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입구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 학생들이 정부의 의사 정원 확대안에 대해 반대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입구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 학생들이 정부의 의사 정원 확대안에 대해 반대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복지부, 의협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

공정위 결론에 따라 5억원 과징금 부과

정치권도 의료진 파업두고 엇갈린 반응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대한의사협회(의협)의 2차 총파업에 대해 원칙적인 법 집행을 통해 강력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26일) 청와대 참모들에게 “정부는 비상진료 계획을 실효성 있게 작동해 의료공백이 없도록 하라”면서도 “의료계와의 대화를 통한 설득 노력도 병행하라”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는 비상관리체제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윤창렬 수석이 맡아온 의료대응 TF를 김상조 실장이 직접 챙기면서 비상관리 들어가기로 했다.

앞서 의협은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등 문재인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대하며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해 왔다.

정부와 의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는 가운데 합의점을 찾기 위해 이날 새벽까지 의협과 마라톤 협상을 벌이고도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의협은 정부가 제시한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꾸려 논의하자는 타협안에 수용할 뜻을 보였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서 거부하며 끝내 협상은 결렬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여기서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권력을 행사하기로 결정하면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계 부처가 국민들을 바라보고 단호하고 신속하게 관련 조치를 취해 달라”고 당부했다.

의협은 정부의 경고에 즉각 반박했다. 의협은 이날 오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의사들의 정당한 의견을 주장하기 위해 집단행동을 진행함에 있어서도 응급실, 중환자실 등의 필수의료분야에 대해서는 적극 진료를 수행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진료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정부와 언론 등의 의료 대란 우려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종교 지도자들을 초청회 간담회를 갖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8.2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종교 지도자들을 초청회 간담회를 갖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8.20

아울러 “의사들의 이번 자발적 집단행동은 정부의 일방적인 ‘4대악’ 의료 정책 추진 문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며, 정부의 일방적 행보에 대한 문제 제기를 위해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통해 의사들의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라며 “자발적 집단행동은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정당한 행위”라고 언급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가 이날 총파업을 추진한 의협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의 강력 대처 주문에 복건복지부와 공정위도 의협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복지부는 의사협회 등 집단휴진 관련 브리핑에서 “개원의를 포함한 의료기관의 집단휴진을 계획·추진한 의사협회를 카르텔 등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하고 의료법에 근거한 행정 처분도 실시할 것”이라며 의협을 신고했다.

이에 공정위는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용산구 의협 임시회관에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와 현장조사를 진행했으며 향후 절차를 밟아 의협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따질 것”이라며 “두 번의 선례처럼 이번에도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만약 공정위가 이번 파업을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결론 내릴 경우 의협에 5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또 법을 위반한 개인에 대해선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지난 2014년 총파업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기 때문에 인권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결론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26

정치권도 의견이 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일로 의사들이 국민 신뢰를 잃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의사들에게는 더 큰 불이익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고 미래통합당은 정부가 공공의대 설립, 의대 정원 확대 등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며 의사의 편을 들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의료계는 정부가 내린 업무개시 명령을 준수해주시기 바란다. 이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방역당국과 지자체, 의료진과 국민이 모두 하나돼야 한다”며 “정부는 이번 의사와 의대생의 집단행동에 국민 건강과 생명을 우선한다는 원칙하에 엄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이원욱 의원은 이번 파업을 광화문 집회와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파업을 결단한 그들이 과연 의사인가, 방역당국을 조롱하는 광화문집회 연관자들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우리의 무한한 존경을 먹고 그들은 명예를 얻었지만, 그들이 돌려준 건 비리고 파업”이라고 맹폭했다.

반면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공공의대 설립문제가 시급한 과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코로나 극복 이외에 더 이상 중요한 상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들이 의료계에 종사하는 의사, 간호사”라며 “의료인들이 코로나 극복을 위해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인데 정부와 대칭 관계에 있어서 코로나 극복을 할 수 있다는 게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의사 출신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2, 제3의 조국 자녀들이 판치는 세상을 만들어 반칙과 특권이 지배하는 기득권 사회를 만들려는 것 아니겠느냐”며 “정권에 바짝 달라붙고, 단체장에 목매어 기생하는 어용 시민단체들을 동원하여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과연 공정하게 인재를 추천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대판 음서제를 대놓고 제도화하겠다는 정부”라며 “정의와 공정을 무너뜨리고 자기 자식들만을 위한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만들겠다는 발상을 당장 때려치우길 바란다”고 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나 맘카페에서도 비판 의견이 쏟아졌다. 한 커뮤니티에는 이번 정부의 공공의대 추진과 관련한 패러디물이 쏟아져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번 사태에 대해 특정 인기 진료과목으로의 쏠림 현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단순히 공공의료 확충만을 명분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정부 정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오랫동안 의사들의 불만이 쌓여왔지만, 결정적으로 코로나19 사태의 대응 과정에서 업무 과중 현상과 맞물리면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의협과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극적인 타결을 통해 의료진 파업이 해결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공의대 계획을 철회하는 방향으로 양보하지 않는다면 이번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2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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