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간판까지 ‘국민의힘’으로 바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면서 이를 통해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참패한 통합당은 당 재건의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오랫동안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택했다. 지금 제1야당은 말 그대로 ‘비상’의 시기인 셈이다.

김종인 위원장의 지난 100일은 일단 긍정적이다. 당초 총선 참패 직후부터 당 내부의 리더십을 세우지 못하는 무능과 또 비대위 체제로 가는 절충의 기회주의적 태도에 적잖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대안은 없다는 공감대 속에 ‘어쩔 수 없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들어섰던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위원장은 뭔가를 바꿔보려는 의지는 생각보다 강했다. 가는 곳마다 시선을 끌려고 했으며, 국민의 눈높이를 의식한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훼손한 지난 과오를 사죄하며 눈물을 흘린 모습은 압권이었다. 혹자는 ‘쇼’라고 폄하했지만 설사 쇼라고 하더라도 그 모습은 엄숙했다. 지난 광복절 극우 교회세력과 당내 일부 인사들이 참여한 광화문 집회와도 선을 그으려는 태도는 그 연장선에 있었다. 과거의 잘못된 언행과는 차원을 달리하겠다는 뜻으로 보였다. 변화와 혁신을 향한 의지의 소산이라 하겠다.

특히 당헌과 당 정책기조를 바꾸는 작업은 변화와 혁신을 지향하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진정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최대 성과라 하겠다. 정치지형도 상당부분 개혁적으로 바꿔놓았다. 비록 초보적인 형태이긴 하지만 ‘기본소득’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다는 점에서도 ‘김종인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대목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당의 간판까지 바꿨으니 김종인 100일의 변화와 혁신은 이제 겨우 물꼬를 텄다고 볼 수 있다.

물꼬를 텄다는 것은 이제 새로운 물길을 열어야 하며, 이전의 낡은 둑은 허물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길에는 두 개의 과제가 놓여있다. 먼저 낡은 둑을 허물 듯 세월호와 광주를 비하했던 당내 낡은 이념세력에 대한 엄중한 인적 쇄신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바탕에서 새로운 인물들을 대거 발탁해서 당의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지난 총선을 통해서 다수의 인재들이 당내 포진돼 있다. 낡은 세력들이 죽는다면 그 자리에는 새로운 세력들이 잎과 꽃을 피울 것이다. 그 역할은 온전히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몫이다. 이젠 추상보다 구체로, 말보다 행동으로 변화와 혁신의 실질적인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