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윤 효(1956 ~ )

“선생님 대표작은 나그네지요?”

닳도록 외우며 자랐으므로, 그 초짜 시인의 질문은 타당한 것이었다.

“아니. 오늘 밤에 쓸기다.”

그의 답변 또한 매우 합당한 것이었다.

그의 시가 죽지 않는 까닭이다.

 

[시평]

박목월 시인 하면 흔히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하는 ‘나그네’라는 시를 떠올린다. 교과서에서 닳도록 외우며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목월 시인은 이 초기의 대표작 ‘나그네’ 이후, 시집을 낼 때마다, 새로운 변모를 하려고 노력을 했다. 그래서 깊은 향토적 서정성에서 일상의 삶으로, 또는 인생의 깊은 깨달음으로 시의 세계를 끊임없이 넓혀 갔다.

박목월 시인은 다시 태어나도 시인이 될 거라고 말씀을 하곤 했다. 그리곤 어느 날에는 이런 말을 했다. 도둑이 밤중에 도둑질을 하려고 남의 집 담을 넘을 때, 그 담을 넘는 긴장감과 스릴을 느끼지 못한다면, 도둑질을 이제 그만 해야 한다고. 그렇듯이 자신이 하는 그 일에 어떠한 스릴과 기쁨이 없다면, 그 일은 그저 밥이나 벌기 위한 짓에 불과하다는 말씀이다. 그래서 시 쓰기도 마찬가지라고 말을 한다. 시를 쓰는 그 순간의 긴장과 기쁨이 없다면, 타성에 빠져 시를 쓰는 것이니, 시를 그만 써야 한다고.

박목월 시인은 시를 쓰는 매 순간 시를 쓰는 스릴과 기쁨을 지니고 시 쓰기에 임했던 것이다. 그래서 어느 초짜 시인이 “선생님 대표작은 나그네지요?”라고 물으면, 박목월 시인은 정색을 하고, “아니. 오늘 밤에 쓸기다”라고 대답을 할 것이다. 매 순간 자신은 최고의 시를 쓴다는 그 마음으로 시를 쓰던 박목월 시인.

그 누구라도 자신이 하는 일이 무슨 일이든, 이와 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일에 임한다면, 그 사람은 그것만으로도 그 일을 하는 진정한 즐거움을 지니게 될 것이요, 나아가 그 사람은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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