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단계적, 체계적 변경 운영해야”
교육계 “수능필수과목 안돼 실효성 반감”

▲ 22일 오후 용산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지연ㆍ김지현 기자] 22일 오전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 고교 입학생부터 한국사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변경한다는 것과 관련, 고교 일선 교사들을 비롯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체계적인 교육과정 등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서울 용산고등학교에서 역사를 담당하고 있는 오세운 교사는 “이미 거의 모든 학교가 한국사를 85시간씩 수업하고 있다. 단지 그 방식이 ‘집중이수제’이다 보니 한 학기에 85시간을 모두 채워야 해서 학생도 교사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1학년 역사를 집중이수제로 수업하고 있는 최선숙 교사도 “예전에 1년간 주당 3시간 수업하다가 집중이수제로 인해 주당 5시간씩 한 학기를 수업하면서 역사교육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재의 집중이수제를 유지하면 85시간 수업을 하게 되므로 교과부 발표가 별다른 의미가 없고 단지 85시간을 한 학기에 몰아서 공부하는 방식이 어려움을 낳고 있다는 얘기다.

신광여고 김장연 역사 교사는 이날 교과부 발표에 대해 “크게 볼 때 공감하고 환영할 만한 일이나 별로 기쁘지 않다. 어떤 배경과 맥락에서 이런 발표가 나오게 됐는지 알 수 없다”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올해 처음으로 변경된 교과서로 수업하고 있는데 또 교과서 내용이 바뀐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이어 “역사 교과서 내용을 새로 구성하게 되면 세계사 비중이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르겠지만 큰 틀로 볼 때 바뀌기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또 교과서 내용을 수정해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이날 교과부의 발표에 대해서 그 방향은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얼마나 제대로 된 교과서가 만들어질지는 의문이라고 교사들은 말했다.

교사들은 현재 한국사 교과서가 기존 ‘국사’ 와 ‘근현대사’ 교과서를 합쳐 놓은 것으로 방대한 범위를 축약적으로 싣다 보니 가르치기에 양적으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학생들 또한 어려운 용어들로 인해 한국사책을 ‘암호문’처럼 어렵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교육계도 정부의 역사 교육 강화 방안에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면서도 한편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측은 “역사교육의 강화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실효성과 현장성의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역사과목이 수능 필수과목이 되어야 학생들이 관심을 더 끌 수 있을 것이고 세계사와의 구성도, 비중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글로벌 시대에 세계사적 관점에서 한국사를 바라보는 안목이 필요한 만큼 통합사고적 인식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측은 “역사교육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수시로 변경을 하면 시기나 상황 면에서 학교 현장에서는 혼란스럽다”며 “교육과정이 연간 단위로 단계적,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교조 동훈찬 대변인은 “학교교육 과정은 특정 사안이 발생하더라도 단계적, 체계적으로 변경 운영해야지 이렇게 임기응변식으로 결정, 발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동 대변인은 이어 “이번 발표는 2009년도 교육과정 운영 방침과는 상반되는 내용이 있는데 교과부는 정부나 언론에서 대책을 요구하면 그 내용을 취합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에서 특정 입장을 밝힐 때마다 교육과정이 변경되면 일선에서는 혼란만 가중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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