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사람이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일이 찾아올 수도 있고 불안해하고 있었는데 올 것이 오고만 예고된 재난도 있다.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한 사람이나 가정은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우선 전혀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황스럽다. 자신의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가족이나 사랑하는 이가 사고로 저세상 사람이 된 경우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예기치 않은 재산 피해로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재산이라고 하면 ‘돈’이 떠오르지만 보통 사람에게 있어 ‘재산’은 생명과 마찬가지이다. 재산이 여유가 있어 은행에 저금을 해 놓거나 달러나 금으로 보관하는 경우도 있고 거주하는 집 말고 추가로 집을 사 놓는 경우도 있다. 주식을 사거나 펀드에 드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재산은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생명을 이어가는 데는 지장이 없다. 하지만 사는 집이나 논밭 또는 소가 떠내려가거나 집이 불탄 경우에도 재산피해가 얼마 났다고 말하는데 이런 경우 재산은 삶 자체다. 생명을 이어가는데 바로 영향을 미친다.

역대급 장마라는 이번 ‘장마’는 기상청과 정부 당국은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도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징후가 나타났다. 우리나라 곳곳에 폭우가 쏟아지거나 ‘국지적 호우’가 집중됐다는 보도가 자주 나왔다. 9년 전 서울에는 600mm의 비가 쏟아졌다. ‘살다 살다 처음 겪는 물난리다’ 하는 외침은 곳곳에서 들려 왔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큰코다친다는 경고였다.

사람들은 이번 ‘장마’는 흔한 ‘장마’가 아니고 기후위기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도 있겠지만 올해 닥친 장마는 보통의 장마가 아니고 오래전에 예고됐다고 할 수 있고 몇 년 안에, 빠르면 내년에 ‘기후위기’ 성격의 장마 또는 폭염, 가뭄이 닥칠지도 모른다.

‘기후위기’가 닥칠 때까지 우리나라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국회는 어떤 대응을 했나? 시간만 보내고 있지 않았나? 기후 관련 변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대책을 세워도 모자라는 일인데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행동하지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봐야할 일이다.

섬진강, 영산강, 금강을 비롯한 많은 강들과 지천이 넘치거나 둑이 무너져 집과 가축이 떠내려가고 논밭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실종돼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도 많다. 수재민들은 댐의 물을 상황에 맞게 관리하지 못해 ‘물 참사’가 났다면서 정부와 지자체,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에 항의하고 있다.

책임 당국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 수해를 당해서 몸과 마음을 둘 곳이 없는 상황인데 서로 책임을 안 지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보는 주민들의 심정은 어떻겠나?

정부와 지자체 안에서 핑퐁게임을 하는 사이 수재민들 가슴에는 피멍이 든다. 책임을 따질 기운도 시간도 없는 수재민들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오늘과 내일을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이다. 정부와 지자체, 수자원공사, 국회 등의 책임 주체들은 수재민의 가슴에 대못질 그만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한다.

기후위기가 닥친 근본 원인에 대해 성찰하고 기후위기를 막지 못한 점에 대해 반성해도 모자랄 시간에 4대강 할 때 섬진강도 포함시켰으면 수해가 나지 않았다면서 수해를 이용해 반사이익이나 챙기려는 정치권 일각의 행태는 참으로 볼썽사납다. 맥락도 안 맞고 사실도 아니다. 그럴 시간에 수해 대책을 고민하고 재발방지책을 내는 데 힘을 쓰라. 이게 정치가 할 일이다.

불행한 사건이나 재난으로 회복불능 상태에 빠진 국민들이 깊은 실의에 빠지고, 자살까지 하는 국민이 많다. 국민이 뜻하지 않은 사고, 수해, 화재, 또 다른 재난을 당했을 때 사회가 모든 피해는 아닐지라도 재산 피해액의 90%는 책임을 지는 사회가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정부와 국회가 진지하게 검토해 보기 바라는 마음이다. 국리민복이라 하지만 ‘민복’이 빠진 국리는 의미가 반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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