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는 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이 북한 박봉주 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리병철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부위원장 등이 황해남도 장연군 협동농장을 돌며 태풍피해 복구사업을 지도하는 장면을 지면 1면에 배치한 모습을 보도했다. (출처: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이 북한 박봉주 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리병철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부위원장 등이 황해남도 장연군 협동농장을 돌며 태풍피해 복구사업을 지도하는 장면을 지면 1면에 배치한 모습을 보도했다. (출처: 연합뉴스)

김정은 아닌 당 간부들 소식 1면 게재

태풍 피해 현장 방문 등 연일 내용 다뤄

전문가 “‘김정은’ 식 위임통치 진화 과정”

“北내부 결속을 위한 의도도 분명해 보여”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지난달 30일에 이어 1일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당 고위 간부들이 태풍 피해 현장을 시찰한 사진을 전면 배치해 주목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닌 당 간부들의 사진을 1면에 대대적으로 게재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인데,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문, 리병철·박봉주 피해 현장 시찰 보도

신문은 이날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황해남도 장연군에 있는 협동농장들을 둘러보고, 태풍피해 복구 사업을 지도했다면서 관련 사진과 기사를 1면에 나란히 담았다.

신문은 “리병철 부위원장이 현지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일꾼들과 농업 근로자들이 태풍 피해를 하루 빨리 복구하기 위한 사업을 전격 추진할 데 대해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박 부위원장도 당만 굳게 믿고 따르는 길에 행복한 내일이 있다”면서 “사회주의 수호의 주 타격 전방인 농업 전선을 굳건히 지켜나가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1면 하단에는 당 중앙위원회 김재룡·리일환·최휘·박태덕·김영철·김형준 부위원장들이 황해남도 장연군과 대탄군 여러 농장의 피해 복구 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하는 모습도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앞서 신문은 지난달 30일에도 박봉주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 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이 황해남도 농업지대를 살펴봤다며 관련 사진과 기사를 1면에 실었다.

태풍피해 현장을 찾은 북한 노동당 고위간부들.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김재룡·리일환·최휘·박태덕·김영철·김형준 당 부위원장이 황해남도 태풍피해현장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2020.9.1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출처: 연합뉴스)
태풍피해 현장을 찾은 북한 노동당 고위간부들.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김재룡·리일환·최휘·박태덕·김영철·김형준 당 부위원장이 황해남도 태풍피해현장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출처: 연합뉴스)

◆전문가, 北간부 신문 1면 소개… “매우 이례적”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날 관련 분석 자료를 내고 “지금까지 노동신문 1면은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소개하는데 주로 할애해왔고, 간혹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북한을 대표해 외국정상과의 회담을 위해 출국하거나 귀국할 경우 사진과 함께 실은 적은 있다”면서도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나 내각 총리 관련 기사를 사진과 함께 게재한 적은 그 사례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이 고위 간부들의 소식을 1면에 배치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게 정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 배경과 관련해선 “김 위원장이 절대 권력과 핵심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보유하면서도 핵심 간부들에게 담당 분야에서의 정책결정에 대해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하고 동시에 결정의 결과에 대해 승진이나 강등 등과 같은 방식으로 확실하게 책임을 묻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김정은’ 식의 위임 통치가 계속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해석은 앞서 지난달 20일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경제 분야는 박봉주 당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 총리, 군사 분야는 최부일 당 군사부장과 전략무기 개발을 전담하고 있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게 권한이 분산됐다고 보고한 바 있는데,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통일부 “北간부들, 김정은 지시에 총동원”

특히 군사 담당인 리병철 부위원장이 경제 관련 현장을 방문한 것도 상당히 이례적인데, 북한이 이처럼 당 간부들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번 태풍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는 최근 홍수, 태풍 때마다 직접 현장을 찾아 농작물 피해 최소화를 지시한 김정은 위원장의 뜻에 따른 것이기도 한데, 실제 통일부는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의 피해복구 강조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고 밝혀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실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안보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통화에서 “(이들의 공개 활동은) 대북제재와 코로나19, 폭우까지 3중고에 빠진 북한이 최악으로 치닫는 현재의 위기를 다잡고 결속시켜 가야하는 그런 상황에서 나온 것 같다”면서 “북한 내부 결속을 위한 의도도 분명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내부결속용’이라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당장 북한이 오는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10월 10일)까지 이들 문제 해결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한 만큼 ‘수해 복구를 마무리하고 국가적 위기 타개를 성과로 내세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북한 노동신문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일꾼이 황해남도의 태풍피해지역들에서 농업근로자들과 함께 농경지와 농작물 피해 복구 전투를 힘차게 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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