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홍수 등 악재 겹쳐
8% 친문 표심 위해 과격발언
당 내부서도 ‘3무 전대’ 비판
예상외로 높은 투표율 주목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홍수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언택트’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에 명암이 확연히 드러났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사상 초유의 ‘무관중’ 전당대회로 인해 국민들의 관심도가 크게 떨어졌다. 여기에 8.15 광화문 집회 등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세로 접어들면서 1만명 이상의 당원·지지자들이 모이는 ‘운동장 전당대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인원이 축소했다. 또한 전당대회 초기부터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 정도로 ‘이낙연 대세론’이 나오면서 국민적 관심도도 크게 떨어졌다.
아울러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민주당 내 극성 친문 지지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과격한 발언을 일삼은 점은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정당사 최초로 ‘언택트 전당대회’를 시도해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고, 후보자들 간 이전투구 없이 갈등을 남기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점으로 꼽힌다.
이번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유난히 악재가 많았다. 우선 역대 최장기 장마와 집중 호우 피해로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자의 합동연설회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확진자 간접접촉으로 인해 이낙연 후보가 자가 격리에 들어가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 후보는 지난 17일 한 라디오 인터뷰 출연당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검사 결과 음성판정을 받았으나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오는 31일까지 2주간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 여기에 전당대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취재했던 기자 한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당 지도부가 자가 격리에 들어가는 상황도 벌어졌다.
국민적인 관심이 줄어든 민주당의 전당대회에서는 후보들이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표심을 잡기 위해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들은 총선 이후 추락하는 지지율에 대한 반성과 당 혁신 방안은 없이 친문 지지자들을 겨냥해 야권과 윤석열 검찰총장 등을 향한 노골적 비판 밖에 없었다.
그러나 300만명의 민주당 당원 중 극성 친문으로 분류되는 권리당원은 24만여명(8%)에 불과하다.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당의 혁신 방안‧비전‧야당과의 협치 약속보다는 검찰과 통합당 때리기에 열을 올린 것이다.
이를 두고 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전당대회는 ‘관심’, ‘논쟁’, ‘비전’이 없는 3무(無) 전당대회”라며 “이름만 가려놓으면 누구 주장인지 구분할 수도 없는 초록동색인 주장들만 넘쳐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러 문제점이 있었지만, 민주당 전당대회는 예상 밖의 높은 투표율과 후보자들 간 과도한 흑색선전과 비방전이 없어 당 내 후유증이나 갈등 요소를 최소화했다는 측면이 있다. 아울러 이번 전당대회도 온라인으로 투표가 진행되면서 진정한 시스템 정당을 구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