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20.9.1
ⓒ천지일보 2020.9.1

코로나 확산에 경계한 3월부터

방역지침에 반기든 전광훈 교회

결국 대규모 감염… 반성은 없어

 

한국교회 ‘종교탄압’ 주장했지만

여론 악화, 울며겨자먹기식 사과

타종교인 ‘목회자-정부’ 둘 다 지적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교회발 집단 재확산을 놓고 개신교계의 대응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부에선 ‘종교탄압’이라며 강경 대응으로 반발하는 한편, 악화 된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해 한발 물러서 사과문을 내는 태도도 보인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교회발 집단 확진자가 발생하는 시점에서 교회가 국민들의 분노를 해소하고, 교회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코로나를 진정시킬 수 있을까. 천지일보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현재 한국교회가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당면한 과제를 진단해봤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광훈 목사의 변호인 강연재 변호사가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 목사의 성명서를 대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광훈 목사의 변호인 강연재 변호사가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 목사의 성명서를 대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21

◆ 정부 초강수 “대면 예배 금지”에 교회들 ‘발끈’

중대본은 지난달 23일부터 코로나19 방역 수준을 2단계로 격상하고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서울‧인천‧경기지역 교회에 비대면 예배만 허용하고 그 외 대면 모임과 행사, 식사 등 활동을 전면 금지시켰다. 부산시 등 지자체들도 이에 발맞춰 종교시설의 대면 예배를 금지했다.

이에 앞서 14일 경기도는 도내 모든 종교시설에 대해 다음 날부터 2주간 집합제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는 지난 5월 5일 집합제한 조치를 해제한 후 석달여만에 재발동하는 것이었다. 단, 경기도는 정규 예배‧미사‧법회 등은 허용했었다. 그러나 중대본의 발표로 대면 모임은 전면 금지됐다.

정부의 이 같은 강경 조치에 개신교 내 대응이 갈리고 있다. 여전히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측이 있는가 하면 뒤늦게 사죄문을 발표하고 나선 곳도 있다.

전자는 부산기독교총연합회(부기총)다. 부기총은 긴급회의를 갖고 부산시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하는 날부터 도리어 대면 예배를 강행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부기총은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부산지역 16개 구군 기독교연합회와 소속 1800여 지역교회에 공문을 보냈다. 이들은 부산시를 상대로 행정명령에 불복해 집행정지 소송까지 제기하겠다고 밝혀 마찰을 예고했다.

[광주=뉴시스] 25일 오후 광주 북구 각화동 모 교회에서 교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방역당국은 광화문 집회 참석 뒤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60대 여성이 지난 16일과 19일 이 교회에서 3차례 예배를 본 것으로 확인, 직·간접 접촉자로 분류된 교인 모두를 검사한다.
[광주=뉴시스] 25일 오후 광주 북구 각화동 모 교회에서 교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방역당국은 광화문 집회 참석 뒤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60대 여성이 지난 16일과 19일 이 교회에서 3차례 예배를 본 것으로 확인, 직·간접 접촉자로 분류된 교인 모두를 검사한다.

◆ ‘뒷북’ 사과문 냈지만 국민들은 이미 ‘분노’

반면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한 단체도 있다. 지난달 18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한국성결교회연합회 등 몇몇 개신교 단체가 사과문을 내고 “방역에 대한 범교단적 공동 대처가 미흡했던 책임을 통감한다” “감염병 퇴치를 위해 교회가 사회의 모본이 되지 못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머리 숙여 깊이 사죄한다”는 등의 사죄문을 냈다.

그러나 처음부터 사죄문을 낸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교총은 먼저는 방역 실패에 대해 교회 책임이 크다고 자성하는 듯 보였으나 중간에 입장을 선회에 질타를 받았다. 한교총은 지난달 11일 30개 회원교단 소속 5만 6000여개 교회에 공문을 보내고 “방역에 실패한 교회의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교총은 정부가 교회를 지정해 방역지침을 내놓자 지난 15일 ‘기독교 탄압’ ‘모욕감’ 등 표현을 써가며 “중앙정부의 결정으로 일부 지자체가 과잉 대응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했다. 이날 한교총은 “교회 소모임 금지 등의 조치를 즉각 취소해야 한다”며 “(취소하지 않는다면 행정 소송이나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교총 대표회장 김태영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지난달 27일 만난 자리에서 “종교가 어떤 이들에겐 취미일지 모르지만 신앙을 생명같이 여기는 이들에게는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종교의 자유를 쉽게 공권력으로 제한할 수 있고,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려 놀랬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는 정부 방역에 적극 협조하겠지만 교회 본질인 예배를 지키는 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며 “코로나가 한두 주, 혹은 한두 달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볼 때 대책없이 교회 문을 닫고 예배를 비대면․온라인 예배를 지속할 수 없다고 하는 게 교회의 현실”이라고 말해 논란을 샀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 7월의 상황이었다면 먹혔을지도 모를 주장이다. 지난 7월 개신교계가 여론을 몰아 정부를 압박해 부담을 느낀 정부가 한발 물러선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교회 내 소모임 등을 제한하는 방역지침을 내놓았고, 개신교계는 ‘종교 자유의 침해’라며 맞섰다. 한교총은 논평을 통해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심히 유감”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도 성명을 내고 강력하게 유감을 드러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청원이 등장해 하루도 안 돼 동의가 30만명에 달했다.

