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광화문 100만 투쟁대회’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전 목사는 보수 성향 단체 및 인사들로 구성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에서 총괄 대표를 맡았다. ⓒ천지일보 2019.10.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광화문 100만 투쟁대회’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전 목사는 보수 성향 단체 및 인사들로 구성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에서 총괄 대표를 맡았다. ⓒ천지일보 2019.10.3

 

교계 전 목사 비판 거세

일부 이단 규정 움직임도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최윤옥 인턴기자] 교회를 매개로 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 하면서 개신교를 향한 사회적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일부 교회의 행태가 사회적 공분의 대상이 되자 대형 개신교 교단과 연합기관은 이들과의 선긋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와 동시에 개신교 내부에서는 회개와 성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종교적이고 정치적인 신념을 주장하는 건 상관없다만 최소한의 민주시민으로서 다른 시민들의 안전 역시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진보성향의 개신교 연합기관 한 중진 목사는 26일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전 목사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자신들의 잘못을 정부와 언론에 떠넘기는데 정말 무책임하다”면서 “(목사로서)기본이 안 돼 있는 사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다른 목사는 “난 그를 목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목사로서) 도저히 해선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분이 목사라 불리는 것도 옳지 않다고 본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최근 코로나 사태 속 사랑제일교회와 8.15집회를 둘러싼 전 목사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전 목사를 향한 사회적 지탄이 계속되는 가운데 개신교계에선 전 목사를 이단으로 지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이단 규정은 교계 퇴출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오는 9월에서 10월 사이 있어질 주요 교단들의 정기총회에서 전 목사가 이단으로 규정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교계에선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이전인 지난해 9월부터 연합 기구를 조직해 전 목사에 대한 이단성을 연구하고 있었다.

전 목사에 대한 이단 규정 문제를 촉발한 것은 먼저 지난해 그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에 취임한 뒤, 주류 교단으로부터 이단 판정을 받은 변승우 목사를 이단에서 해제하면서부터다. 당시 전 목사는 “조사해보니 변 목사가 구원론, 신사도운동, 직통계시 등을 했다는 주장에는 상당한 오해가 있었다”면서 “변 목사에 대해 이단성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한기총, 2013년 탈퇴 러쉬 재현되나… 한국교회 통합은 더 멀어져)

사랑하는교회 변승우 목사가 5일 오후 2시 ‘예장통합 대국민 사면 사기극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예장통합의 특별사면 대상자였던 네 단체가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출처: 사랑하는교회 홈페이지)
사랑하는교회 변승우 목사.(출처: 사랑하는교회 홈페이지)

전 목사가 임의적으로 변 목사에 대한 이단 해제를 결정하면서 당시 교계에선 큰 반발이 일었다. 이에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의 통합도 무산됐다. 당시 한교연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는 “이단문제는 연합기관 마음대로 규정하거나 해제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침 했다.

이후 전 목사 이단 논란에 불을 지핀 건 지난해 10월 광화문 집회 당시 “하나님 나한테 까불면 죽어”라는 전 목사의 발언이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교계에선 보수·진보를 망라하고 “전광훈은 목사라고 부를 수가 없다” “한국 교회의 수치요 망신” 등 비판이 터져 나왔다. (☞관련기사‘신성 모독’ 해명 나선 전광훈 목사 “하나님과의 친밀감에 대한 표현 이었을뿐”)

목사보다 정치인에 가까운 그의 행보에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고 이런 비판이 개신교 전체로 확대되면서 선을 긋는 목사와 신도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는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한국교회는 즉각 전 목사와의 관계절연을 선언하고 그를 교계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개신교 시민단체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역시 ‘코로나19 폭발적 재확산 상황에 한국교회에 드리는 호소문’에서 “주요 교단과 연합기관들은 끊임없는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한국 사회에 엄청난 피해를 미치고 있는 전 목사에 대해 보다 명확한 조치를 해야한다”며 “주요 교단 이단대책위원회가 제출한 이단성 보고서를 총회 차원에서 의결해 한국교회의 순결성을 지켜야한다”고 주장했다.

교계에 따르면 올해 교단총회에서 전 목사에 대한 이단 판정은 각 교단 별로 진행될 방침이다. 단계별로는 ‘예의 주시’ ‘엄중경고’에 이어 ‘이단성’ 단계가 있다. 이 이상은 ‘이단옹호자’ ‘이단’ ‘이단 사이비’ 등 단계로 넘어가는데 교단행사나 목회활동에서 제한을 받는 단계는 ‘이단성’ 부터다.

특히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 등 일부 교단에서는 이미 전 목사를 ‘이단옹호자’로 규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교계 한 관계자는 “전 목사에 대한 구체적인 이단 여부가 오는 9월 교단 정기총회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이 23일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에서 ‘말씀으로 새로워지는 교회’란 주제로 104회 정기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3
[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이 23일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에서 ‘말씀으로 새로워지는 교회’란 주제로 104회 정기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3

◆ “이단 규정 안 될 것”

반면 전 목사의 정치적 색깔에 동조하는 일부 목회자들은 이단 규정이 안 될 것이라 주장한다. 한기총 소속 이모 목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하자는 것은 죄다 진보 목사의 주장이지 총회에 있는 대다수 목사들은 보수적인 머리를 갖고 있다”며 “전 목사를 이단으로 정죄할 수 있는 (총회는) 하나도 없다”고 확신했다.

한기총 소속 또 다른 여성 목사는 “전 목사님같이 나서서 바른말을 하는 분도 이 시대에 필요하다”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가지고 교계나 정치 쪽에서 너무 전 목사님을 몰아붙이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전 목사를 두고 개신교계가 선긋기를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선 ‘선을 긋고’ 있는 개신교가 사실상 전 목사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늘날 전 목사를 키운 것은 한국교회란 역설이다.

정진영 국민일보 종교국장은 27일 “한국교회 목사들, 특히 큰 교회 담임목사들에게 전 목사는 일개 목회자가 아니다”라며 “가까이하기는 불편하지만 멀리하자니 켕기는 존재”라고 했다. 목회자들이 “저돌적이고 직선적인 성격의 전 목사 눈 밖에 나면 곤혹스러운 일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부는 전 목사를 활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 국장은 “그가 한기총 대표회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름 필요성을 느낀 유력 목회자들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어떤 목사는 진보와 보수의 이념 시비에 휘말릴 때 전 목사를 보수 감별사로 동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전광훈 총괄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앞 전 차로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자 참석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1.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전광훈 총괄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앞 전 차로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자 참석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1.4

◆ 먼저 교회가 성찰해야

교계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치열한 성찰을 통해 자정능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또 사랑제일교회 뿐만 아니라 일부 교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과 대면예배 강행 등을 두고 사회적으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교회를 향한 시민들의 신뢰가 더욱 추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기윤실이 올해 초 실시한 2020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한국교회와 목사 등의 말과 행동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나타났다.

기장 총회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교회는 집단이기주의, 거짓우월감과 자가당착, 편견과 혐오를 전파하는 집단이 됐다”며 “생명의 하나님은 코로나19를 통해 생명의 존엄을 위협하는 개인과 집단과 문명을 심판하실 것이다. 우리는 교회가 그 심판의 대상이 아닌지 두려운 마음으로 성찰하고 돌이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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