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된 박근혜 정부의 뒤를 이어 ‘부정부패가 없고 공정한 사회’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는 4대 비전과 12개의 세부 계획을 통해 총 784개의 공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문재인 정부의 공약 이행율은 13.9%에 그쳐 곳곳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 진행상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둘로 나뉜 광화문과 서초동
적폐 청산·조국 사태 갈등 격화
청와대 국민청원도 이념 전쟁터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지난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끝내고 국민 모두의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3여년이 지난 현재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은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헌정사 최초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국민 통합이라는 메시지는 국민에게 많은 희망을 줬다.
그러나 지난 3년간 광화문 광장은 태극기 부대의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촉구 집회로 물들었고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서초동은 ‘조국 수호’와 ‘조국 반대’ 집회가 열리면서 반으로 갈라졌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시작으로 조국 사태, 윤미향 의원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의혹,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 각종 논란도 진영 논리에 빠져 국론이분열됐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적폐 청산 작업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북방한계선(NLL)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국정원 댓글 사건, 문화계 블랙리스트, 헌법재판소 사찰 등에 대한 적폐 청산 TF 리스트를 확정했다. 또한 대검찰청도 검찰과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전 정부에서 있었던 여러 사건들을 수사 대상으로 삼아 조사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전 정권에 대한 보복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정치권에서는 이 시기부터 통합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을 당시 친문 세력과 비문 세력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국민 통합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전 장관은 임명과정에서 청문회도 제대로 열리지 못할 정도로 험난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이 비판했던 보수 인사들의 삶의 방식을 본인이 답습했고, 대다수 국민의 도덕적 기준과 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문회 과정에서 웅동학원, 사모펀드, 부인 정경심 교수, 딸 조민 의전원 입학, 아들 조원 관련 의혹이 연달아 터져 나오면서 도덕성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고, 미래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 등 보수세력은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반 조국 시위’를 진행했다. 반면 친문 세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서초동에서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위한 촛불 시위’로 맞불을 놓으면서 국민 통합의 길은 멀어졌다.
조국 사태 이후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가 45%, 부정 평가가 46%로 나타나면서 대통령에 대한 입장의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가 ‘내 편이냐, 적이냐’는 식으로 편 가르기를 강요하는 정치를 하고 보수 세력은 적폐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들어서는 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관련 의혹과 박원순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등으로 진영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앞서 지난 5월 7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한평생을 바친 이용수 할머니가 윤 의원의 기부금 횡령 의혹을 제기하며 수요집회 불참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당시 “할머니가 처음에 윤 전 이사장이 비례대표 의원 후보자가 됐을 때는 ‘열심히 잘해라’는 취지로 말씀을 하셨다”고 해명했다.
이 할머니의 폭로 이후 수요집회는 정의연과 관련 단체의 집회와 윤 의원의 의혹에 대한 수사 촉구와 수요 집회를 반대해 온 보수단체의 시위로 물들었다. 아울러 친문 지지자들이 이용수 할머니에게 인신공격을 하는 등 할머니를 향한 2차 가해가 벌어지기도 했다.
여비서 성추행 의혹이 일자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경우 지지자와 친문 세력을 중심으로 피해자의 신상을 털고 사진을 공개하는 등 2차 가해가 이어졌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박 전 시장의 서울시장을 결정했다. 친일 논란이 있는 백선엽 장군도 비슷한 시기에 사망하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이념 논쟁이 다시 격화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민과 소통을 내걸며 야심 차게 준비한 청와대 국민소통도 이념에 따라 정치 공세를 펼치는 장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 평론가는 “문 대통령이 내세운 진보와 보수의 갈등 종식은 공약(空約)이 되고 말았다”며 “대통령의 임기가 막바지에 접어드는 가운데 특단의 대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진영 갈등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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