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열렸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회의 결과를 오는 6일까지 보고 받고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기가 펄럭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0.7.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열렸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회의 결과를 오는 6일까지 보고 받고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기가 펄럭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0.7.5

추미애, 630명 검찰 인사 단행

윤석열 “신문 나오면 보겠다”

대검찰청 대대적 인적 쇄신

‘한동훈 몸싸움’ 정진웅 승진

女최초 경·부 강력부장 탄생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법무부가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등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27일 단행한 가운데 그 내용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법무부는 검찰총창의 의견을 수렴하고, 형사·공판부를 강화하는 방향의 인사라고 밝혔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 인사 명단을 다 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또 형사·공판의 강화로 이른바 ‘특수·공안통’ 검사들은 빛나던 시절은 끝나는 분위기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고검검사급 검사 585명, 일반검사 45명 등 검사 630명에 대한 인사를 다음 달 3일자로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직접수사부서가 축소되는 등 직제개편에 맞춰 이뤄졌다.

법무부는 “투명하고 내실 있게 진행된 검찰총장의 의견 청취를 통한 인사”라고 강조했지만, 정작 윤 총장의 반응으로 볼 때엔 윤 총장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는지는 의문이다.

윤 총장은 인사안을 받아든 뒤 대검 검사 관련 내용을 읽다가 “신문에 (인사내용이) 나오면 보겠다”며 확인을 그만뒀다고 알려졌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2019.10.1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2019.10.17

직제개편과 맞물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의 변화다. 수사정보정책관은 차장검사급 1명 부장검사급 2명이던 관련 조직이 축소돼 간신히 명맥만 유지했다. 손준성(46, 사법연수원 29기) 수사정보정책관은 수사정보담당관으로 명칭이 변경돼 유임됐다.

수사정보담당관은 과거 범죄정보기획관(범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각종 범죄 정보를 모아 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당사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기자의 녹취파일에는 최근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검찰을) 연결해줄 수 있지. 제보해. 그 내용을 갖고 ‘범정’을 접촉해”라고 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를 볼 때도 수사정보담당관의 역할을 엿볼 수 있지만, 앞으로는 조직 축소로 인한 위상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관련 수사 담당자 정진웅(29기) 부장검사와 검찰 내부망에서 충돌하던 박영진(31기) 대검 형사1과장은 울산지검 형사2부장으로 전보됐다.

박 형사1과장은 사건을 맡은 정 부장검사가 지난달 7일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해 실체적 진실에 상당 부분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히자 이튿날 “대검 부장회의의 사안 설명 요청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수사 진행 중에 수사상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아쉬움을 표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권순정(29기) 대검 대변인도 전주지검 차장검사로 발령된다. 권 대변인은 윤 총장이 취임하면서부터 대변인 역할을 했던 만큼 윤 총장이 신임할 만한 ‘입’이라 할 수 있지만, 이번 인사로 윤 총장과는 멀리 떨어지게 됐다.

그를 대신할 신임 대변인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휘하에 이창수(30기)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2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25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입을 담당했던 구자현(29기) 법무부 대변인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 자리는 신성식(27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승진하기 전까지 맡았던 자리다.

이번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 담당자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의 정진웅(52, 사법연수원 29기) 부장검사의 승진이었다. 그는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 발령 났다.

법조계에 따르면 부장검사가 차장검사로 승진할 때는 통상 지청장을 먼저 거친다고 하는데, 정 부장검사는 곧바로 지검의 차장검사로 갔다. 게다가 한 검사장 독직폭행 혐의로 서울고검의 감찰도 받는 중에 승진됐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추 장관이 공언한 대로 형사·공판부 검사들은 대거 승진의 혜택을 받았다. 앞서 언급한 이창수 부장검사 외에도 변필건(30)기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은 형사1부장을 맡아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이동수 대전지검 형사3부장은 중앙지검 조사1부장으로, 노진영(31기) 전주지검 형사1부장은 중앙지검 형사4부장으로 발령됐다.

이들은 모두 매년 상·하반기 2회씩 선정하는 ‘우수형사부장’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 불법 합병’ 의혹을 수사하던 이복현(32기) 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갔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한 김태은(31기)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부장은 대구지검 형사1부장으로 갔다.

서울중앙지검 ⓒ천지일보 DB
서울중앙지검 ⓒ천지일보 DB

경제범죄형사부는 과거 ‘특수부’였고, 공공수사부는 ‘공안부’로 불렸다. 이른바 ‘특수·공안통’ 경력을 유지하는 대신 형사부 강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 명백해 보이는 배치다.

추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선 형사부 검사들도 민생사건을 한 달에 평균 많게는 200건이 넘고 적게 잡아도 150건씩 처리하면서 많은 고충을 느끼고 있다”며 “지금까지 한두 건의 폼나는 특수사건으로 소수에게만 승진과 발탁의 기회와 영광이 집중돼 왔다면 이제는 법률가인 검사 모두가 고른 희망 속에 자긍심을 갖고 정의를 구하는 사명을 다 할 수 있도록 인사를 바꿔 나갈 것”이라고 적었다.

추 장관은 “지금 전체 2212명 검사 중 700명의 여검사가 활약 중이다. 제가 검사시보를 했던 1983년엔 딱 두 명의 여검사가 있었다”며 “이번 인사에서 우수 여성검사들을 주요 보직에 발탁했다. 검찰역사상 최초로 서울중앙지검과 부산지검 강력부에 여검사 두명을 발탁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원지애(32기) 대검 마약과장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형사부장을, 김연실(34기)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는 부산지검 강력범죄형사부장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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