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제8호 태풍 ‘바비’가 소형으로 축소돼 백령도 인근까지 올라오며 중부지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태풍의 세기는 전날 ‘매우 강’에서 ‘강’으로 완화했다. 경기도와 충청도, 전북, 일부 강원도에 태풍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밤사이 피해가 속출했다.
27일 오전 5시 30분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태풍 ‘바비’는 백령도 동남동쪽 약 40㎞ 해상(37.8N, 125.0E)에서 시속 38㎞로 북북동진 중이다. 5시 30분경 옹진반도 부근에 상륙했다.
최대순간풍속 140㎞/h(39m/s) 이상 매우 강한 바람이 불고,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10~30㎜의 강한 비가 오는 곳이 있다.
제주에는 태풍 피해가 144건 접수됐다. 제주시에서는 한 건물의 대형 입간판이 흔들려 도로에서 조치를 취하다 이를 발견하지 못하던 차량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가로등이 꺾이고 신호등이 떨어지는 곳도 있었다. 한 아파트 외벽에서는 마감재가 강풍에 뜯겨 주차돼 있던 차량 위로 떨어져 차량이 파손됐다. 싱크홀이 생긴 도로도 있었다. 제주시 해안동과 서귀포시 대정읍에서는 한때 정전으로 887가구가 피해를 봤다.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광주전남에서는 피해가 88건 접수됐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전날 오후 10시 30분 기준으로 전남 곡성의 7세대 17명이 긴급 대피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일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피해 지역 주민들로, 앞서 내린 폭우로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 위험이 커지자 집을 떠나 인근 숙박시설로 몸을 피한 상태다.
시설 피해로는 64건 접수됐다. 공공시설 35건, 사유시설 29건이다. 공공시설로는 강풍에 의해 가로수 10개소와 가로등·전신주 13개소, 중앙분리대 10곳이 무너졌다. 사유시설로는 간판 파손이 12건 접수됐으며 제주 887가구와 광주315가구가 정전 피해를 봤다. 현재는 복구가 끝났다.
신안군에서는 전기가 끊겨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신안군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현재 흑산면 가거도(4가구)와 중태도(6가구), 상태도(51가구), 장도(35가구) 등 4개 섬 96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이날 영암군에서는 주유소에서 대형 간판이 떨어졌고, 해남군에서는 강풍에 한 아파트의 출입문이 떨어졌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기준 미추홀구·부평구·계양구 등 인천 전역에서 나무 쓰러짐, 도로장애물 발생, 간판 현수막 떨어짐 등 태풍 피해 신고 20건 정도가 접수됐다.
전날 0시부터 이날 오전 4시까지 주요 지점의 최대순간풍속은 인천 옹진군 목덕도 41.2m, 서울 25.9m, 강원 원주시 백운산 20.9m, 충남 태안군 북격렬비도 44.2m, 전남 신안군 흑산도 47.4m, 진도군 서거차도 39.5m, 경남 통영시 매물도 24.2m, 제주 윗세오름 36.4m 등이다.
같은 시간 주요 지점의 강수량은 서울 강동구 12.0㎜, 강원 고성군 미시령 44.0㎜, 충북 보은군 70.6㎜, 전남 순천시 146.0㎜, 경남 산청군 지리산 209.0㎜, 제주 삼각봉 440.0㎜로 집계됐다.
기상청은 “오늘까지 매우 강한 바람과 많은 비 예상, 심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각별한 유의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