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잔잔한 휘파람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스콜피언스의 ‘Wind of change'는 냉전시대의 종언과 독일 통일을 상징하는 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19년 총 337㎞, 12박 13일의 민통선 도보 횡단의 기록과 사색이 이 책이 되었고 도보 아흐렛날, 지금은 통일부 장관이 된 이인영 의원의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왔던 이 곡이 책의 제목이 되었다. 통일 걷기의 취지와 책의 저자 김담 작가의 지향이 오롯이 담긴 노래이기 때문이다.

2017년 시작된 통일 걷기는 통일이 멀어지는 이 시간에 통일이 그저 다가오기를 넋 놓고 기다릴 수 없었던 이인영 장관이 시작했다. 행사를 시작했던 당시 악화 일로였던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는 2018년 평창 통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이후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연이어 성사되면서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평화 체제가 성큼 다가서는 듯 했으나 국제질서라는 모호하지만 강고한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다시 침체기에 접어든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존재는 알고 있지만 다가 설 수 없었던 민통선이 민간이 출입 통제선이 아닌 전쟁의 상처를 딛고 평화로 가는 길이어야 함을, 생태계의 보고로서 한반도를 숨 쉬게 할 허파로 남아있어야 함을 저자의 맑고 단단한 문장력들이 호소한다. 이 책은 337㎞ 민통선 오솔길에 새겨진 역사와 뿌리내린 생명의 이야기를 통해 평화의 여정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그리고 저자의 개성이 뚜렷한 문체는 책 읽기의 즐거움을 덤으로 선사한다.

김담 지음 /아마존의나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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