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아들로부터 ‘우리 아빠는 무식하고 별 볼 일 없는 막노동꾼이다’라는 편지를 받은 아빠의 기분은 어떨까? 대부분 좌절하고 슬퍼하며 아이들을 미워하는 막 나가는 아빠가 될 거 같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두 아들을 서울대에 합격시킨 중졸 아빠가 있어 화제다. 심지어 난독증으로 40대 중반에야 아내의 도움을 받아 한글을 깨우친 아빠라니 더욱 놀랍다. 난독증은 듣고 말하기는 되는데 문자를 판독하고, 글을 읽거나 쓰기 힘들어하는 학습장애를 말한다.

위 이야기의 주인공인 노태권 씨의 두 아들도 최종 학력이 중졸이었다. 첫째는 게임 중독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았고, 둘째는 아토피가 심해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했다. 삼부자가 중졸인 셈이다. 그 후 반전은 아빠가 40대에 아내의 도움으로 한글을 깨우치고, 수능 모의고사 7회 연속 전 과목 만점을 받을 정도로 공부의 달인이 됐다. 그 후 중졸의 두 아들을 직접 가르쳐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에 진학시켰다. 아이들은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 공부를 하게 된 이유로 부모가 선행학습을 전혀 시키지 않았고, 간섭을 거의 안 했으며, 칭찬에 인색하지 않은 이유를 꼽는다. 게임 중독인 아이들을 간섭을 안 하고 칭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 부모에 그 자식이다.

노씨는 학교 다녀오면 집에 부모는 없지, 친구들은 다 학원 가지. 돈도 없고 할 것도 없는 아이들이 할 게 게임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아이들을 이해한다. 아이들에게 공부하라 다그치기보다 먼저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노력했다. 아버지의 잘못을 인정하고 “주말에 아빠와 산책하면 게임 그만하라는 얘기 안 하겠다”라고 해 같이 걷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걷다 보니 피곤해 자연히 게임을 줄였고, 공부를 위한 체력까지 기르는 효과가 있었다. 자퇴한 아들을 자신의 일터인 공사장·주유소·세차장 등을 데리고 다니며 일을 시켰더니 그 아들이 어느 날 스스로 “공부를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막노동을 해보니 중졸 학력으로는 세상에서 인정받는 직업을 갖는 게 불가능하단 것을 스스로 깨우쳤기 때문이다.

노씨 자녀교육의 성공 요인은 먼저 게임을 줄이기 위해 같이 걷기 운동한 게 효과가 컸다. 막노동이나 아르바이트를 체험시켜 공부하지 않으면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지 몸소 느끼게 한 살아 있는 교육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공부 잘하는 방법’이란 주제로 특강을 다니는 노씨는 “비슷한 주제의 책 5권을 읽으면 모르는 게 없다”라며 아이들에게 독서의 중요성과 끈기를 인식시켰다. 노씨의 아버지가 공무원이고 형제들이 명문대를 졸업할 정도면 기본적으로 공부 유전자를 갖고 있을 확률도 높다. 게임 중독인 두 아들에게도 공부 유전자가 대물림됐을 게다. 부모의 인성이 게임 중독 아이를 믿고 기다려줄 정도로 훌륭하니 아이들도 스스로 다시 공부에 도전할 수 있는 인성을 지니게 됐다. 

사춘기 방황하는 청소년을 보면 대부분 부모로부터 문제가 생긴 아이가 많다. 부모가 사랑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감싸면 나중에라도 아이가 바뀐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아빠가 힘들게 일하는 직장 체험을 시키거나,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고통받는 호스피스 병원 같은 데서 봉사활동을 하게 하면 아이들이 많은 것을 느끼고 공부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다. 비싼 돈 들여가며 억지로 사교육 시키는 것보다 효과가 훨씬 크다. 

노씨의 두 형제 사례를 보더라도 뒤늦게 철이 들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으려면 수능 위주 정시 비율이 높아야 한다. 현재처럼 내신, 학종으로 대학을 가는 수시 비중이 높으면 내신이 나쁜 아이들은 나중에 정신 차려도 공부해 대학 갈 방법이 없다. 예전에는 군 복무를 마친 후 뒤늦게 철들어 열심히 공부해 명문대 가는 사례도 많았다. 늦게라도 공부하려는 인재들에게 제도가 길을 열어줘야 한다.

노씨의 사연을 읽다 보면 현대판 바보온달과 평강공주라는 생각이 든다. 고졸 은행원인 아내가 중졸 막노동꾼의 열정과 눈빛에 끌려 결혼해 43세에 공부를 가르쳐 난독증을 고치게 했다는 대목은 실화인지 의심하게 할 정도로 믿기지 않는다. 아내의 진심이 남편에게 전해진 결과다.

또 아빠의 진심이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끈끈한 가족애가 있어서 가능한 감동 스토리다. 아이들은 “공부해!”라는 잔소리보다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부모에 더 공감하고 잘못된 행동을 바꾼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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