여론이 악화하고 코로나 확산 상황도 진정되자 정부는 한발 물러서서 방역 강화조치를 2주만에 해제했다. 정부는 종교시설을 고위험시설로 지정하는데에도 신중했다. 이 때문에 국민 방역을 놓고 종교계 눈치보기를 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번에도 제기됐다. 지난달 19일 ‘비대면 예배만 허용하는 국가의 강화된 방역조치를 수정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종교와 사상의 자유, 그리고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사랑제일교회 등 교회발 확진자가 연일 증가하는 상황에서 개신교 측의 으름장이 효과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고, 결국 교단연합기구들이 사과문을 낸 게 아니냔 분석이다.

특히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목사) 측의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대응을 놓고 여론의 질타가 상당하다. 사랑제일교회는 지난 3월에도 서울시가 발동한 집회 금지 행정명령에 불복해 대면 예배를 강행했었다. 시는 교회라는 특정 공간, 특히 밀폐된 장소에서 가깝게 붙어 앉은 신도들이 기도하고 찬송하는 동안 비말(침방울) 감염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교회 측에 온라인 예배 등 비대면 예배를 권장했다.

그러나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은 종교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예배방해죄’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경찰에 항의하는 등 태도를 보여 지역 주민의 우려를 샀다.

전문가들은 사랑제일교회에 대해 개개인들이 역학조사 의무, 코로나19 전파 가능성 등을 알고 있었지만 예배를 강행했고, 집단 감염이 됐다는 데 비판적인 시각을 두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랑제일교회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34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에 출입통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시는 이 교회 교인과 방문자 4053명에게 코로나19 검사 명령을 내린 상황이다. ⓒ천지일보 2020.8.16
사랑제일교회. ⓒ천지일보 2020.8.16

◆ “목회자, 신도 목숨 생각해야” vs “종교계 탄압 확산 우려”

이 같은 사태를 바라보는 종교인의 시각에는 차이가 있었다. 신도들의 목숨을 생각해 방역에 우선 협조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종교탄압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대한불교임제종 평인사 주지 혜원스님은 “교회에서의 방역은 목회자들의 생각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스님은 “일부 교회에서는 신유집회를 언급하며 교회에 오면 코로나바이러스조차 다 낫는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도 들었다”며 “코로나 감염환자를 실제로 그 교회들에게 보낸다면, 치료는 둘째치고서라도 과연 그 교회들이 감염환자를 정말로 수용할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신유’는 기독교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로 ‘신의 힘으로 병이 낫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님은 “일단은 방역이 먼저다. 모든 종교계가 다 함께 방역에 동참하고 있으니,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신도들의 생명을 위해서라도 지침에 따라주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족도교 김중호 도장은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교회와 정부 간 정치‧이념적인 갈등 양상으로 번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을 내비쳤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빌미로 기 싸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도장은 특히 종교계 입장을 대변하며 “정말 방역만을 위한 조치라면 순수하게 따라갈 수 있겠지만, 종교인들은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를 빌미로 종교계를 탄압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도장은 “신천지가 감염 피해자가 많다는 이유로 없던 죄를 뒤집어쓰고 압수수색을 받고 구속을 당했다”며 “그 다음은 기독교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전광훈 목사의 행동을 보면 잘못한 게 맞고, 질타를 받아야 하지 옹호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면서도 “하지만 전 목사는 기독교를 대변한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엔 기독교가 정부의 타깃이 된 것”이라고 논리를 폈다.

이어 그는 “주변에선 다음번엔 다른 종교도 정부의 탄압을 받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며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재앙이 대한민국의 종교계를 탄압하는 계기가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