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 ⓒ천지일보 DB
원세훈 전 국정원장 ⓒ천지일보 DB

댓글부대·방송장악 등 혐의

158억원 횡령 유죄 판단

이명박·이상득 등 뇌물 유죄

‘방송장악’ 등 직권남용 무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이명박 정부시절 각종 불법 정치공작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이준영 최성보 부장판사)는 3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 항소심에서 징역 7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이는 1심 선고 형량과 비교할 때 자격정지(7년) 기간만 2년 준 것이다.

원 전 원장은 이미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전적이 있다. 해당 사건으로 원 전 원장은 2018년 4월 징역 4년이 확정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로 정부는 ‘적폐청산’이라는 목표 아래 숨어있는 비리 등 혐의를 파헤치는 작업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원 전 원장이 전면적 재수사 대상이 됐다.

재수사를 거쳐 2017년 12월 원 전 원장은 민간인까지 동원한 ‘댓글 부대’를 운영해 국정원 예산을 목적 외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댓글 조작뿐 아니라 유명인의 뒷조사에 개입하고, 개인적인 일에 자금을 유용한 혐의 등도 파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원순 제압문건 관련 7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 ⓒ천지일보 2019.1.17

이 사건 기소를 시작으로 원 전 원장은 2018년 12월 31일 어용노총 설립에 국정원 예산을 쓴 혐의까지 무려 9차례 기소됐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정보기관의 정치관여 문제로 수많은 폐해가 발생했고 정보기관의 그 명칭이나 업무범위를 수차례 고쳐온 과정을 보면 국정원의 정치 관여는 어떤 형태이든 매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히 정치관여 목적이 명백해 보이는 민간단체(국가발전미래협의회, 국발협)를 국정원이 주도로 설립하고, 운영자금까지 지원한 행위는 대단히 잘못됐다”며 “국고손실 금액도 매우 크고 유죄로 인정되는 뇌물 금액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장·국장 등으로 근무하며 국가안전보장에 매진하던 다수의 국정원 직원이 원 전 원장의 위법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고 여러 범죄에 연루돼 형사처벌을 받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다만 “이번 재판에서 무죄에서 유죄로, 유죄에서 무죄로 바뀐 부분을 비교했다”며 “원 전 원장이 이미 댓글과 관련해 징역 4년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점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원 전 원장은 심리전단 사이버팀과 연계된 외곽팀에 국정원 예산 63억원을 지원해 국고를 손실하고 위증한 혐의, 국발협을 만들어 진보 세력을 ‘종북’으로 모는 정치 공작을 벌이고 47억원의 예산을 사용한 혐의 등에 대해 1심과 같은 유죄를 선고받았다.

또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에 10만달러를 제공한 혐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 사업 혐의, 우파단체 지원으로 1억 5000여만원의 예산을 횡령한 혐의도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 선고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를 사실상 소유하면서 그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를 사실상 소유하면서 그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9

비공식 용도로 빌린 호텔방에 임차보증금 28억원을 지급한 국고손실 혐의는 1심과 반대로 유죄가 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중 권양숙 여사의 중국 여행을 미행한 부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일본 출장을 미행한 부분은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직권남용 대상이 국정원 직원이라는 점에 비춰 최근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원 전 원장과 공모한 혐의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됐던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방송 장악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김재철 전 MBC 사장에겐 1심에서 선고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그대로 선고됐다.

국발협 최대 회장을 지낸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이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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