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언론’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민주주의의 절대 가치인 자유, 평등, 정의 등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권력으로부터 통제받지 않는 언론이 존재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언론이 특정 힘에 의해 제어되거나 정의롭지 못한 부류로부터 보도의 자유가 구속받게 된다면 객관적 사실이 나올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사회구성원들은 제대로 된 정보, 사실에 입각한 내용들을 전달받지 못함은 뻔한 일이며, 이로써 민주주의의 완결성은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일찍이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설파한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명언은 신문과 독자와의 불가분론을 부각시키면서 언론의 무한 책임을 일깨웠다. 

언론과 정부의 관계에서 고전처럼 인용되는 제퍼슨 대통령의 언론관은 이처럼 명확한바, 그가 1787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무쇠처럼 무거운 권력으로부터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문을 해결의 본령으로 삼은즉, 그 내용은 “(누가 나에게)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후자(정부 없는 신문)를 택하겠다”고 했던바, 이 말은 오늘날까지 민주주의사회에서 정부 기능 이상으로 언론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현대사회에서 신문이 주어진 사명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많은 독자들은 한사코 고개를 젓는다. 그것은 언론이 현실의 불가시적 사상(事狀)에 관한 진실을 그대로 담아 사회에, 독자들에게 제공해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여기에는 미국의 전설적 언론인 리프만의 견해가 담긴 뉴스의 취약성대로 언론사(기자)의 취재 능력과 조건상의 한계, 언론의 뉴스가치의 판단에 대한 여러 각도의 기준, 대다수가 믿을 수 있는 정보제공기관의 부존재 등에서 기인된다는 지적들은 내부적인 요인보다는 외부적 한계로 인한 것이 더 크다고 하겠다. 이러한 현상들은 리프만의 말대로 언론의 위기가 곧 민주주의의 위기임을 상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언론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에 이어 제4부라 일컬어지며 제4의 권력이라고도 하는데, 지금 우리사회에서 언론이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로서 온전하며 언론환경은 정상적인가? 

분명 그렇지 못하다. 그것은 신문 등 언론 스스로가 잘못된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보다는 유형화된 권력을 좇아 동질화되는 모습으로 언론의 무한책임과 본령에 대한 의무에 등한시하는 것이 그 원인이다. 아니라 할지라도 적어도 독자들은 언론을 불신하고 그렇게 보고 단정하고 있는바 이것이 곧 민주주의의 위기이자 언론의 취약성을 입증시키는 증명서가 되고도 남는다. 

한국사회에서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고작 21%로 세계 180개 조사대상국 중 최하위 기록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0’ 자료에서 한국의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로는 42위에 이르나, 한국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가장 꼴찌에 해당되니 이러한 문제들은 양극화된 논리, 진부한 이념 대결장으로 치닫는 한국정치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볼 때 신문다운 신문이 없다는 현실로 귀결되는 것이니 한 마디로 언론이 국가사회에 대한 막중한 책임성을 간과할 경우 나타나는 현상이라 하겠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였던 2009년 9월 1일 천지일보가 창간됐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터진 그 여파로 세계 언론환경이 더없이 열세였고, 국내 상황으로 볼 때에도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신종플루 확산에 따른 사망자 속출, 용산참사 발생 등 사회가 혼란하던 시기에 중도언론을 표방하며 천지일보가 발걸음을 뗐던 것인즉, 사실에 충실하고 정확성에 치중하겠다는 초심은 그 후 11년 동안 변함없이 한결같았다. 의식을 일깨우는 정론지로서 화합과 상생의 주춧돌을 놓기 위한 본지는 진실의 목격자로서 실체적 진실로 독자들에게 다가섰다.
이쯤에서 자성해본다. 

코로나19와 갈등과 불의로 뒤덮인 2020년의 한국사회에서 언론이 과연 사명감을 갖고 험난한 환경 속에서 실체적 진실을 위해 노력했던가를 묻고 싶다. 

특정세력이 진실을 호도하고 약자들이 신음할 때 본지는 ‘객관적 사실이 묻히면 민주주의는 사라진다’는 격정 하나로 뛰고 또 뛰었지만 결과적으로 미약했다. 

그렇긴 해도 본지 임직원들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구현하며 독자들에게 실체적 진실을 정확히 제공한다는 열정 하나는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신문이, 언론이 국가․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분명한 점은 그 영향력이 권력에 기생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상(事狀)의 실체적 진실과 언론의 책임감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이 땅의 공동선을 위해 행사돼야 한다. 그래서 창간 11주년을 맞이한 천지일보는 사시가 정한바 본령(本領)을 곧추세워 초심으로 돌아가 다짐해본다. 

“작지만 강한 신문이 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늘 곁에서 지켜보시고 채찍질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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