→70명→79명→104명→124명→154명 등 점차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명대를 넘어서기 시작한 22일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발생 이후 신도 등을 대상으로 한 검사가 본격화한 13일로부터 10일째 되는 날이다.

고령 확진 환자 수와 시차 등을 고려했을 때 중환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유행이 발생했던 3월초 이후 5개월 19일 만에 400명 넘게 확인됐던 지난달 27일, 0시 기준 확진 환자 441명 중 60대 이상 확진 환자는 125명으로 39.3%에 달했다. 이들이 확진 판정을 받은 날은 전날인 26일로, 이날 입원 조치가 이뤄졌다고 가정하면 중증환자 대부분이 증상을 보이는 8일째는 이달 2일이며, 4일은 10일째가 된다.

최근 일주일간 보고된 확진 환자 1938명 중 고위험군인 60대 이상 고령 확진자는 709명이다.

3일 기준 위중·중증 환자 154명 가운데는 80세 이상 37명, 70대 63명, 60대 31명 외에 50대가 14명, 40대가 9명 포함돼 있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지난 2일 “대부분 70대 이상의 어르신들에서 위중·중증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도 “40대에서도 위중·중증환자가 보고되고 있어서 40~50대의 연령층에서도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보건협회 부회장인 권이승 가톨릭관동대학교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이 같은 중환자 증가 사태와 관련해 “젊은 사람들은 감염돼도 빨리 낫지만 고령환자는 면역력·체력이 낮아 치료제도 잘 듣지 않고 낫는 속도도 느리다”며 “여기에서 병상 회전률이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고령환자가 늘수록 병상을 차지해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퇴원하지 않기 때문에 병상의 여유가 점점 없어지는 것”이라며 “의료진, 의료시설을 차지한 비중이 상당히 높아지면 다른 환자를 돌볼 수가 없게 돼 의료체계에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고령환자가 늘수록) 끝내는 사망률·치명률도 높아진다”며 “차라리 위중·중증환자를 따로 모셔서 치료·요양할 수 있는 전문시설을 만드는 게 의료인력, 장비, 시설 관리에 좋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결국에는 근본적인 해결 밖에는 답이 없다. 잘 치료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차단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방역수칙을 얼마나 잘 지켜주느냐가 방역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했다.

또 “방역 피로도가 늘어감에 따라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 사람이 점차 발생하게 된다면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상황까지도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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